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한기호 기자]'친박 주홍글씨를 안고 가겠다'며 자유한국당 대선 경선에 출마한 김진태 의원이 16일 '박근혜를 머릿속에서 지워야 할 때'라고 발언한 홍준표 경상남도지사에게 "박근혜를 머릿속에서 지우시려면 (이달 18일) 대선 출정식 장소부터 바꾸는 게 좋겠다"고 견제구를 날렸다.
출정식 장소가 박 전 대통령의 오랜 정치기반인 '대구 서문시장'이라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이에 홍준표 지사는 서문시장이 자신의 '성장 배경'임을 들어 "열 받게 하지 말라"고 응수하는 등 양측은 약간의 입씨름을 벌였다.
신경전의 발단은 김진태 의원이 이날 오전 국회 기자회견을 통해 "홍 지사께서 연일 박 전 대통령을 머릿속에서 지우고 우파는 총결집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고 하는데, 머릿속에 지우개가 있어서 가능하신지 모르겠지만 그게 지운다고 지워지나. 저는 그냥 (박 전 대통령을) 가슴 속에 묻고가겠다"고 포문을 열면서다.
김 의원은 "홍 지사님은 며칠 뒤 대구 서문시장에서 출정식을 한다고 했는데, 그 서문시장은 박 전 대통령이 정치적 고비가 있을 때마다 찾아간 곳이다. 거기에 가면 박 전 대통령이 생각나지 않을까"라며 출정식 장소를 바꾸라는 요구를 내 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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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유한국당 대선주자 김진태(재선·강원 춘천시) 의원과 홍준표 경상남도지사./자료사진=미디어펜 |
홍 지사는 같은날 경남도 서울본부에서 기자들이 김 의원의 발언에 대한 견해를 묻자 "참 어이가 없다. 내가 (대구에서) 초중고등학교 다닐 때 서문시장에서 놀았다. 서문시장이 '박근혜 시장'이냐"고 받아쳤다.
그는 자신이 "걔(김 의원)은 내 상대가 아니다"며 "앞으로 애들 얘기해서 열 받게 하지 말라"고 쏘아붙이기도 했다. 홍 지사와 김 의원 모두 검사 출신으로 사법연수원 14기인 홍 지사는 김 의원(18기)보다 4기수 선배다.
다만 친박계를 싸잡아 비판하는 것은 삼갔다. 김 의원 등 일부 친박 의원이 박 전 대통령의 삼성동 사저를 방문 보좌하는 것을 두고 비박계 나경원 의원 등이 징계를 주장한 데 대해 "의리있고 아름다운데 왜 징계하느냐"고 반문했다.
홍 지사는 "개인적인 인연으로 하는 도리"라며 "(친박계는) 이미 탄핵당한 사람들이다. 탄핵을 박근혜 혼자 당했나"라면서 사저 보좌는 당연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그는 전날(15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반도미래재단 초청 특별 대담에서 트럼프·아베·시진핑 등을 극우 국수주의자로 규정, '우파 스트롱맨(Strong Man)'이 지도자가 돼야한다고 주장한 데 이어 이날 스스로를 거듭 피력하기도 했다.
홍 지사는 "협상을 하려면 배짱이 있어야 한다. 지금 나온 사람 중 홍준표만큼 배짱 있는 사람이 어디 있나. 싸움도 내가 제일 잘한다"며 "대한민국 지도자가 좌파가 되면 트럼프, 시진핑, 아베 중 누가 상대해주겠나. 당선되면 북한 가겠다는 사람(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을 트럼프가 상대해주겠나"라고 반문했다.
반면 김 의원은 자신이 재선 의원임을 감안, 회견에서 '본경선 직행' 특례규정 철회를 거론하며 "1차 시험에서 면제 후보가 없어져 다행이고 환영한다. 훌륭한 선배들을 모시고 한수 잘 배우겠다"고 몸을 낮췄다.
홍 지사의 지지율이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 대선 불출마 선언 직후 실시, 이날 발표된 리얼미터 여론조사 결과 7%대로 배증한 것에 대해서도 "그나마 다행이다. 없는 것보다 낫지 않느냐. 앞으로 저도 넣어서 여론조사를 해줬으면 한다"면서도 "큰소리 치고 나와서 과연 (지지율이) 얼마나 나올지 걱정"이라는 심경을 밝히기도 했다.
한편 홍 지사는 황교안 권한대행 불출마 이후 상황에 대해 "우파들이 대안을 찾아가는 과정"이라며, 더민주로 급격하게 쏠린 지지율을 회복하는 데 대해서는 "시간이 좀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디어펜=한기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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