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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정근 건국대 금융IT학과 특임교수, 한국금융ICT융합학회장 |
대선공약과 재정건전성
권력쟁취를 위하여 대중인기에 영합하는 선동적 정치운동을 포퓰리즘이라고 한다. 인기영합 대중선동주의라고 할 수 있다. 포퓰리즘은 우선 국민통합 보다는 정치경제 교육 사회 문화 언론 등 여러 면에서 소수의 타락한 지배계급과 고통 받는 다수의 착한 서민대중으로 구분한다.
부유층과 빈곤층, 대기업과 중소기업, 일류학력과 보통학력, 주류언론과 비주류언론, 1%와 99% 등이다. 그런 다음 서민대중의 고통이 소수지배계급 때문이라고 적대감을 조장하면서 지배계급타도가 곧 민주주의 길이라고 강변한다.
포퓰리스트 본인들은 서민대중의 편에 섬으로써 가장 민주적인 것처럼 위장한다. 서민대중의 의견이 곧 국민의 뜻이고 국가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므로 기득권이 지배하는 기존 질서를 부정하고 새로운 질서를 창출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법규나 규율도 무시하기도 하고 서민대중과 직접 소통한다면서 대의민주주의를 폄하하기도 한다.
여기에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함정이 있다. 우선 누가 국민인가 하는 점이다. 오늘날처럼 사회가 디지털화되어도 5천만 국민 목소리 모두를 들을 수는 없다. 결국은 국민전체보다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친숙하고 결집력과 행동력이 강한 일부 젊은 네티즌의 의견이 더 많이 반영되고 침묵하는 다수가 무시되는 비민주성을 내포하게 된다. 심지어 이들을 이용하여 포퓰리스트에 우호적인 방향으로 여론을 조작하고자 하는 유혹에 빠지기도 한다. 이른바 디지털 포퓰리즘에 토대를 둔 사이버민주주의의 비민주적 위험성이다.
뿐만 아니라 설혹 다수 국민의 의견이 수렴되었다고 하더라도 속성상 전체보다는 개인, 장기적 안목보다는 단기적 이익을 먼저 생각하는 개개인 선의 합이 전체적이고 장기적으로 보아야 하는 국가전체의 공동선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은 여전히 남는다.
정부제공 사회서비스나 현물급여 등 복지혜택은 많이 받을수록 개개인에게는 선이겠지만 국가 전체적으로는 재정파탄 등 선이 아닐 수도 있다는 점을 2011년 발생한 남유럽사태가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문제 때문에 직접민주주의의 민주성에도 불구하고 인류는 대의민주주의를 창출한 것이다. 민주주의의 발상지인 고대 그리스의 예처럼 대의민주주의는 직접민주주의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생긴 차선책이 아니다.
또한 대중선동과정에서는 합리적 이성과 건전한 상식에 의한 판단보다는 감성적이고 자극적인 충동이 앞서게 된다. 서민대중의 고통은 소수의 지배계급 때문이라는 단순화된 여론몰이식의 감성적이고 자극적인 충동으로 대중을 선동한다.
오늘날과 같이 복잡하고 불확실한 사회에서 일반 대중은 오히려 단순하고 감성적인 충동을 앞세우는 선동가가 조작하는 여론에 의해 지배되고 조종되게 된다. 결국은 선동적인 포퓰리스트의 비민주적 지배체제가 강화되고 서민대중 고통해소는 요원하게 된다. 합리적 이성과 건전한 상식이 지배하지 않는 사회를 건강한 사회라고 할 수 없다. 플라톤이 지적한 중우정치에 빠질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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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보들은 주로 복지와 일자리 창출에서 재원조달이 확실하지 않은 공약들을 제시하고 있다. 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일자리에서 24조원, 복지에서 3조원 재원이 소요되는 공약을 제시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역사적으로도 포퓰리스트 통치 결과 경제파탄을 초래하여 극좌정권이 등장하거나 쿠테타로 극우정권이 등장한 사례는 허다하다. 결국 이론적으로나 역사적 경험으로나 포퓰리즘은 민주주의의 적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포퓰리즘 추방을 위해서는 우선 국민들의 의식이 깨어 있어 포퓰리즘에 휩쓸리지 않아야 한다.
언론 시민단체에서는 엄정한 잣대로 민주주의를 위장한 포퓰리즘 공약들을 걸러내어 국민들에게 알려주어야 한다. 엄정한 법치를 시행하고 재정건전성 유지를 위한 재정위원회 설립 등 제도적 장치도 강구해야 한다.
이번 대선정국에서도 예외 없이 포퓰리즘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대선 후보들이 제시하는 정책들이 포퓰리즘인가 아닌가는 다음 몇 가지 기준으로 살펴 볼 수 있다. 첫째, 재정지속가능성 여부다. 포퓰리즘은 퍼주기로 인기를 얻으려고 한 나머지 과도한 재정지출로 재정이 지속 불가능하게 되어 심할 경우에는 재정위기를 초래한다. 둘째, 근로동기 없이 그냥 퍼줌으로써 근로유인을 저하시키고 성장 동력을 약화시킨다.
셋째, 사회통합보다는 대기업 대 중소기업, 부자 대 빈자, 강자 대 약자 등 사회분열을 조장하며 본인들은 사실은 기득권을 향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약자인 양 행세한다. 이런 여러 기준으로 대선 후보들의 정책이 포퓰리즘인지 아닌지 구분해 볼 수 있지만 여기서는 재정지속 가능성을 중심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우선 현재 까지 발표된 주요 대선후보들의 공약을 언론에 보도된 것을 중심으로 정리해 본 것이 다음의 표이다.
이 표를 보면 후보들은 주로 복지와 일자리 창출에서 재원조달이 확실하지 않은 공약들을 제시하고 있다. 자세한 내용은 정리된 표를 참조하기 바란다. 지금까지 제시된 공약들을 보면 유승민 후보가 복지에서 8조원, 남경필 후보가 복지에서 2조원, 일자리에서 2조원, 안철수 후보가 일자리에서 6조원의 재원이 소요되는 공약을 제시하고 있다. 민주당의 문재인 후보는 일자리에서 24조원, 복지에서 3조원, 이재명 후보는 일자리에서 18조원, 복지에서 43조 원의 재원이 소요되는 공약을 제시하고 있다.
문재인 후보의 일자리공약에서 24조원은 공공부문 일자리 81만 개 창출을 공약한데 따른 것이며 이재명 후보의 복지 43조원은 기본소득 도입 주장에 따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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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표 1】 대선후보 정책 요약 |
이러한 포퓰리즘 공약이 한국의 재정구조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아직 자세한 공약들이 나오지 않아서 보다 정확한 계량화를 하는데 한계가 있지만 지금까지 나온 공약에 필요할 것으로 추정되는 재원소요액을 토대로 분석해 보면 다음과 같다.
우선 공약이 반영되기 전 복지지출+연금보전+건강보험국고지원/예산 비율이 2030년 경 50%를 돌파하는 것으로 추정되었으나 이재명 후보의 기본소득이 반영될 경우 그 보다 10년 빠른 2020년 경 50%를 돌파하고 2030년경에는 54%까지 높아지는 것으로 추정되었다.
예산에서 복지관련 지출이 50%를 넘어선다는 것은 공공행정. 국방 등 경직성이 큰 지출을 고려하면 사실상 예산운용이 어려워지는 상황이다. 이는 한국의 재정이 이번 대선 공약들이 반영될 경우 대략 2030년 전후해서, 빠르면 그보다 일찍 재정위기 발생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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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 1】 공약 전후 복지지출+연금보전+건강보험국고지원 소요액 비교./자료=국회예산정책처, 2014-2060 장기재정전망(2014) 및 각 공단자료 이용 계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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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 2】 공약 전후 복지지출+연금보전+건강보험국고지원/예산 비율 비교./자료=국회예산정책처, 2014-2060 장기재정전망(2014) 및 각 공단자료 이용 계산 |
공약 반영 전후 국가채무의 대GDP 비율도 2020에 37%에서 40%로, 2030년에 54%에서 55%로 증가해 재정운용에 부담이 될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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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 3】 공약 전후 국가채무 비교./자료=국회예산정책처, 2014-2060 장기재정전망(2014) 및 각 공단자료 이용 계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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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 4】 공약 전후 국가채무/GDP 비율 비교./자료=국회예산정책처, 2014-2060 장기재정전망(2014) 및 각 공단자료 이용 계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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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 5】 공약 전후 국가채무/GDP 비율 비교 |
국가채무에 국가보증채무, 장기충당부채, 준공공기관부채, 한은통안증권 등을 포함한 광의의 국가부채의 대GDP 비율은 이미 100%를 넘어 위험수위를 보이고 있는데 이번 포퓰리즘 공약이 시행될 경우 더욱 증가해 위험도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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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 6】 공약 전후 국가부채 비교./자료=국회예산정책처, 2014-2060 장기재정전망(2014) 및 각 공단자료 이용 계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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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 7】 공약 전후 국가부채/GDP 비율 비교./자료=국회예산정책처, 2014-2060 장기재정전망(2014) 및 각 공단자료 이용 계산 |
이상의 분석은 잠재성장률이 변화가 없을 경우를 전제로 한 것이다. 만약 거의 모든 후보들이 반기업정서에 편승해 공약하고 있는 바와 같이 재벌개혁이란 이름하에 기업투자를 옭죄는 규제조치들을 남발하고 일부 후보들이 공약하고 있는 바와 같이 복지지출 재원 마련을 위해 법인세를 인상할 경우에는 잠재성장률이 하락하고 그 결과 재정수입도 줄어들어 재정위기 시기가 더욱 앞당겨질 우려가 있다.
또 일부 후보들이 국민연금과 건강보험의 지급을 확대할 경우에는 국민연금과 건강보험의 고갈시기가 더욱 앞당겨져서 2040년 전후에는 공적연금대란 공적보험대란이 발생할 가능성도 전망된다.
분석 결과를 종합해 보면 이번 대선후보들이 공약하고 있는 바와 같이 복지지출은 늘리고 일자리는 공공부문 중심으로 만들고 기업투자는 옭죄면서 법인세는 인상할 경우 한국은 머지않은 2030년 전후, 빠르면 그보다 전, 지금 30대의 청년들이 불과 40대가 되었을 때 심각한 재정위기와 연금 보험위기에 직면할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되어 대책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보인다. /오정근 건국대 금융IT학과 특임교수, 한국금융ICT융합학회장
(이 글은 바른사회시민회의가 23일 주최한 「대선포럼」 정책토론시리즈(7) ‘대선 공약을 통해 본 국가재정의 지속가능성’ 토론회에서 오정근 건국대 금융IT학과 특임교수가 발표한 발제문 전문입니다.)
[오정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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