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미국발(發) 금리인상이 세계 경제 화두로 떠올랐지만 국내 증권업계는 전혀 대비를 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당국의 규제도 문제지만 자체 수익모델 확립에 대한 고민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3월 기준금리 인상설’이 탄력을 받고 있다. 지난 14일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은 상원 은행위원회 반기 통화정책증언에서 ‘경제의 완만한 확장’과 ‘인플레이션 2% 달성’을 언급했다. 금리인상 기조를 사실상 재확인한 것으로 해석되는 분위기다.

   
▲ 미국발(發) 금리인상이 세계 경제 화두로 떠올랐지만 국내 증권업계는 전혀 대비를 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당국의 규제도 문제지만 자체 수익모델 확립에 대한 고민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연합뉴스


국내 기준금리를 정하는 한국은행의 경우 당장 상반기에 기준금리 추격인상을 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오는 23일에 개최되는 금융통화위원회에서도 현행 1.50%인 기준금리 조정 여부가 논의되지만 국내 채권 전문가 99%는 금리 ‘동결’을 예측했다.

그러나 올해 하반기부터는 한은도 금리인상 기조를 모른 척 할 수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서향미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는 미국과 국내 내수 차이가 존재한다는 점에서 금리 인상이 쉽지 않다”면서도 “(미국이 금리를 인상한 이후) 국내 역시 연말 즈음에 금리 인상 여부를 고려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문제는 국내 증권업계의 대응이다. 그나마 은행업계가 서서히 금리인상을 의식해 대출상품에 반영하고 있는 것과는 달리 증권업계 대응은 전무한 수준이다. 증권업계 투자자들의 민감도가 훨씬 높다는 점을 상기했을 때, 주요국들 금리 상승에 민감하게 반응한 투자자들이 대규모 자금 이탈을 감행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설상가상으로 증권사들의 수익상황도 나빠지고 있다. 현재까지 작년 경영성적을 잠정 발표한 주요 증권사는 총 17개사. 이들의 순이익은 2015년 대비 35.2%나 감소했다. 

업계 1위 미래에셋대우의 경우 2016년 영업이익이 2015에 비해 무려 97.5%나 줄어들어 ‘어닝 쇼크’를 기록했다. 당기순익도 전년 대비 90.9% 줄어든 160억원에 그쳤다.

타 증권사들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SK증권이 49.5%, 유안타증권 46.2%, 대신증권이 43.6% 순익 감소를 공시했다. 골든브릿지증권과 한화투자증권은 아예 적자를 봤다. 

그나마 KTB투자증권이 순이익 15.8% 증가를 공시했고 부국증권, NH투자증권 등이 10% 이상 상승에 성공한 정도였다.

이미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는 금리상승 신호는 증권사 실적에도 악영향을 주고 있다. 채권 금리가 상승하면서 채권평가손실이 트레이딩 부문에 반영된 것. 여기에 거래대금까지 줄어들면서 위탁매매 수수료 수익이 악화돼 전반적인 실적 악화를 면치 못했다.  

증권업계도 현 상황을 위기로 인식하고 있지만 별다른 손을 쓰지 못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 다수는 ‘당국 규제’를 근본 원인으로 꼽는다. 

대형 A증권사 한 관계자는 “최근 증권사들이 금융위에 규제 완화를 요청하는 의견서를 제출한 맥락을 봐야 한다”면서 “투자처 제한이 완화돼야 증권사 상품들이 보다 다양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당국만 바라보고 있기에는 증권사들의 자구 노력이 너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금융업계 한 고위관계자는 “국내 증권사들의 경우 자체 상품개발보다 ‘복제’에 치중하는 경향이 여전해 아무리 규제가 완화돼도 결말은 출혈 경쟁”이라고 꼬집으면서 “창의적이면서 소비자 편익을 보장하는 상품 개발이 선행돼야 업계 전반적인 협상력이 제고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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