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홍샛별 기자]갤노트7 사태에 이어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까지 잇단 악재에 삼성을 바라보는 해외의 시선이 예사롭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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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뇌물공여 등의 혐의로 구속된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이 지난 20일 새벽 서울 강남구 특검사무실에서 조사를 마친 뒤 구치소로 돌아가는 호송차로 향하고 있다. /연합 |
20일 미국 여론조사기관 ‘해리스폴’(Harris Poll)이 발표한 2017년 미국 내 기업평판 순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해 49위로 추락했다.
지난해에는 7위에 이름을 올렸고, 앞서 2015년에는 구글‧애플을 제치고 3위에 올라서기까지 한 삼성전자이기에 충격은 더 크다. 삼성전자는 줄곧 해당 순위에서 10위권 안팎을 유지해 왔다.
이 같은 브랜드 가치 하락의 첫 번째 원인은 갤노트7의 발화‧단종 사태에서 찾을 수 있다. 두 번째 원인은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 이 부회장에 대한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수사다. 해리스폴의 조사 시점이 지난해 말이었던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해외 외신들도 총수 구속으로 삼성의 글로벌 행보에 제동이 걸렸다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이 부회장이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으로 이어진 정치 스캔들의 용의자로 수사받으면서 한국에서 가장 강력한 비즈니스 왕조의 왕세자인 이 부회장의 대관식이 지장을 받았다"며 ”지난해 발생한 갤럭시노트7 발열사태 등도 삼성에게 위험 요인이지만 이 부회장의 구속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다"고 보도했다.
이어 블룸버그는 지난 3년 동안 비브랩스, 하만 등 수십 개의 기업을 인수하면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모색해 온 이 부회장의 행적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또 김상조 한성대 교수의 인터뷰를 통해 "이 부회장이 감옥에 가면 리더십 전환이 지연되고 삼성 그룹의 차기 지도자로서의 합법성에 큰 타격을 입힐 것"이라고 염려했다.
BBC와 뉴욕타임스 등 주요 외신들 역시 “재판에서 어떤 결과가 나오든 삼성은 심한 타격을 받을 것”이라며 “당장 삼성에 영향은 없겠지만 장기적으로 미칠 영향이 클 것”이라고 전했다.
일본 닛케이 신문도 "이건희 회장의 부재 속에서 최고경영자를 잃은 삼성의 경영침체가 우려된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삼성은 당장 미국 해외부패방지법(FCPA)의 타깃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해외부패방지법은 미국 증시에 상장한 기업이나 현지 법인을 둔 기업 등이 해외 공무원 등에 뇌물을 주거나 회계 부정을 저지르면 처벌하기 위해 제정됐다. 제재 대상이 되면 과징금 납부는 물론 미국 내 사업에도 각종 제약을 받는다. ‘부패 기업’이라는 꼬리표는 덤이다.
미국 법무부가 최근 해외 부정‧부패 행위에 대한 제한을 강화하는 추세인 만큼 삼성에게 이 법을 적용하지 않으리란 보장도 없다. 미국 현지 변호사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의 본사가 한국에 있는 만큼 FCPA의 직접 적용 대상이 되지 않을 거란 의견도 나오고 있지만 안심하긴 이르다. 트럼프 정부가 본보기식 사례로 삼을 가능성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재계는 갤노트7 단종으로 흔들리기 시작한 세계 시장 점유율 하락세가 자칫 이번 사태로 더욱 가속화되는 것 아니냐며 걱정하는 분위기다. 또 멈춰진 경영 시계 탓에 메모리 반도체, 디스플레이 산업 등 시장 주도권을 잡고 있는 분야에서 후발 주자에 자리를 내 주며 글로벌 기업으로서의 영향력이 줄어드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미디어펜=홍샛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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