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최순실 게이트' 후폭풍으로 전경련 탈퇴 여론이 탄력을 받은 가운데 은행권에도 여파가 미치고 있다. 기업은행과 산업은행은 이미 탈퇴를 공식화 했고 시중은행들도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9일 은행권에 따르면,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회원사들의 잇따른 탈퇴가 은행권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신호탄은 국책은행인 기업은행과 산업은행이 울렸다. 지난 8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한 권선주 기업은행장은 "(전경련 탈퇴에 관한) 검토가 다 종료됐기 때문에 다음 주 월요일(12일)에 탈퇴서를 접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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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선주 행장(사진 오른쪽)이 이끌고 있는 기업은행이 전경련 탈퇴 의사를 밝혔다. /기업은행 |
전경련은 청와대와 최순실 씨(최서원으로 개명)가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는 K스포츠재단과 미르재단에 주요 재벌그룹들이 수백억원을 후원하는 과정에서 모금을 주도하는 역할을 수행한 것으로 알려져 최근 해체 여론이 탄력을 받고 있다.
특히 지난 6일 진행된 '최순실 국정농단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탈퇴 의사를 밝히면서 전경련 해체 여론의 도화선이 됐다. 이 자리에서는 구본무 LG 회장과 최태원 SK 회장도 나란히 전경련 탈퇴 의사를 드러냈다.
'최순실 청문회'가 있기 전에도 기업은행의 전경련 탈퇴는 이미 은행권에서는 기정사실화된 분위기였다. 정부와 전경련의 관계가 지나치게 가깝다는 점이 문제가 된 만큼 국책기관, 그것도 금융기관으로서는 명확한 선 긋기가 필요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권선주 행장은 지난 10월 진행된 국정감사에서도 전경련 탈퇴 의사를 내비친바 있다.
비슷한 성격을 지닌 산업은행 또한 탈퇴 흐름에 몸을 실었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을 대신해서 권선주 행장과 같은 날 국회에 출석한 이대현 산업은행 수석부행장 또한 전경련 탈퇴 의사를 밝힌 것. 단, 산은의 경우 아직까지 검토를 하고 있어 탈퇴서 접수까지는 시간이 다소 걸릴 것으로 보인다.
남아 있는 국책은행은 수출입은행 정도다. 마침 내년 4월 무렵 회원자격 갱신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 자연스럽게 탈퇴를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한 관계자는 "(전경련 탈퇴를) 적극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이미 이덕훈 수은 행장이 국정감사장에서 탈퇴 의사를 밝히기도 한 터다. 이밖에 기술보증기금, 신용보증기금 등도 조만간 탈퇴서 제출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국책금융기관들의 탈퇴 러시는 시중은행들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업계 안팎에서는 신한은행과 국민은행이 탈퇴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KEB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은 아직 탈퇴 논의가 구체적으로 진행되지는 않고 있다.
은행권의 전경련 탈퇴에 대해 업계 안팎의 분위기는 나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올 것이 오지 않았나 싶다"면서 "가장 보수적인 판단을 내리는 은행권에서조차 전경련의 소임은 다 된 것이라는 여론이 팽배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주요 회원사 탈퇴로 창립 이래 최악의 위기에 내몰린 전경련은 내년 2월 정기 총회 때까지 존폐 문제에 대한 결론을 최종적으로 낼 예정이다. 현재 전경련은 주요 회원사를 대상으로 의견을 수렴하고 있으며, 곧 쇄신안을 마련해 내년 2월 600여개 회원사가 참여하는 정기 총회에서 승인을 받을 것으로 예측된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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