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시위 폭력 없어 다행…시민 절제 높이 평가
박근혜 대통령, 최선의 정치·법률적 해법 찾을 때
   
▲ 조우석 주필
가슴을 쓸어내린 하루였다. 일이 손에 잡히지 않은 채 광화문 시위 쪽에 계속 신경이 쓰였는데, 성과가 아주 없진 않았다. 이 나라가 처한 현실의 위중함을 재확인했고, 진단과 해법 또한 정리해볼 수 있었다. 그 점에 무엇보다 다행이었던 점은 어제 경고했던 '최악의 시나리오'가 없었던 점이다.

심야의 몸싸움 정도가 전부였고, 과격시위는 거의 없었다. 최악의 상황, 국가적 재앙도 가정해봤던 필자로선 실로 감사하지 않을 수 없는 일인데, 기회에 어제 시위에 참가했던 시민들의 절제와 애국심을 높이 평가하려 한다. 그 덕에 대한민국은 어제 위기를 또 한 번 넘겼다.

그러나 분명히 해두자. 어제 시위는 시한폭탄을 잠시 내려놓았을 뿐이다. 평화시위란 말도 포장에 불과하며, 민중혁명을 겨냥하는 좌익세력의 음모는 조금도 바뀌지 않았음을 재확인해두려 한다. 쏟아져 나온 시민이 자발적으로 참여했다고 마구 띄워주고, "그들이 축제를 즐기듯 했다"고 보도한 조선닷컴을 포함한 얼빠진 언론들이 헛소리를 반복할수록 국민의 눈과 귀를 막는 효과가 커질 뿐이다.

좌익세력, 2보 진전을 위한 1보 후퇴

진실을 말하자. 어제 광화문 시위는 경찰 추산 총 23만 명(주최 측 추산 100만 명)이 참가해 2008년 광우병 난동(70만 명)규모를 뛰어넘는 규모였다. 이는 명백하게 호남지역을 포함한 전국에서 수백, 수 천 대의 버스가 동원됐고, 노조-전교조 등 좌익세력의 총동원령이 힘을 발휘한 효과다.

이 나라 좌익세력의 힘이 그만큼 크다는 증좌다. 그들은 사람과 현금을 동원하는 능력, 선전선동력 그리고 자기들 이념에 대한 신념의 크기와 헌신성에 이르기까지 대한민국의 주류세력의 힘을 완전히 압도하고 있다는 사실을 어제 또 한 번 보여줬다. 

칼을 완전히 뽑아 보이지 않았을 뿐 칼집을 손아귀에 쥔 채 한껏 무력시위를 해보인 것이다. 저들은 참담한 단두대 모형에, 거창한 상여까지를 들고 나왔고, 대통령에 대한 저주와 조롱의 글을 담은 현수막을 선보였다. 그 모든 게 돈을 들인 것이고 사람 동원을 한 효과인데, 그 직후 저들은 전략전술상 일보 후퇴를 했다. 원하는 타이밍에 언제든 다시 돌아올 수 있다는 신호까지 보여준 뒤 잠깐 퇴장을 한 셈이다.

그렇다면 처절하게 반성해야 한다. 헌법 4조가 명시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떠받쳐야할 의무가 있는 이 땅의 우익 주류세력, 그리고 사람과 예산을 몽땅 쥐고 있으면서도 할 일을 제대로 못했던 정부와 공권력은 그동안 대체 무얼 했던가?  

   
▲ 어제 광화문 시위는 시한폭탄을 잠시 내려놓았을 뿐이다. 평화시위란 말도 포장에 불과하며, 민중혁명을 겨냥하는 좌익세력의 음모는 조금도 바뀌지 않았다. 광화문 시위는 경찰 추산 총 23만 명(주최 측 추산 100만 명)이 참가해 2008년 광우병 난동(70만 명)규모를 뛰어넘는 규모였다. 이는 명백하게 호남지역을 포함한 전국에서 수백, 수 천 대의 버스가 동원됐고, 노조-전교조 등 좌익세력의 총동원령이 힘을 발휘한 효과다./사진=연합뉴스

기회에 말을 하자. 책임있는 우익 주류세력은 외려 저쪽에 기꺼이 투항했고, 지금 교태 아닌 교태를 부리기에 여념 없다. 그 상징이 균형 잡힌 보도 대신 최순실 게이트를 마구잡이로 부채질하면서 스스로가 선동언론으로 추락했던 부패기득권 세력(조선일보)을 포함한 조중동과 한경오, 그리고 막장 종편 4개사 등이다.

이들 매체 중의 최악은 회장 홍석현이 지휘하는 좌익 상업주의 매체인 중앙일보와 jtbc라는 걸 세상이 다 안다. 중앙일보는 어제 신문 사설에서 1960년(4.19), 80년(광주사태), 87년(6월 민주화항쟁) 세 차례의 이른바 광장 민주주의를 찬양했다.

청와대 근방 행진 허용한 법원의 미친 판결

이번 광화문 민중총궐기가 그 연장선이라는 뜻이겠지만, 나는 판단이 전혀 다르다. 어제 대통령 퇴진시위는 비이성적 광기의 끝판왕이라고 역사는 기록할 것이다. 반복하지만 지금은 국가적 재앙을 잠시 유보한 상황이다. 그리고 시민들의 광기를 부채질하는 언론 못지않았던 게 법원이었다는 것도 기회에 지적해둔다. 그 상징이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부장 김정숙)였다. 

집회 참가자들이 청와대 근방으로 행진하는 걸 허용한 게 법원이었다. 경찰이 청와대 인근 행진을 금지한 것에 반발한 민중총궐기투쟁본부의 손을 들어준 법원은 "표현의 자유 위축을 우려해" 그런 결정을 내렸다고 한다. 불상사가 없었다는 게 천만다행일 뿐, 자칫 대한민국 모두를 몽땅 불태울 수도 있었던 최악의 결정이었다.

그렇다. 대부분의 언론이 속물 리버럴리스트 그룹이라면, 법원은 한 술 더 뜬다. 좋게 말하면 관념의 포로이고, 나쁘게 말하면 사법정의의 근간을 스스로 뒤흔든다. 그렇다면 어제 시위가 보여준 건 100만 시위군중이 아니라 좌익세력과, 여기에 부화뇌동하는 시민 그리고 참담한 이 나라의 구조적 현실이었던 셈이다.

헌법 파괴세력의 손에 맡겨져 있는 헌법기관인 국회와 무책임한 야당들, 전교조에 점령당한 교육, 좌편향 사법부 그리고 망국 언론의 존재, 그게 이 나라 구조적 현실의 일부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런 구조를 바로 잡을 의무가 있는 사람이다. 어제 시위는 세상 모두가 그를 반대해 들고 일어선 모양새이지만, 그건 외피일 뿐이다.

이런 구조에서 선동을 당한 채 언제라도 거리로 쏟아져 나와 민주주의 만세와 함께 "박근혜 아웃!"을 외칠 준비를 마친 대한민국의 국민들을 향해 최선의 설득 작업과 함께 고도의 정치력을 발휘해야 옳다. 그게 대통령에게 주어진 헌법상의 책무이고, 마지막 역사적 의무라고 나는 안다.

   
▲ 집회 참가자들이 청와대 근방으로 행진하는 걸 허용한 게 법원이었다. 경찰이 청와대 인근 행진을 금지한 것에 반발한 민중총궐기투쟁본부의 손을 들어준 법원은 "표현의 자유 위축을 우려해" 그런 결정을 내렸다고 한다. 불상사가 없었다는 게 천만다행일 뿐, 자칫 대한민국 모두를 몽땅 불태울 수도 있었던 최악의 결정이었다./사진=미디어펜

양동안 교수가 제시한 거국연립내각안

예상컨대 빠르면 오늘, 늦어도 주초에 대통령은 특별성명이나 국민담화의 형태로 또 한 번의 해법을 제시할 것이다. 두루 참조가 될까 해서 미디어펜은 지면을 통해 해법을 이미 제시했다. 그 하나가 정치학계의 원로 양동안 교수가 쓴 '박근혜 대통령, 최순실 정국 타개 세 가지 시국해법'이 그것이다. 

양 교수의 해법은 정치적 처방인데, 거국중립내각이 아닌 '거국연립내각' 구성과 대통령의 행정권 할양이 골자다. 대통령은 임기만료 시까지 외교·국방만 관장하며, 내치는 정당들이 협상하여 구성한 거국연립내각에 일임하는 구조다.

연립내각에 참여하는 모든 정당들은 대통령의 불법적 사임을 요구하는 군중집회에 초당적으로  반대하는 걸 전제로 하되 검찰 수사 결과 최순실 비리와 관련하여 박대통령이 직무수행을 인정할 수 없을 정도의 범법행위를 한 사실이 확인되면 즉각 사임을 해야 한다. 그 상황에서 대통령 직은 거국연립내각의 국무총리가 대행한다.

어제 올린 조영길 변호사의 차분한 글 '박 대통령, 검찰 수사결과 나오기 전 스스로 권한 내려 놓으시라'도 괄목할한데, 순수하게 법률적 접근을 하고 있다. 핵심은 검찰 수사와 국회 주도의 탄핵절차를 밟아가는 것이다. 

즉 박근혜 대통령은 자신이 생각하는 진실의 전모를 고백하고, 진행 중인 검찰 수사에 협조하겠다고 선언해야 한다. 이런 식이다. "수사결과가 나올 때까지 자진하여 대통령의 일체 권한 행사를 정지하는 가운데 대통령 권한 대행자인 국무총리를 통해 국정운영을 하겠다"고 말하는 것이다. 겸손하게 검찰 수사를 수용하는 것이다. 

검찰 수사 결과 대통령의 직무수행과 관련한 헌법과 법률위반행위가 드러난다면 검찰은 관련자 모두를 엄정 처벌하여야 한다. 대통령은 재직 중 소추가 불가능하므로 박 대통령 스스로가 국회에게 헌법에 따라 탄핵절차를 밟아줄 것을 요청하면서 헌법의 절차에 따라 헌법재판소가 탄핵 결정을 내리더라도 기꺼이 받아들인다는 입장을 표명해야 한다.

양 교수와 조 변호사 지적은 공통점이 있다. 법률을 떠난 사임 요구나 일방적으로 등 떠밀린 하야나 사퇴는 결코 안된다는 점이다. 설사 대통령직을 사임하고 싶더라도 헌법과 법률에 정한 절차에 따라 책임을 지는 입장을 택해야 한다는 게 포인트다. 그게 법치다.

마무리다. 박 대통령이야말로 어제 하루 너무도 힘이 들었을 것이다. 누구도 가늠하지 못할 중압감을 견뎌냈을텐데, 그걸 세상은 불통 대통령에 무능한 독재자로 낙인찍으며 희화할 것이다. 아니다. 그와 달리 대한민국을 지키자는 결기 하나로 버텼다는 걸 나는 안다. 이제 다시 시작이라는 생각으로 훌륭한 마무리에 최선을 다해줄 것을 감히 요청 드린다. /조우석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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