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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자이사제, 가보지 않은 길 아닌 결코 가지 말아야 할 길
기업경쟁력 약화 주가·수익 저하 불보듯…유럽 실패 사례 교훈 삼아야
승인 | 편집국 기자 | media@mediape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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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승인 2017-03-19 09: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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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동응 경총 전무
대선이 두달도 채 남지 않았다. 몇몇 대선주자들은 노동이사제를 도입하겠다고 한다. 물론 이 제도들이 한때는 유럽에서 긍정적이고 효과적인 역할을 했을 수 있다. 과연 우리나라에서도 같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을까?

유럽의 근로자이사제를 살펴보자. 근로자이사제를 도입하고 있는 대표적인 국가는 독일이다. 독일의 경제는 사회적 시장경제체제를 원칙으로 한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협력과 타협에 대한 오랜 경험을 통해 노사가 갈등을 해결하는 과정에 익숙하다.

반면 우리나라는 자유시장 경제체제를 원칙으로 한 주주자본주의다. 노사관계는 138개국 중 135위를 기록할 만큼 대립적이다. 경제‧사회‧문화적 역사와 배경, 법제도적 환경도 다르다.

근로자이사제를 도입해 시행하고 있는 서울시는 유럽국가들의 사례를 들며 근로자이사제 도입으로 대립과 갈등의 노사관계가 상생과 협력의 노사관계로 전환된다고 홍보했다. 과연 유럽국가들이 근로자이사제 덕분에 노사관계가 안정되었을까? 우리나라도 근로자이사제만 도입하면 노사관계 꼴찌를 탈피할 수 있을까?

우리 노사관계에서의 갈등은 근로자이사제의 부재 때문이 아니라 70~80년대 노동운동을 거쳐 지금까지 쌓여 온 여러 사회‧경제적 요인들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오히려 근로자이사제의 부재가 아니라 노동조합의 투쟁으로 점철되어온 노사간 힘의 불균형에서 그 원인을 찾아야 한다.
 
현실을 천천히 들여다보면 더 명확해 진다. 임금동결과 보너스 폐지 등으로 경영위기를 극복해 온 폭스바겐과 기업이 위기상황에 직면해도 임금인상과 복지 확대를 요구하며 파업을 해 온 현대중공업의 사례는 극과 극이다.

근로자이사제도 마찬가지다. 구조조정이 불가피했던 세계 금융위기 때 노동이사들이 명예퇴직을 유도하고 시간제 일자리를 마련하는 등 최선을 다했다는 스웨덴 볼보의 사례에 대한 기사가 있었다.

우리의 현실은 어떤가? 서울시가 근로자이사제 도입을 추진하자 지하철노조는 근로자이사제로 성과연봉제나 저성과자 퇴출 등의 도입을 저지하겠다고 홍보했다. 국내 1호 근로자이사로 임명된 서울연구원의 연구위원은 인터뷰에서 정규직과 동일한 비정규직 복지, 석사급 연구원들의 고용안정, 지원부서 인사적체 해고, 근무환경 개선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 서울시는 근로자이사제 도입이 노사관계 패러다임을 상생과 협력으로 전환하기 위한 시대적 과제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한 발짝 물러나 냉철한 시각으로 바라보면 근로자이사제 도입은 박원순 시장의 노동편향적 정책 중의 하나일 뿐이다. 근로자이사제는 '가보지 않은 길'이 아니라 다른 나라들이 '가지 말라고 충고한 길'이다. /사진=연합뉴스

서울시가 홍보해 온 상생과 협력으로의 전환을 위한 근로자이사제의 모습은 분명 스웨덴 볼보의 사례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현실은 근로자이사제가 단체교섭이나 노사협의회 외에 또 하나의 근로자들의 요구사항 관철을 위한 창구로, 근로자이사는 노동조합 외에 근로자의 이해를 대변하는 또 하나의 대리자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서울시는 근로자이사제 도입이 노사관계 패러다임을 상생과 협력으로 전환하기 위한 시대적 과제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한 발짝 물러나 냉철한 시각으로 바라보면 근로자이사제 도입은 박원순 시장의 노동편향적 정책 중의 하나일 뿐이다.

서울시는 박원순 시장 당선 이후 '노동존중특별시'를 내세우며 근로자이사제 외에도 법원의 판결을 무시하고 산하기관의 해고자를 복직시키고, 시민명예노동옴부즈만을 도입하는 등 편향된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양노총에 2016년에만 약 37억원에 달하는 보조금을 지원했다. 결국 근로자이사제는 우리 노사관계에 있어 시대적 과제라기보다는 박원순 시장의 친노동 정책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근로자이사제 도입을 주장하는 측에서는 유럽, 특히 독일에서의 근로자이사제를 롤모델로 소개한다. 나아가 독일이 여러 위기와 혼란에도 불구하고 최고의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것이 근로자이사제가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런 주장은 평면적 시각에 따른 아전인수(我田引水)격 평가다.

독일은 슈뢰더 전총리가 지지층인 노동계의 강한 반발에도 친노조정책을 포기하고 노동시장의 유연화, 기업규제 완화, 복지 축소 등을 핵심으로 한 '하르츠 개혁'을 추진해 경제위기를 극복했다. 근로자이사제가 아니라 노동복지 개혁정책과 강력한 구조조정 때문이라는 것이 지배적인 견해다.

오히려 많은 독일 기업들이 근로자이사제가 기업경쟁력에 불이익을 주고 이사회 결정이 늦어지는 문제가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특히 독일의 공동결정제도가 기업의 생산성과 수익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거나 근로자이사제를 도입한 기업들이 주가와 수익의 하락을 경험했다는 다수의 분석도 있다.

결국 근로자이사제 시행을 위한 오랜 역사와 경험, 경제적 사회적 배경을 갖추고 있는 유럽에서도 근로자이사제가 갖고 있는 한계와 문제점들이 노출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하나의 경제‧사회적 제도는 다른 제도들과 유기적이고 조화롭게 작동될 때 그 효과를 거둘 수 있다. 근로자참여제도(employee involvement) 역시 마찬가지다. 세계 각국은 금융과 자본시장의 특성, 기업문화와 노사관계 환경 등에 따라 단순한 제안제도부터 경영참가(employee participation)까지 다양한 제도를 갖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근로자이사제와 같은 의사결정참가 유형 중 하나인 '노사협의회제도'를 이미 시행하고 있으며, 재산참가 유형인 '우리사주조합'도 도입되어 있다. 특히 '근로자참여 및 협력증진에 관한 법률' 제4조는 상시 30인 이상 사업장에 노사협의회 설치를 강제해 근로자의 경영참여나 노사간 소통과 협력을 유도하고 있다. 성숙하고 건전한 노사문화만 확보된다면 현행 제도를 충분히 활용해 세계 어느 나라 못지않은 협력적 노사관계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서울시는 근로자이사제 홍보자료 마지막 문구로 "가보지 않은 길은 두렵습니다. 그러나 누군가는 가야할 길입니다"라고 했다. 하지만 근로자이사제는 '가보지 않은 길'이 아니라 다른 나라들이 '가지 말라고 충고한 길'이다.  /이동응 경총 전무
[이동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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