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지호 기자] 존 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가 최근 금융투자업계에서 퍼지고 있는 ‘국민연금 보복설’에 대해 입을 열었다.
리 대표는 지난해 국내 증시에서 중소형주 열풍을 일으키면서 1조원이 넘는 자금을 빨아들여 다른 운용사들의 질시를 받을 정도로 ‘잘나갔다.’
하지만 올해 들어 삼성전자를 비롯한 대형주의 강세와 중소형주 소외장이 이어지면서 국내 주식형펀드 수익률은 전체 운용사 중 ‘꼴찌’를 기록하고 있다.
이에 메리츠운용 전임 사장인 강면욱 국민연금기금운용본부장(CIO)이 리 대표에 대한 보복으로 대형주로 자금을 몰았다는 얘기가 나왔다. 후임 사장의 수익률이 치솟자 개인적으로 ‘복수’에 나섰다는 것이다.
11일 한국펀드평가에 따르면 올해 들어 10월 31일까지 메리츠운용 주식형펀드의 수익률은 –20.79%에 그쳐 45개 운용사 중 가장 낮았다. 작년 펀드 수익률이 좋을 때 정설로 여겨졌던 그의 ‘장기투자’ 운용 철학 역시 최근에는 ‘국내 증시에서는 통하지 않는다’는 회의적인 시각도 나온다.
이에 국민연금의 중소형주 외면이 메리츠운용 주식형펀드 하락의 주범이라는 복수설까지 이어졌다. 특히 지난 6월 국민연금이 위탁운용사에 유형별 벤치마크 복제율 강화 지시를 내린 것이 복수의 ‘정점’이라는 것이다.
강면욱 CIO가 사장으로 재임하던 2009년 전체 44개 운용사 중 14위였던 메리츠운용의 주식형펀드 수익률은 2010년 39위로 급락했다. 2011년에는 18위로 부상했으나 2012년 43위, 2013년 44위를 기록하며 업계 최하위권을 맴돌았다. 수익률 부진 때문인지 강 CIO는 2013년 4월부터 2014년 3월까지 메리츠운용의 고문으로 밀려났다.
오제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올해 초부터 8월까지 코스피 소형주와 코스닥 종목을 각각 968억원, 3615억원어치 순매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국민연금은 코스닥시장에서 올해 1~8월 중 5월 단 한 달만 빼놓고 7개월간 순매도했다. 반면 중형주 순매수 규모는 9343억원에 이르렀다.
이에 대해 리 대표는 “강면욱 CIO는 본적도 없는 사람이고 전임 사장이라는 정도만 알고 있다”며 복수설에 대해 “사실이 아닐거다”고 말했다.
그는 “알지도 못하는 사람에게 복수를 당했다는 소문이 도니 기분이 안 좋다”며 “강면욱 CIO가 행사 같은 곳에 잘 안 나와서 그런지 한번도 못 만나봤는데 내게 악감정을 가질 리가 없다”고 설명했다.
리 대표는 강 CIO에 대해 “사람은 좋아보인다”고 평가했다.
한편, 국민연금 측은 중소형주 하락을 주도했다는 비판이 일자 연말까지 1조원의 자금을 국내 증시에 풀겠다며 서둘러 진화에 나선 상태다. 하지만 CIO가 바뀔 때마다 운용철학에 따라 시장이 충격을 받을 수 있는 만큼 기금운용본부의 독립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국민연금 측은 “국민연금이 위탁펀드 중심으로 올해(1월초~8월말) 대형주를 약 1000억원 순매수한 데에 비해 외국인들이 같은 기간 7조4000억원 순매수해 대형주 상승을 이끌었다“며 ”1200조원 수준의 시장규모 대비 순매수 금액이 1000억원에 불과한 국민연금이 대형주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연기금의 ‘우두머리’격인 국민연금의 코스닥과 중소형주 매도 기조가 사학연금, 교직원공제회 등 다른 연기금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8일까지 국내 증시에서 연기금은 대형주를 1조5102억원이나 사들였지만 코스닥시장에서는 5108억원을 내다판 것으로 나타났다.
[미디어펜=김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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