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한기호 기자]'최순실 국정농단 파문'발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제6차 대규모 집회가 3일 서울 광화문광장과 청와대 인근 등에서 열린 가운데, 박 대통령 뿐만 아니라 앞서 '즉각 탄핵'에 유보적 입장을 보인 정당들을 향한 원색 비난이 다수 눈에 띄었다.

이날 종로구 청운동 일대에 설치된 차벽 경찰버스에선 검은색 테두리 원 안에 국민의당 엠블렘(녹색)과 새누리당 엠블램(빨간색)을 넣어 웃는 얼굴을 형상화한 그림이 여럿 발견됐다. 앞서 '2일 탄핵소추안 즉각 처리'에 동의하지 않은 새누리당과 국민의당을 도매금으로 비난하는 움직임이 곳곳에서 목격됐다.

   
▲ 사진=미디어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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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친박계는 탄핵에 부정적인, 비박계는 조건부 찬성 입장인 가운데 국민의당은 지난 2일 국회 본회의에 앞서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등이 "탄핵안 발의가 아니라 가결이 목적"이라며 비박계의 동참이 보장되지 않은 탄핵소추안을 발의하는 데 반대했다.

야3당과 무소속 포함 172석의 의석만으로는 탄핵안 가결정족수(재적의원 3분의2, 200명)를 채울 수 없어 표결 시 새누리당에서 적어도 28명의 찬성표가 나와야하기 때문이다. '즉각 탄핵' 입장을 일찍이 천명해온 정의당, 뒤늦게 급선회한 더불어민주당은 2일 국민의당과 마찰을 빚었다.

이는 국민의당이 탄핵안 자체를 반대하는 것처럼 비쳐지면서 인터넷 비판댓글은 물론 중앙·시도당사 등과 의원들에게 항의 전화가 폭주했고, 전북도당 사무실은 점거당하기도했다. 당과 박지원 위원장의 후원계좌로 욕설과 항의의 의미를 담아 '18원'을 보내고 인증하는 사진들이 인터넷상에 다수 올라오기도 했다.

   
▲ 사진=미디어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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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날 내자동에선 경찰버스에 "탄핵부결 걱정말라, 결과뒤엔 국민있다, 반대의원 손봐준다"는 문구가 적힌 부착물이 발견됐다.

야권에서 탄핵안 부결 시 여론의 '역풍'을 맞을 것을 우려하는 움직임을 감지하고 '일단 탄핵을 추진하라'고 종용하면서, 부결될 경우 탄핵에 반대한 국회의원들을 색출해 물리력을 행사하는 등 '여론재판'을 가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박 대통령의 내년 4월30일 자진사퇴-6월 조기대선을 당론으로 정하는 등 탄핵 자체에 부정적이거나 유보적 입장을 취하고 있는 새누리당을 향해선 "박멸(하라)"는 발언이 적힌 피켓도 눈에 띄었다.

그동안 집회 주최측이나 참여자들이 주장한 "새누리당 해체"는 '세력 척결'의 의미로, 새누리당 비박계가 '재창당'의 의미로 언급해온 그것과는 온전히 다르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앞서 문재인 더민주 전 대표가 보수우파진영을 전부 "가짜 보수"라며 "거대한 횃불로 모두 불태워버리자"고 주장했던 것과 궤를 같이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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