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대통령 탄핵을 추진하는 더불어민주당의 문재인 전 대표와 추미애 대표가 연일 새누리당을 “부역자” 발언으로 몰아붙이고 있다. 마치 탄핵을 위한 여당 쪽 찬성표는 필요없다는 식의 이런 발언 때문에 과연 민주당이 진짜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통과되기를 바라는 것인지 의혹을 받고 있다. 

오히려 탄핵이 부결돼 촛불을 든 민심이 횃불로 바꿔들고 청와대라도 공격하기를 바라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의 눈길이 모아지고 있는 이유이다.
 
이런 민주당의 비상식적인 행태는 최순실 사태 이후 계속 드러나고 있어 국민들은 의아하다. 

이미 많은 보수 세력들이 박근혜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고 있는 것은 최근 여론조사에서 잘 나타났다. 5% 지지율로 나왔을 때 오차 범위를 따진다면 지지가 거의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평가가 나왔지만 그 다음주 4% 지지율로 최저치를 경신하면서 충격을 더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의 지지율 최저치 기록에도 불구하고 반사이익을 누려야 할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나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 등 야당 대권주자들의 지지율은 바뀌지 않았다. 최순실 사태 이후 여야 모두를 지지하지 않는 부동표 비율이 커진 것은 비정상적인 정국을 앞으로 과연 누가 어떻게 잘 추스를지를 지켜보고자 하는 민심을 잘 반영한다.

그리고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 이유는 지난 26일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가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촛불집회에 참석해 “거대한 가짜 보수 정치세력을 횃불로 모두 불태워버리자”라고 외친 것과 관련이 없지 않아 보인다.

문 전 대표는 지난 주말 촛불집회 현장에서 “내 한 사람의 촛불을 보태 박근혜를 끌어내리자”면서 “가짜 보수를 횃불로 모두 불태워버리자”라고 소리 질렀다. 아무래도 국회보다, 정당보다 광장이 훨씬 잘 어울리는 그는 선동정치의 달인인 것이 분명해보인다.

촛불의 호응을 마치 자신에 대한 지지로 착각하고 한껏 고무된 문 전 대표는 이 자리에서 주한미군 사드배치, 한일 군사정보협정 체결, 국정 역사교과서 채택도 반대했다. 이미 남북통일 문제와 관련해 낮은 단계 연방제를 주장한 바 있는 문 전 대표이지만 그가 막상 대통령이 된 이후 사드배치 결정을 철회하고 한일 군사정보협정을 폐기할 수 있을지 모를 일이다.

   
▲ 26일 박근혜 대통령 퇴진촉구 촛불집회에 참가한 한 여인서 학생이 사직로에 혐오발언 아카이빙 존을 만들었다. 여인서 학생은 "세번째 집회 참여인데 혐오발언은 나아지지 않고 있는거 같아 이 존을 만들었다"고 말했다./연합뉴스


지금 야당의 잘못은 이번 최순실 사태를 호기로 삼아 그동안 자신들이 반대해온 모든 정책에 대해 ‘정책 마녀사냥’하듯 몰아가는 데 있다. 4년여 전 문재인 후보대신 박근혜 후보를 선택한 국민들은 이번 사태를 선명하게 가리기 위해 두 눈 부릅뜨고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문 전 대표는 모르는 모양이다.

난세에 영웅이 나오는 법이고, 그 영웅은 국민이 먼저 알아본다. 이런 차원에서 지금까지 확인된 것은 문재인 후보는 5년 전과 하나 변한 것 없는 선동가에 극단파일 뿐이라는 점이다.    
  
굳이 고인을 거론하고 싶지는 않지만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도 막상 대통령이 되고 나서는 한미 FTA를 체결했고, 한미동맹을 강조해 이라크 파병을 결정했으며, 당시 미국의 원로 대법관들도 실패한 제도라고 고개를 저었던 로스쿨제도와 또 배심제를 도입했다. 특히 노 전 대통령은 한일관계를 중요시해 일본 정부와 대화할 때에는 독도를 타케시마라고 지칭했다.

이런 모든 사실을 국민들은 기억하고 있으며, 최근 ‘송민순 회고록’으로 드러난 지난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채택 시 기권을 행사하기 전 북한에 사전양해를 구한 일명 ‘대북결재’ 사건도 드러나 있다. 이는 문 전 대표가 대선에 나서기 전에 반드시 해명해야 할 제일 과제라는 점을 재삼 분명히 해둔다.

최순실에 의해 조정받았다고 내몰리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은 적어도 대북정책과 관련해 처음으로 김정은 정권과 대 북한주민에 대한 정책이 달라야 한다는 개념을 정립했다. 남북통일에 대해 부정적이던 국민들도 ‘통일대박’이라는 말 때문에 어느 정도 통일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을 많이 누그러뜨린 것이 사실이다. 

지금 이를 부정하는 국민은 없을 터인데 야당은 대북정책마저도 ‘최순실 정책’으로 폄하하고 있으니 편협함을 드러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이다.

이런 야당 정치인들이 진보를 자처하고 있는 현실이 지금 대한민국이다. 두달 넘도록 이어지는 국정마비 사태를 해결할 능력도 없어보인다. 

여당이 제안한 거국중립내각이나 박 대통령이 제안한 국회추천총리를 모두 걷어찬 야당 대권주자들은 이런 와중에도 호남을 방문해 조기 선거유세 중이다. 문재인·안철수 후보는 물론 이번에 지지율이 급상승한 이재명 성남시장도 발빠른 행보를 보였다.

주말마다 다섯차례 열린 광화문 촛불집회에는 유독 어린 자녀들을 동반한 시민들이 눈에 띄었는데 이들은 대부분 지방에서 올라온 일가족이었다. 인터뷰 내용을 봐도 자녀들에게 ‘민주 현장’을 경험시키고 싶다고 말하는 순수한 동기를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 야당은 이런 민심을 곧바로 ‘야당 지지’로 연결 짓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 

이런 정치셈법에만 탁월한 야당이 있는 한 여당도 정치적으로만 대응할 터이고 이런 상황에서 정당 개혁은 더욱 요원해보인다. 

‘보수하기 위해서는 개혁이 필요하다.’ 보수를 자처하는 이들이라면 금언으로 여기는 말이다. 

그런데 세계적으로 보수주의자들 사이에 통하는 이 말이 진보를 자처하는 야당 정치인들과는 관련없는 말로 보인다. ‘개혁’없이 그저 여권만 공격해 반사이익을 노리는 야당 정치인들에게는 이젠 ‘진보’란 말조차 아까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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