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성 해결 최대과제 '소난골' 이달말 '중대 분수령'
'추가 지원 여부 판가름' 작년 사업보고서 발표 촉각
[미디어펜=김세헌기자]유동성 위기로 조선·해운 구조조정의 핵심이었던 대우조선해양과 한진해운. 한진해운이 지난달 결국 파산하면서 해운·조선업계의 시선은 자연스레 또 다른 위기 기업으로 지목되고 있는 대우조선해양에 집중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역시 파산한 한진해운과 마찬가지로 유동성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고 실행에 옮기는데 주력하며 '생존을 위한 버티기'에 총력을 다하고 있으나 돌파구 찾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유동성 위기로 최근 '4월 위기설'이 집중적으로 거론돼온 대우조선해양이 이달 초 올해 첫 수주에 성공하며 숨통을 트이기 했지만, 현 위기 극복을 위해 가장 주요한 과제로 언급되는 '소난골 인도 지연 사태' 해결이 계속 미뤄져 유동성 문제는 벼랑 끝에 서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우조선해양은 경영난에 처한 앙골라 국영석유회사 소난골이 드릴십 2기를 인도해가지 않아 현재까지 1조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4월 위기설'에 휩싸인 대우조선해양의 유동성 확보를 위해 매출채권 유동화 방안이 채권단 내부에서 논의되고 있지만, 그 결과를 예단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6일 채권단과 금융당국, 조선업계에 따르면 주채권은행이자 대주주인 산업은행은 대우조선해양의 매출채권을 유동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이 선박을 선주에게 인도하면서 받게 되는 잔금을 담보로 일종의 자산유동화증권(ABS)을 발행하는 식이다.
 
먼저 증권을 발행해 현금을 확보하고 향후에 선주에게서 받을 잔금을 증권 인수 금융회사에 상환하는 방식이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2015년 6월 인도 시기가 5개월가량 남은 드릴십 1척을 두고 SC은행과 이같은 방식으로 거래해 3억달러의 유동성을 확보했던 적이 있다.

대우조선해양이 올해 안에 선주에게 인도할 예정인 선박은 모두 48척으로, 이들 선박 대부분은 대금의 60∼70%를 인도 때 받는 '헤비테일' 방식으로 계약됐다.

대우조선해양이 예정대로 인도하면 수조원의 돈이 확보된다. 매출채권 유동화는 어차피 들어올 돈을 바탕으로 다른 금융회사로부터 미리 당겨 받겠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대출채권 유동화 방안은 대우조선해양과 선주가 직접 거래하는 것이 아닌 중간에 금융회사가 개입한다는 점이 상이하다. 다만 개념상 모두가 이익을 취할 수 있는 구조이지만 위험 요인이 적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단 담보가 되는 매출채권이 확실해야 하는데, 대우조선해양이 건조한 선박에 아무런 문제가 없어야 하고 선주는 이를 인도받고 잔금을 꼭 내줘야 한다. 

대우조선해양이 제때 제대로 선박을 못 만들거나 선주가 건조된 선박을 인도해가지 못하는 일이 발생하면 이 거래는 깨질 가능성이 있다.

   
▲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

무려 1조원의 자금이 묶여 있어 유동성 부족의 주요 원인이 되고 있는 대우조선해양의 '소난골 인도 지연 사태'가 바로 이같은 문제와 닿아 있다. '소난골'이 드릴십 2척을 발주하고선 선박이 다 건조되자 줄 돈이 없다며 인도를 거부하고 있는 것이다.

대우조선해양은 이달 4400억원의 회사채 만기가 돌아올 예정인 가운데 유동성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기도 하다. 이와 관련해 대우조선해양의 대주주인 산업은행은 이달 중하순께 대우조선해양 회사채 대책을 내놓을 예정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이달 말 나오는 2016년 사업보고서가 향후 대우조선해양의 운명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사업보고서는 분기보고서의 연간 버전인데, 연말 기준 부채비율 등 재무 상태가 외부에 공개되는 것이다.

대우조선해양은 현재 삼일회계법인과 지난해 회계결산 작업을 하는 중이며, 그 결과에 따라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추가 지원 필요성 여부가 판가름 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가장 관심이 주목받는 부분은 부채비율의 정확한 규모다. 지난해 실시한 자본확충으로 대우조선해양은 완전자본잠식 상태에서 벗어날 것이 확실시된다. 산업은행에 따르면 한때 7000%를 넘어갔던 부채비율이 자본확충 이후 3분기 말 기준 최대 900%까지 낮아졌다.

다만 현재 대우조선해양과 회계법인은 지난해 4분기 실적을 둘러싸고 앙골라 소난골 드릴십 인도 지연 등 여러 손실 반영 건을 놓고 엇갈린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4분기 손익이 어떻게 반영되는지에 따라 작년 말 부채비율이 달라져서다.

사업보고서에 담길 부채비율 등 재무 상태에 이처럼 관심이 집중되는 것은 대우조선해양의 수주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소로 꼽혀서다.

대우조선해양은 재무 상태 악화로 수주의 사전 단계인 입찰자격 적격심사에서부터 탈락하는 일이 잦았고, 이에 정성립 사장이 해외출장을 통해 인연이 있는 고객사를 직접 찾아다니며 수주를 위해 힘을 쏟고 있다.

금융당국도 이번 회계법인 결산감사 결과를 보고 대우조선해양 지원의 효과와 회사의 존립 가능성 등을 따져본 뒤 '새로운 정책 방향'을 설정할지 판단하겠다는 입장이다.

한편 1조원의 자금이 묶여 있어 대우조선해양 유동성 위기 해소를 위한 선과제를 꼽히는 앙골라 소난골 드릴십 인도 협상은 이달이 중대한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관건은 유력 회사가 드릴십 운용 업체로 선정되는지인데, 현재 소난골은 몇몇 글로벌 석유회사가 낸 사업제안서를 토대로 용선 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