보수가치 부재 속 지지층 민심 반영 못하면 가짜 여당일 뿐
[미디어펜=김소정 기자]최순실 사태가 국정 마비를 불러온 가운데 집권여당인 새누리당이 내홍을 겪고 있다. 비박이 앞장서 박근혜 대통령의 탈당과, 당 지도부의 사퇴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김무성 전 대표는 7일 “대통령이 헌법을 훼손하며 국정을 운영했다”며 박 대통령의 탈당을 공식 요구했다. 같은 날 유일한 비박계 최고위원인 강석호 의원이 “우리 지도부는 할 일 다했다”며 사임했다. 

하지만 이정현 대표는 거듭되는 사퇴 요구에도 “대통령을 도울 수 있게 시간적 여유를 달라”고 호소하며 사퇴를 거부하고 있다. 그럼에도 비박은 당 내부에 새 지도부를 세우겠다고 압박한다. 친박 지도부에게 이번 사태의 일부 책임을 묻는 비박들이 사실상 결별 단계를 밟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4.13총선에서 제1당으로서의 자격을 상실한 새누리당이 최순실 사태로 급기야 분당설에 휩싸였다. 야당의 ‘대통령 하야’ 목소리에 비박이 가세해 박 대통령에 ‘2선 후퇴’를 종용하며 집단행동을 할 조짐까지 보인다. 

새누리당이 4.13총선에서 패배하면서 많은 평가와 분석들이 쏟아졌지만 그 중 대표적으로 보수가치의 부재라는 지적이 있었다. 지지층의 표로 당선된 국회의원으로서 보수우파의 가치를 고민하는 정책입안 노력없이 그저 돌출적인 발언과 행동으로 인기영합주의적인 행태를 보인 것에 대한 비판이다.

그리고 이번 사태를 겪으며 지켜본 여당의원들은 아예 보수우파의 가치가 무엇인지 관심조차 멀어진 모습이다. 자신들을 국회에 입성시킨 지지층 국민들이 무엇 때문에 최순실 사태에도 불구하고 박근혜 정권을 지켜내려고 하는지 알지도 못하고, 알고 싶어하지도 않는다. 

   
▲ 최순실 사태가 국정 마비를 불러온 가운데 집권여당인 새누리당이 내홍을 겪고 있다. 비박이 앞장서 박근혜 대통령의 탈당을 요구하고, 동시에 당 지도부의 사퇴도 종용하고 있는 것이다./미디어펜


이번 정권에서 추진해온 여러 정책들, 특히 역사교과서 국정화 등 국가정체성을 바로잡는 일이나 노동개혁과 공공부문개혁 등 구조 개혁은 보수정권이 아니면 달성하기 힘들다. 또 최근 외교 현안인 주한미군 사드 배치 문제와 핵무기 보유국을 선언한 대북제재의 일환으로 단행한 개성공단 폐쇄 정책 등이 흔들리는 데도 비박은 대안이 없다. 
     
그저 지금 대통령과 지금 당 지도부로는 사태를 수습할 수 없으니 일단 물러나라는 것이다. 그다음 야당과 손을 잡고 거국중립내각이든 조기 대통령선거든 치르겠다는 입장일 것이다. 나약한 기회주의자로 보인다는 보수우파의 지탄이 나오는 이유이다. 

이날 청와대에서는 한광옥 비서실장이 국회를 찾아 조만간 여야 영수회담을 열고 이 자리에서 김병준 총리 지명에 대한 논의를 새롭게 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같은 날 동시에 비박은 친박 지도부 사퇴를 주장해 지금까지 거센 분노의 민심을 견뎌내며 청와대와 새누리 지도부가 야당을 설득하기 위해 안간힘을 써온 것에 역행하는 모습이었다.  

이번 사태 이후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뾰족한 대안없이 비판에만 열을 올려온 것이 사실이다. 특히 “박 대통령이 사이비종교에 홀렸다”는 말로 이번 사태가 ‘샤머니즘 스캔들’로 부각되도록 노력해온 그들이다. 정권 출범 때부터 박 대통령을 끌어내리기 위해 온갖 시비를 걸어오던 야당이 최순실 파문이 터지자마자 대통령의 하야와 정부퇴진을 주장하는 데도 여기에 가세하는 이들을 여당이라 볼 수 없다.

비판이 들끓을 때 한마디 더 비판을 보태기는 쉽다. 이런 쉬운 길을 걸으라고 여당 지지자들이 표를 모아준 것이 아닌데도 비박은 정국을 수습할 대안을 내놓는 집권당으로서의 의무를 포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당내 새 지도부를 만들겠다고 하는 것은 만약 대통령 탄핵이 있을 경우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다는 판단에서일 것이다. 야당 의원들이 171명인 상황에서 최소 29명의 비박계 의원만 돌아서도 대통령 탄핵이 실현 가능한 카드가 되기 때문이다. 

새누리당 비박의원들은 그동안 ‘선거의 여왕’으로 불려온 박 대통령의 도움을 받아온 것이 사실이다. 좋든 싫든 같은 당으로 집권해온 그들이 정국수습에 노력 한번 하지 않았으면서 박 대통령을 향해 2선으로 물러나라고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여론조사에서 보듯이 새누리당 지지율이 빠진 대신 부동층이 많아졌고, 이들은 지금도 여야 의원들의 정국수습 능력을 지켜볼 것이다.

보수는 경험에 입각한 지혜로 말한다고 했다. 반면 진보는 이론 만들기에 탁월하다. 그래서 진보가 더 빨리 국민들을 설득하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한번 잘못 만들어낸 이론은 처음 주장과 달리 정반대의 결과를 도출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경험을 바탕으로 한 지혜로 말하는 보수의 가치는 어렵지만 소중하다. 이런 이치를 새누리당 국회의원들이 알아차리고 행동하기를 지지층 국민들은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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