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연확장에만 치중, 그 피해는 금융소비자의 몫"
[미디어펜=백지현 기자]금융당국의 신탁업법 개정을 둘러싸고 은행업계와 투자업계를 대표하는 하영구 은행연합회장과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 두 수장의 ‘설전’이 점입가경으로 치달으면서 서로의 ‘밥그릇 지키기’ 로 비화되는 모양새다. 

   
▲ 하영구 은행연합회장과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각 협회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업계는 증권사들이 하는 신탁‧투자업무를, 증권업은 은행이 하는 지급결제나 환전업무를 취급할 수 있도록 서로의 영역을 요구하고 있다. 

이를 두고 “금융소비자의 편익은 외면한 채 수익성에만 몰골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다.

설왕설래하는 ‘겸업주의 도입’ 에 대한 우려는 금융권 내부에서도 감지된다. 업권별 특성을 무시한 채 외연 확대에 치중할 경우 그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 몫이 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금융권의 고위 관계자는 “‘겸업주의’ 도입과 관련해 업계의 두 수장이 설전을 벌인 것도 결과적으로 놓고 보면 ‘수익성 창출’과 직결되는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어 “최근 은행들은 예대마진(예금과 대출의 금리 차이)을 통한 이자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워지면서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전략에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며 “현재의 먹거리로는 더 이상 발전이 없다고 판단함에 따라 금융 산업의 영역을 넓혀가려는 움직임이 빚어낸 일종의 기싸움”이라고 말했다.

그는 “금융장벽을 허물어 소비자들에게 선택권을 확대하기 위한 방편이라고는 하지만 전문적인 역량이 뒷받침되지 않을 경우 그 피해는 고스란히 금융소비자에게 돌아가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무한경쟁이 심화돼 ‘실적주의’ 압박이 심해지면 소비자가 원하는 양질의 상품보다는 수익성이 높은 상품을 호도해서 판매하는 양상이 두드러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번 설전의 발단은 황 회장이 지난 6일 열린 2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은행‧보험에 비해 금융투자 업계가 불합리한 대접을 받고 있다”며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겠다”고 밝힌 데서 시작됐다.

이에 대해 하 회장이 황 회장의 ‘기울어진 운동장론’을 정면 반박하면서 두 업계간 공방으로 치달았다.

하 회장은 20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우리나라는 은행·증권·보험이 각각 다른 운동장에서 놀라는 전업주의를 택하고 있다”며 “운동장이 기울어진 것이 아니라 운동장이 다를 뿐”이라고 반박했다. 

한발 더 나아가 하 회장은 은행권에 불특정 금전신탁을 재허용하는 등 전업주의 대신 겸업주의를 도입해 업권간 벽을 허물어야 한다는 ‘종합운동장’론을 대안으로 내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