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부회장 구속되면 글로벌 이미지 직격탄
네트워크 활용한 해외 사업도 차질 불가피
[미디어펜=조한진 기자]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 여부와 함께 삼성의 ‘미래가치’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 부회장의 구속 여부에 따라 대외신인도, 성장동력, 기업가치 등 리스크가 확대될 수 있기 떄문이다.

이 부회장은 18일 오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출두했다. 구속 여부는 이날 늦은 밤이나 다음날인 19일 새벽에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의 신변은 초미의 관심사다. 삼성과 재계는 물론, 해외 시장에서도 이 부회장을 주목하고 있다. 그의 공백 여부에 따라 삼성의 운명이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이 당분간 경영일선에서 물러날 경우 기존 사업은 물론 투자, 사업계획 등에 대대적인 변화가 전망된다.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8일 오전 영장 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


◇삼성 브랜드 가치 훼손 ‘적신호’

글로벌 시장에서는 지난 12일 이 부회장이 피의자 신분으로 특별검사팀에 출두하자 삼성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가 확산되고 있다. 지난 16일 구속영장이 청구됐을 때는 주요 외신들이 ‘뇌물죄’ 등의 타이틀을 달아 이 부회장 내용을 주요 기사로 타전했다.

만약 이 부회장의 구속이 확정될 경우 금전적으로 환산하기 어려운 기업 브랜드 가치 훼손이 전망된다. 지난해 10월 컨설팅업체 인터브랜드가 발표한 '글로벌 100대 브랜드' 평가에서 삼성전자는 518억달러(약 62조원)의 가치를 인정받았다.

이 부회장이 몸담고 있는 삼성전자는 최근 스위스 다보스 포럼이 발표하는 ‘글로벌 지속가능 경영 100대 기업’에서 빠졌다. 삼성이 이 리스트에서 제외된 것은 4년 만이다. 삼성전자는 2010년 처음 글로벌 100대 기업에 선정된 후 2013년을 제외면 이 명단에 꾸준히 이름을 올렸다.

‘글로벌 지속가능 경영 100대 기업’ 평가는 기업의 규모와 경영 성과가 아니라 환경적, 사회적 측면에서 지속가능 경영 가능성을 중점적으로 평가한다. 사회적 책임과 투명성을 강조하는 기준이 적용된 결과다.

이번 결과는 2015년 상황을 토대로 작성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최근 상황을 고려하면 당분간 삼성전자가 ‘글로벌 지속가능 경영 100대 기업’에 포함되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는 향후 회사 이미지와 브랜드 가치 제고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삼성의 해외 사업에서도 경고음이 들어오고 있다. 우선 미국 자동차 전장기업 하만의 인수가 위기를 맞고 있다. 하만 주주들은 삼성전자와의 합병이 문제가 있다며 집단소송을 제기했다. 일각에서는 최근 삼성 최고경영진이 ‘최순실 게이트’ 수사선상에 오른 것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향후 삼성이 미국의 해외부패방지법(FCPA) 대상기업이 될 경우 해외 사업은 더욱 힘들어 질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막대한 벌금은 물론, 현지 사업과 인수합병(M&A) 등이 통로 자체가가 막힐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재계 관계자는 “글로벌 경영 활동에서 오너와 전문 경영인의 차이는 분명히 있다. 해외 주요 거래선의 경우 전문경영인보다 오너와의 소통을 더 원하고 있다”며 “전문경영인은 언제든 회사를 떠날 수 있다는 인식이 있지만 오너는 끝까지 남아 ‘최종 책임’을 다할 것이라는 믿음이 크다”고 말했다.

   
▲ 삼성 직원들이 삼성그룹 서초사옥의 출입문을 나서고 있다. /연합


◇이 부회장 ‘황금인맥’ 활용 못할 수도

특검 수사전까지 이 부회장은 1년에 120일 가량 해외 출장을 다니며 각국의 정치‧경제‧산업 주요 인사들과 교분을 나눴다. 이는 삼성의 경영활동에 큰 힘이 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주요 업체와의 대규모 납품 계약과 투자, 글로벌 M&A 등에서도 이 부회장의 네트워크가 영향력을 발휘했다는 것이다.

실제 이 부회장은 중국과 인도 등 주요 시장의 국가수반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피아트크라이슬러(FCA)의 지주회사인 엑소르의 사외이사로 활동하는 등 글로벌 무대에서 영향력을 인정받고 있다.

이 부회장은 글로벌 정보기술시장(IT)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첨예하게 대립하는 미국 애플의 최고경영자(CEO) 팀 쿡과도 소통하고 있다. 양사가 날을 세우면서도 대규모 부품 공급계약을 체결하는 것은 이 같은 스킨십의 영향도 적지 않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그러나 이 부회장의 발이 완전히 묶일 경우 삼성의 글로벌 시장 공략에 큰 데미지를 입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북미와 유럽 등 선진 시장은 물론, 신흥시장에서도 삼성의 입지가 약화될 수 있는 것이라는 것이다.

이 부회장은 최근 출국금지를 당하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와의 만남이 무산됐다. 트럼프 당선자는 지난달 주요 IT기업인들을 초청해 의견을 주고받았다. 해외 기업인 가운데 유일한 초청자였던 이 부회장은 이 자리에 참석하지 못했다. 삼성으로서는 돈을 주고도 사기 힘들 절호의 기회를 날린 셈이다.

신흥시장 공략도 문제로 꼽힌다. 특히 최근 급속하게 성장하는 인도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는 걱정이 나온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9월 인도로 날아가 나렌드라 모디 총리를 만났다. 이 자리에서 이 부회장은 인도 현지 투자와 사회공헌 계획 등을 밝혔다. 모디 총리도 “삼성에 대한 기대가 높다”고 화답했다. 이 부회장의 공백이 현실화 되면 이 같은 긍정적인 분위기에 금이 갈 수도 있는 상황이다.

삼성 관계자는 “이 부회장의 글로벌 경영이 제한될 경우 삼성으로서는 손실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라며 “앞으로 대규모 투자와 계약, M&A 등 주요 해외 사업에의 차질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조한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