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유보 전부 기업 잔고는 아냐" 유력정치인 중 첫 지적
[미디어펜=한기호 기자]자유한국당 대선 본경선에 진출한 다선(多選) 정치인들이 22일 '10대 대기업 사내유보금 550조원' 공론을 벌이는 가운데 김진태(재선·강원 춘천시) 의원이 "(사내유보금은) 기업이 돈 쌓아놓은 게 아니다"고 일침했다.

550조원이라는 액수가 전부 즉각적 투자가 가능한 현금성 자산인 것처럼 간주하는 정치권의 대선주자들 사이에서는 첫 문제제기라고 할 수 있다. 보수우파 선명성 경쟁의 선봉에 선 홍준표 경남지사(기호 4번)도 비판 대상에 들어가 눈길을 끌었다.

이날 오후 부산 KNN 스튜디오에서 열린 한국당 대선후보자간 영남권 방송3사(KNN·TBC·UBC) TV토론회에서는 이인제 전 최고위원(기호 1번)이 "검찰이 재벌총수들을 도망갈 사람들도 아닌데 몇달 째 출국금지 시켜놓는 등 이렇게까지 경제를 위축시켜놓으면 안 된다"며, 이에 관한 김관용 경북지사(기호 2번)의 생각을 물었다.

   
▲ 22일 오후 부산 KNN 스튜디오에서 열린 영남권 방송3사(KNN·TBC·UBC) TV토론회에서 김진태 의원(기호 3번)이 홍준표 경남지사(기호 4번)에게 질문을 하고 있다./사진=KNN 방송 캡처


그러자 김관용 지사가 "재벌의 탐욕도 있었던 건 사실"이라며 "탐욕은 막되, 예를 들면 10대 재벌이 가진 사내유보금이 550조라고 하는데 이런 게 사업 자금으로 풀려야 중소기업 가계도 산다"고 '사내유보 550조' 프레임을 먼저 꺼내들었다.

이후 김 지사가 홍준표 지사에게 해외 기업의 국내 투자 유치 방안을 물었을 때도 홍 지사가 "말씀대로 국내 재벌 사내유보만 해도 500조라고 했는데"라고 전제한 뒤 "외국인 투자보다도 강성 귀족노조를 막아주고, 재벌을 범죄시하지 않고, 국내 재벌 사내유보를 투자할 길만 열어줘도 경제가 살아난다"고 답하며 공감대를 이뤘다.

사내유보금에 대한 문제제기는 김 지사가 기호 3번 후보 김진태 의원에게 물었을 때 나왔다.

저출산 대책을 묻는 질문에 김 의원은 "아이를 편하게 키울 수 있는 환경이 되면 아이를 많이 낳게 되고 경제활력 (제고로) 이어질 것"이라는 원론적인 답변을 했다.

이어서는 "그런데 사내유보금 말씀들이 많으신데, 그건 기업이 돈을 쌓아놓은 게 아니라 사내 장부 상으로 (있는 개념)"이라고 지적했다.

사내유보금은 기업이 벌어들인 이익에서 배당과 법인세 과세 등을 하고 남은 '이익잉여금' 계정과 자본거래를 통해 생긴 차익인 '자본잉여금' 계정의 액수를 합친 회계상 개념이다.

정치권 등에서는 '30대 그룹 700조원' '10대 그룹 550조원' 등 해당 액수의 현금성 자산을 기업이 쌓아둔 것이라는 주장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상당 부분은 이미 실물 설비투자나 재고 등 자산으로 전환되는 등 경영활동에 사용되고 있으며, 단기간 내 현금화 가능한 자산은 전체 액수의 20%를 밑돈다는 게 학계의 지적이다.
[미디어펜=한기호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