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한기호 기자]유승민 바른정당 대선후보의 네거티브로 시작된 자유한국당 대권주자 홍준표 경상남지사와의 대립각이 첨예해지고 있다. 서로의 '역린'을 건드리는 양상이 지속되고 있다.
홍준표 지사가 '성완종 사건' 항소심 무죄 판결을 받았으나 3심을 남겨놓은 점을 두고 유승민 후보는 지난 16일부터 출마 자격을 문제삼아왔다. 약 한달 전만 해도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불출마 이후 바른정당이 홍 지사에게 잇단 '러브콜'을 보냈던 기조를 정면으로 뒤집은 셈이다.
유 후보는 지난 28일 당 대선후보 선출 직후 기자간담회에서도 "대법원에서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는 일"이라며 "대통령이 된 다음 재판을 받으러 가는 상황은 이해가 안 된다. 그 점에 대해서도 (후보단일화)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날을 세웠다.
이와 관련 약 2주간 침묵을 지켜온 홍 지사는 전날(29일)에 이르러 "한마디 하겠다"고 운을 뗀 뒤 "TK(대구경북) 지역은 '살인범도 용서를 하지만 배신자는 용서하지 않는다'는 정서"라며 "그래서 TK가 본거지이자 독무대인데도 유 의원이 안 뜨는 것"이라고 직격했다. 재판 논란에 대해서는 당내 경선에서 김진태 의원과의 공방 도중 언급한 내용으로 갈음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내 생각이 아니고, 대구 서문시장에 출마 선언을 하러 갔을 때 상인들이 전부 입 모아서 하는 얘기가 그렇더라"라며 "그 정서를 극복하고 선거운동하는 게 맞다. 나를 걸고 넘어져본들 자기가 뜨진 않는다"고 쏘아붙였다. "TK는 내가 적자"라고 못박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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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른정당 대선후보 유승민 의원(왼쪽)과 자유한국당 대선 경선후보 홍준표 경상남도지사./사진=바른정당 유튜브 방송·SBS 캡처 |
이에 30일 유 후보 캠프 수석대변인인 지상욱 의원은 "TK 시민들을 욕보였다. 과연 위법행위로 재판 중에 있는 막말후보다운 발언"이라면서 "인격수양과 국어공부가 먼저"라고 기다렸다는 듯 원색 비난을 퍼부었다. 유 후보에 대한 여론조사 지지율 열세 지적에는 "탁류 속의 잉어는 보이지 않는 법, 물이 맑아질 때까지 기다릴 뿐"이라고 응수했다.
같은날 국민일보에서 보도한 단독 인터뷰에 따르면 유 후보는 'TK의 배신자 정서는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박근혜냐 유승민이냐"라며 "헌법과 법률을 위반해 파면된 대통령을 TK가 계속 끼고 갈 것이냐"고 지역 민심을 '훈계'하는 듯한 언급을 남겼다.
홍 지사는 이날 여의도 당사 기자회견에서 유 후보에게 역공을 취한 이유에 대해 "서문시장에서 들은 얘기를 전한 것 뿐"이라면서도 "주적은 문재인(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인데 자꾸 나를 상대로 시비를 걸어대니까 하지 말라는 것이다. 다른 뜻은 없다"고 밝혔다.
이어 "만약 유 후보가 자꾸 그러면 2012년 대선 때 이정희(구 통합진보당 전 대표)가 박근혜한테 한 역할밖에 안 된다"고 쏘아붙였다. 극좌성향 이정희 전 통진당 대표는 '박근혜 떨어뜨리려 대선에 나왔다'는 언급으로 유명세를 탔었다.
그러자 유 후보는 경기 포천시장 재보궐선거 지원유세 직후 기자들과 만나 홍 지사의 발언에 대해 이 전 대표는 그 때 제일 극좌에서 나와서 선거를 굉장히 혼랍스럽게 한 후보"라며 "이 전 대표는 홍 지사와 (성격이) 가깝다"고 주장했다.
홍 지사의 TK 정서 언급에 대해서는 "영화에서 많이 보던 조폭들이나 하던 얘기"라고 일축한 뒤 "홍 지사가 국정농단에 책임이 있고 대통령을 망친 진박 세력들의 등에 업혀 출마하겠다는거 같은데 그런 후보와의 단일화는 갈수록 멀어지는 것 아닌가"라고 비난했다.
또 지상욱 수석대변인도 '추가 촌평'을 내며 가세해 "홍준표 지사님. 이정희는 종북, 좌빨입니다. 제발 헷갈리지 말아주세요"라고 비꼬았다. 네거티브 공방이 격화하는 가운데 '종북 좌빨' 언급을 유 후보측에서 먼저 꺼낸 셈이다.
[미디어펜=한기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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