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안희정 충남지사가 결국 자신의 ‘박근혜 대통령의 K스포츠재단, 미르재단도 뜻은 선의였을 것’이라고 한 발언에 대해 사과했다.

“김대중 노무현 두 사람을 뛰어넘기 위해 역사와 승부를 보는 심정으로 벼랑 끝에 서 있다”던 그의 의지를 꺾는 것일까. 

더불어민주당의 대권주자인 안 지사와 문재인 전 대표가 최근 ‘선한 의지’와 ‘불의에 대한 분노’로 설전을 주고받았다. 

안 지사는 지난 19일 부산대에서 열린 ‘즉문즉답’ 행사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평가를 묻는 질문에 “그분들도 선한 의지로 없는 사람과 국민을 위해 좋은 정치를 하려고 했는데 법과 제도를 따르지 않아 뜻대로 되지 않았다”고 했다. “K스포츠·미르재단도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대기업의 좋은 후원금을 받아 동계올림픽을 잘 치르고 싶었던 마음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문 전 대표가 “안 지사의 말에 분노가 빠져 있다”며 반박하고 나섰다. “분노는 정의의 출발이며, 불의에 대한 뜨거운 분노가 있어야 정의를 바로 세울 수 있다. 국민의 정당한 분노가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드는 동력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두 사람은 한차례 더 ‘분노’를 놓고 맞붙었다. 안 지사는 문 전 대표가 자신의 발언에서 분노가 빠져 있는 점을 잘 간파했다고 지적하며 “언젠가부터 분노를 사용하지 않는 것이 버릇이 됐다. 지도자의 분노라는 것은 그 단어 하나만 써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피바람이 나느냐”며 대통령후보의 자리에 있는 문 전 대표를 질타했다.

그러자 문 전 대표는 “지금 우리의 분노는 사람에 대한 증오가 아니라 불의에 대한 것”이라며 한번 더 반박했고, 안 지사는 21일 “제 예가 적절치 못했다”며 박 대통령의 얘기를 사례로 든 점에 대해 사과했다. 

   
▲ 안희정 충남지사가 지난 19일 부산대에서 열린 ‘즉문즉답’ 행사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평가를 묻는 질문에 “그분들도 선한 의지로 없는 사람과 국민을 위해 좋은 정치를 하려고 했는데 법과 제도를 따르지 않아 뜻대로 되지 않았다”고 했다가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와 설전 끝에 결국 21일 사과했다./연합뉴스


그러면서도 안 지사는 “분노라는 요소를 적극적으로 표출하기보다는 대한민국 최고 책임자로서 모든 갈등을 해소하고 해결하려는 그 자리에 도전한다”면서 이해와 대화를 통해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자세를 거듭 강조하는 모습을 보였다. 

안 지사는 사과하는 자세로 문 전 대표와의 갈등을 서둘러 봉합했지만 문 전 대표의 안 지사에 대한 일격은 ‘통합’과 ‘협치’를 내세워 중도 확장에 나서온 안 지사를 강력 견제하는 차원이었다.

이번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정국에서 문 전 대표는 "촛불혁명" 등의 발언으로 전통적 야권 지지층의 결집에 주력해왔다. 하지만 안 지사는 지난 12월 탄핵안 가결 직후에도 “분노의 작두를 타는 경지에 오른 정치인이 너무 많지만 이들이 모두 좋은 정치를 한 것은 아니다”라는 주장으로 차별화된 목소리를 낸 바 있다.

“정치인은 평범한 사람들의 삶과 정의에 대해 목소리를 내면 된다”고 강조하는 안 지사는 분명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촛불민심을 이용하는 야권의 노림수에 대해 일단 부정적인 견해를 갖고 있어 보인다.

문 전 대표는 김대중 전 대통령도 노무현 전 대통령도 언급한 바 있는 ‘분노의 정의학’을 강조하기에 급급하지만, 안 지사는 “두 전직 대통령을 뛰어넘기 위해 역사와 승부를 보기 위해 벼랑 끝에 서 있다”는 말로 지난 시대적 과제와 다른 현실적 통합과 협치를 강조하면서 눈길을 끌었다. 

그동안 좌우 정권교체마다 국민의 절반은 반대하던 대통령을 탄핵하기 위한 일에만 골몰해왔고, 그 결과 노무현 전 대통령에 이어 박근혜 대통령이 결국 탄핵 심판대에 올랐다. 

지금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이 진행되는 수개월째 국민들은 찬반으로 나뉘어 광장을 떠날 줄 모르고 있다. 지금과 같은 국민적 갈등의 고리를 끊지 않으면 다음 대통령도 탄핵 대상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지적이 벌써부터 나오는 상황에서 이번 안 지사와 문 전 대표 두사람의 발언을 곱씹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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