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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기업경영, 지분만큼 해야 하나?
1. 서언
2012년 대선을 앞두고 이른바 ‘경제민주화’라는 용어가 범람하였다 이 용어는 작금 ‘재벌개혁’과 동의어로 사용되고 있다. 재벌개혁은 정확한 의미는 재벌을 개혁한다는 것이 아니라 그냥 곧바로 재벌을 해체한다는 목표를 지향한다. 결국 재벌해체 그것이 경제민주화의 궁극의 목표이다. 대기업 지배구조 개선 아닌 개편이 입법과제로 제시되어 2014년 1월 공정거래법 제9조의2가 신설되어 국내 52개 출자제한기업집단의 순환출자 고리가 2015년부터 2016년 상반기가지 365개나 해소되었지만, 2017년 현재 삼성의 순환출자강화문제가 박영수 특검팀의 수사대상이 되어 공정거래위원회가 압수수색을 당하였다. 그리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속되었다. 이미 재벌해체는 시작되었는가?
2. 순환출자의 폐해
순환출자의 폐해는 다음과 같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첫째, 가공자본의 형성으로 지배권이 왜곡된다는 것이다.
가공자본이란 어떤 회사의 다른 회사에 대한 출자가 실물자산을 기준으로 할 때 실물자산의 증가 없이 총자산 혹은 자본금을 증대시키는 것을 말한다.
위 그림에서 장부상으로 자본금이 늘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이 때문에 실제로 재산이 늘어난 것도 아니고, 그 과정에서 누가 손해를 본 것도 아니다. 두 회사의 실질적 자산 가치는 A회사의 사옥 20억원, B회사의 공장시설 80억원을 합친 100억원 그대로이다. 다만, 회사가 둘로 나누어진 것 뿐이다. 이때 80억이 가공자본이다. 가공자본은 어떤 기업이 다른 기업에 투자하면 반드시 생긴다.
순환출자는,
가공자본의 형성으로 무한히 많은 회사를 지배할 수 있다는 것이지만, 실은 가공자본과 순환출자와는 본질적으로 무관하다. 회사가 타 회사에 출자하면 반드시 가공자본이 생기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순환출자는 가공자본의 형성으로 지배권이 왜곡된다는 것은 오류이다. 결국 순환출자로 인한 가공자본의 문제는 더 이상 순환출자 규제의 논거로서는 의미를 상실했다.
둘째, 순환출자는 경제력의 일반집중을 가져온다는 것이다.
위의 순환출자구조에서 순환출자로 인해 경제력의 집중이 심화된다는 징표는 찾을 수 없다. 순환출자와 일반집중 간의 상관관계를 인정할 경험적 증거는 없다. 위 순환출자구조에서 실물 자산총액은 100억 그대로이다[A50억 건물 + B20억 공장 + C20억 농장 = 90억 + 10억(처분가능한 유가증권)]. 다만, 순환출자가 기업그룹 내에서 기업의 수를 확대하는 효과는 분명히 있다. 그러므로 순환출자가 무한정 허용되는 경우 일반집중이 좀 더 용이하다는 정도의 느슨한 상관관계는 인정할 수 있다.
셋째, 지배구조가 왜곡된다는 것이다.
순환출자는 출자없는 회사지배를 가능하게 하므로 기업의 현금흐름에 대한 경제적 권리(소유권)와 지배권(의결권) 사이의 괴리를 발생시키게 된다는 것이다. 바로 가공의결권이 형성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가공의결권은 다음과 같이 설명되고 있다.
甲이 250억을 각 50억씩 출자하여 A, B, C, D, E회사를 설립했다. 나머지 50억씩은 소액주주들이 참여하여 각 회사는 모두 자본금 100억인 회사들이다. 그런데 A회사가 100억을 유상증자하여 이 100억을 B회사에 투자했다. 100억 유상증자로 자본금 200억이 된 A회사에 대한 甲의 25%로 줄어든다. 그런데 B회사 역시 자본금은 200억으로 늘어나고 갑의 지분은 25%로 줄었다. 대신 A회사가 50%의 지분을 갖는다. 甲은 B회사에 대하여 자신의 몫인 25%와 A회사가 가진 지분 50%를 합하여 75%의 지배권(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이 가공자본에 의한 지배권(의결권)의 확대이며, 이를 지배구조의 왜곡이라 부른다.
여기에는 중대한 오류가 있다. 유상증자로 A회사에 대한 甲의 지배권은 25%이다. B에 대한 甲의 지배권도 25%일 뿐이다. A회사가 A회사의 명의로 B회사에 100억을 투자했으므로 A회사의 지분이 50%이며, 이것은 A회사의 이사회가 그 의결권(지배권)을 행사한다. 그럼에도 가공자본에 의한 지배구조 왜곡이라 주장하는 자들은 이 50%를 A회사의 이사회가 아닌 甲 개인이 지배권을 행사한다고 간주해 버리는 오류를 범하는 것이다.
회사가 가진 지배권은 회사, 즉 이사회가 행사하는 것이며, 지배주주가 행사하는 것이 아니다. 이러한 주장대로라면 회사가 보유한 모든 타회사 주식에 대한 의결권은 항상 회사의 이사회가 아닌 지배주주가 행사한다는 논리가 된다. 실질적으로는 지배주주가 행사할 수도 있다는 점은 인정한다. 그러나 주주는 그가 아무리 많은 주식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주주는 주주일 뿐이다. 회사를 경영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이사회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3. 순환출자구조의 발생원인
1) 전제로서의 가족기업
순환출자구조는 재벌기업에서 주로 발생되었다. 재벌은 가족경영회사그룹을 말한다. 그런데 가족경영회사(Family Own Business)는 세계 공통적인 현상이다. 일단 어느 나라를 불문하고 Start-up company의 85%가 가족의 자금으로 창업한다. Start-up company가 성공하면 자연히 가족기업으로 지속적으로 존속, 발전한다. Wal-Mart, Ford Motor, Fiat Group, Carrefour Group, BMW 등 전 세계 기업 중 2/3가 가족기업이다. S&P500 및 Fortune500 글로벌기업의 1/3 이상에 해당한다.1) 가족기업은 매출, 고용, 기업가치, R&D투자 등에서도 비가족기업보다 우수한 성과를 도출하였다.2) 전세계적으로 이들 가족기업이 각국 GDP 대비 45%~85%를 차지하고 있으며, 일자리창출의45%~80% 담당한다.3)
독일 경영학자 헤르만 지몬 박사가 선정한 ‘히든 챔피언’(hidden champion, 즉 규모는 작지만 틈새시장을 차지해 세계 최강으로 자리잡은 기업)의 3분의 2가 가족기업이다.4) 현대 기업은 주식이 널리 분산되고 전문경영인이 경영한다는 일반인들의 생각과는 달리 세계적 기업 중 많은 기업이 가족 또는 국가가 경영하고 있는 형편이다. 그러나 한편 가족기업은 최고의 성과를 내기도 하지만 최악의 성과를 내기도 한다는 것은 널리 알려져 있다.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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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삼성의 순환출자강화문제가 박영수 특검팀의 수사대상이 되어 공정거래위원회가 압수수색을 당하였다. 그리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속되었다./사진=연합뉴스 |
2) 한국의 경우 가족기업의 비율
한국의 경우, 거래소 및 코스닥 상장기업 중 2007~2009년 평균 자산규모 1천억 원 이상 제조업 494개사 중 2006년 기준 73.7%가 가족기업으로 타국에 비하여 다소 높다.6) 한국에서 가족기업의 비율이 높은 이유는 시장 규모에서 찾을 수 있다. 미국과 중국의 대기업의 소유구조가 가족경영이 아닌 비중이 큰 편이다. 시장이 크면 규모의 경제가 크게 작용하며 family business로는 불가능하다. 그러므로 대규모 자금이 필요해지고 기업 창업단계부터 금융회사가 개입하여 기업을 소유하게 도며, 차츰 여러 회사를 consortium 등을 통해 참여하게 된다.
또한 한국의 가족기업이 대물림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아직 기업의 역사가 짧아서 그렇게 보일 수 있다. 가족기업이 3대에서 생존할 확률은 13% 정도인 점을 고려한다면7) 장차는 기업의 부침이 심할 것으로 생각된다.
실례로 우리나라의 재벌 판도는 IMF외환위기 후 3년 동안 격심한 변화를 보였다. 2002년에 발표된 공정거래위원회의 자료에 따르면 1997년의 30대 기업집단 중 4년 사이에 대우(3), 쌍용(7), 동아(10), 한라(12), 고합(17), 아남(21), 진로(22), 해태(24), 신호(25), 대상(26), 뉴코아(27), 거평(28), 강원산업(29), 새한(30)의 14개 그룹이 탈락하였다(괄호 안은 1997년도 순위).8) 가족경영의 장점은 R&D의 효과가 매우 크다는 것, 신속한 의사결정, 안정적 경영권 등을 들 수 있다.
3) 한국의 순환출자는 왜 발생했는가?
대기업이 망하게 되는 경우 정부 주도로 그 기업을 타 기업에게 인수시킨다. 이때 그 부실기업을 인수할 충분한 자금이 없는 기업은 각 계열회사가 조금씩 출연하여 그 부실회사의 주식을 인수한다. 그 과정에서 자연스레 순환출자가 발생하고, 이것은 기업이 원해서라기보다는 정부의 압력에 따른 것일 뿐이다.
특히 한국에서 재벌이 탄생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8.3조치가 중요한 원인이 되었다. 8.3조치란 1972년 8월 3일 정부가 “경제의 성장과 안정에 관한 긴급명령” 즉, 사채동결긴급조치를 선포한 것이 계기가 되었다. 이 조치의 골자는 기업과 사채권자의 모든 채권ㆍ채무관계는 1972년 8월 3일 현재로 무효화되고 새로운 계약으로 대체된다는 것이다. 채무자는 신고한 사채를 3년 거치, 5년 분할상환조건으로 상환하되 이자율은 월 1.35%로 하는 한편 사채권자가 원하면 출자로 전환할 수 있게 하였다.
이 조치로 사채조정과 특별대환실시, 금리의 인하가 기업의 금융부담을 대대적으로 경감해 주었다. 이 조치는 개인 금융시장 및 그 투자자들을 희생시키는 대가로 대기업을 구해준 조치로서, 사유재산을 보호하는 자본주의 시장경제원칙을 분명히 위반한 것이었다. 그러나 이 조치가 없었다면 1973년과 1979년의 오일쇼크를 극복할 수 없었을 것이라는 데 의견이 일치한다. 특히 출자전환 및 법인세와 소득세 감면으로 기업들이 조금이라도 여유가 있는 한 새로 회사를 만들었고 따라서 재벌들이 많은 계열사 내지 자회사들을 만들게 되었다. 이러한 구조 하에 대기업그룹이 탄생할 수 있게 되었는데, 이 구조가 결정적으로 순환출자구조가 되었다.
4) 순환출자는 나쁜 것인가?
미국은 순환출자보다는 M자형 지주회사그룹을 이루고 있다. 그러나 미국과 영국을 제외한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순환출자구조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외국의 어느 나라도 순환출자를 문제 삼지 않는다. 현재는 순환출자 대신 지주회사체제로 전환할 것을 정부가 강력히 유도하고 있지만, 1986년 공정거래법 개정 당시 지주회사를 금지했었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1999년에 제한적으로 허용되었다. 미국, 일본, 유럽 등에서는 기업의 지배구조는 기업이 자율적으로 결정해야할 사항으로 인식하여 지주회사의 설립과 운영 등에 대한 규제를 별도로 도입하고 있지 않는다.
지주회사에 대한 별도의 규제를 도입하기보다는 기업결합이 실질적으로 경쟁을 제한하는 경우에만 경쟁법적인 측면에서 규제하고 있다. 지주회사가 낫다거나 순환출자가 낫다거나 하는 여러 가지 주장이 있지만, 어느 것이 기업 성과에 더 낫다는 증거는 아직 없다. 오히려 지주회사체제에서는 지주회사의 지분만을 상속하면 되므로 재벌의 상속을 도와주는 꼴이 된다. 순환출자로 가든 지주회사체제로 가든, 기업의 자율에 맡겨야 한다.
5) 황제경영은 한국만의 예외인가?
대부분의 선진국은 차등의결권제도를 이용하여 회사를 완전히 지배한다. 특히 유럽은 더하다. 쥐꼬리만한 지분으로 회사를 지배한다는 것은 더 이상 맞지 않다. 현대는 안정적인 경영권이 보장되어야 하고 신속한 의사결정이 가능해야 생존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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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은 기업지배구조란 기업의 성장과 생존에 가장 유리한 구조를 말한다. 부를 더 많이 창출하는 구조가 좋은 기업지배구조일 뿐이다./사진=연합뉴스 |
4. 좋은 기업지배구조
기업은 민주적 조직이 아니다. 기업이 민주적 조직이면 그 기업은 망할 수밖에 없다. 마치 군대가 민주적으로 운영된다면 존재의미가 없는 것과 같다. 신속한 판단과 강력한통제와 일사불란한 지휘체계구축만이 전쟁에서 이길 수 있다. 때늦은 결정, 모두에게 좋은 게 좋다는 판단은 필치명적 패배를 불러올 뿐이다. 좋은 기업지배구조란 기업의 성장과 생존에 가장 유리한 구조를 말한다. 부를 더 많이 창출하는 구조가 좋은 기업지배구조일 뿐이다.
의결권을 지분만큼만 지배권을 가져야 한다는 것은 더 이상 맞지 않는 낡은 이론이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1) 손훈정, 박규석, “가족기업 장점 9選및 경영성과- Family-Owned Business 관련 연구문헌을 중심으로 -”, 전경련, 2012. 7., 7면.
◦한국의 경우, 거래소 및 코스닥 상장기업 중 ’07~’09년 평균 자산규모 1천억 원 이상 제조업 494개사 조사5) 결과, ’06년 기준 73.7%가 가족기업
∙Villalonga, B. & R. Amit(2006), ’94∼’00년 Fortune 500대 기업 지배구조 조사결과, 가족기업이 약 37%을 차지6)
∙Anderson, R. & D. Reeb(2003), ’92∼’99년 S&P500 편입 403개사 중 약 35%인 141개사가 가족기업7)
∙McKinsey & Company(2010), 전체 S&P500 기업의 1/3, 프랑스 및 독일의 250대 기업의 40%가 가족기업8)
∙Ernst & Young(2010),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 스페인, 독일의 기업 1,470개사 대상 조사결과9), 가족기업 비율이 35% 이상
2) 손훈정, 박규석, “가족기업 장점 9選및 경영성과- Family-Owned Business 관련 연구문헌을 중심으로 -”, 전경련, 2012. 7., 16면.
3) IBK Economic Research Institute, “해외 가족기업의 승계 사례 및 시사점”, 2008. 4.
4) 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2/02/17/2012021701210.html
5) Morck and Steier, History of Corporate Governance Throughout the World, 2005,
6) 각주 1) 참조.
7) 매킨지, https://jmagazine.joins.com/economist/view/291127.
8) 김일섭, “기업구조조정의 성과와 과제”, 월간조선 12월호.
(이 글은 자유경제원이 27일 마포 리버티홀에서 개최한 '기업경영권에 대한 잘못된 생각: 기업경영, 지분만큼 해야 하나' 세미나에서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발표한 발제문 전문이다.)
[최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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