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도시바 메모리 반도체 사업 인수에 10조 이상 베팅
최 회장 의중 반영…인수 성공 시 낸드 플래시 메모리 2위 점프
[미디어펜=조한진 기자]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일본 도시바의 메모리 반도체 사업 부문 인수를 위해 승부수를 던졌다. 고속 성장이 전망되는 낸드플래시 메모리의 경쟁력을 강화를 위한 포석이다.

29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일본 재무적 투자자(FI)들과 함께 이날 오후 12시에 마감된 도시바의 예비 입찰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 최태원 SK그룹 회장 /사진=SK 제공

이번 입찰에 대해 SK하이닉스는 공식 언급을 삼가고 있다. 회사 관계자도 “현재로서는 아무것도 답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지난 2월 1차 입찰에서 2조∼3조원을 제시했던 SK하이닉스가 이번에는 10조원 이상을 써 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분 과반 인수와 경영권 프리미엄을 더한 비용이다.

이 같은 SK하이닉스의 과감한 베팅은 최 회장의 의지가 크게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SK의 차세대 성장 동력 가운데 하나로 반도체를 점찍은 최 회장은 공격적인 투자를 집행하며 경쟁력을 빠르게 끌어 올리고 있다.

SK하이닉스의 도시바 인수전에는 최 회장의 신임을 얻고 있는 박성욱 SK하이닉스 부회장과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이 전면에서 뛰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 회장이 큰 그림을 그리고 박 부회장과 박 사장이 실무를 진두지휘하는 시스템이다.

박 사장은 SK그룹 내에서 인수합병(M&A) 전문가로 손꼽힌다. 앞서 한국이동통신과 하이닉스반도체 인수 등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했다. 엔지니어 출신인 박 부회장은 SK하이닉스의 질적·양적 성장을 견인한 주역으로 평가 받는다.

SK하이닉스의 도시바 인수 가능성은 오리무중이다. 대만의 훙하이 그룹 계열 폭스콘과 미국 반도체업체 마이크론테크놀러지, 웨스턴디지털 등이 도시바 메모리 사업에 관심을 보이면서 치열한 인수전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그동안 SK하이닉스는 글로벌 2위를 기록하고 있는 D램에 비해 낸드플래시 경쟁력이 다소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았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SK하이닉스는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점유율 10.4%로 4위를 기록했다. 이 기간 삼성전자가 36.6%로 선두를 지켰고, 도시바(19.8%)와 웨스턴디지털(17.1%)이 뒤를 이었다.

SK하이닉스가 도시바 메모리 사업 인수에 성공할 경우 2위로 올라 삼성전자와 양강구도를 형성할 수 있게 된다.

   
▲ SK하이닉스의 3D 낸드 기반 NVMe SSD /사진=SK하이닉스 제공

도시바 인수와 별개로 SK하이닉스는 최근 낸드 플래시 메모리 역량 강화에 매진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SK하이닉스는 2조2000억원을 투자해 충청북도 청주에 공장 증설을 결정했다. 신규 라인에서는 3D 낸드플래시 메모리가 주로 생산될 예정이다. SK하이닉스 이천 M14 공장에서는 올해부터 3D 낸드플래시 메모리가 본격 양산을 시작한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연말 양산을 시작한 48단 3D 낸드 플래시 메모리를 통해 수익성을 개선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4세대 72단 3D 낸드플래시 메모리도 상반기 중 완료할 예정이다.

한편, 도시바는 30일 임시주주총회를 열어 메모리 사업부문의 분사를 결의하고, 오는 6월 쯤 우선협상 대상자를 선정할 예정이다. SK하이닉스는 예비 입찰을 통과해 본입찰에 들어갈 경우 사업성 등을 면밀히 검토한 뒤 최종 인수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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