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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가 되고 정치가 된 세월호에 반대한다
안전불감증이 사고의 본질…예방과 무관한 노란리본 퍼포먼스만
승인 | 편집국 기자 | media@mediape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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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승인 2017-04-17 11:2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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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가 되고 정치가 된 세월호에 반대한다

1993년 10월 10일에 전북 부안군에서 서해훼리호가 침몰했다. 292명이 사망했다. 이익을 더 내기 위해 승선정원을 초과시킨 상태에서 좋지 않은 기상상태를 무릅쓰고 무리하게 항해하다 벌어진 일이었다. 조금이라도 더 이익을 내기 위해 정해진 법과 원칙을 무시한 참혹한 결과였다.

1995년 6월 19일에는 서울 서초동에 있는 삼풍백화점이 붕괴했다. 502명이 사망하고, 937명이 부상당했으며, 6명이 실종된 끔찍한 참사였다. 붕괴 이후에 백화점 건물이 얼마나 부실하게 지어졌나 드러났다. 무단으로 설계를 변경하고 무리한 증개축을 했다. 붕괴 사전 징후 및 경고도 무시했다.

2003년 2월 18일에는 대구 지하철에서 화재 참사가 발생했다. 대구 중앙로역에서 한 50대가 방화를 저질러 화재가 시작되었고 객차 12량이 전소했다. 그 결과 192명 사망, 151명 부상, 21명이 실종되었다. 지하철 측의 화재안전관리가 부실했고 매뉴얼에 따라 비치되어 있어야 할 안전설비들이 없거나, 노후했다.

대한민국이 원조를 받는 나라에서 원조를 주는 나라로, 상대적으로 ‘잘 사는 나라’가 된 게 벌써 20년이다. 그 20년 동안 위와 같은 안전사고는 끈임없이 벌어져왔다. 이유는 명확하다. 초압축성장을 통해 경제는 눈부신 발전을 이룩했지만, 사회제도나 안전 등에 대한 국민의식이 아직 후진국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아직도 현장에서는 효율성 논리에 의해 법, 제도, 매뉴얼, 원칙이 쉽게 무시되고 있다. 특히 안전 수칙과 같이 현장에서 당장 그 필요성이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은 더욱 심하다. 지난 참사들, 아니 크고 작은 대부분의 사고들이 한국 특유의 ‘빨리 빨리’ 정신과 안전불감증 등에 의해 빚어진 일들이다. 사고예방책이 부실한 것 만큼이나 대응책도 부실하다.

대형사고가 발생했을 때 나서야 할 정부부처나 구조당국의 실력도 타 선진국과 비교하면 아직은 너무나 미숙한 게 사실이다. 자주 접해본 적 없는 큰 사고가 터지면 현장은 우왕좌왕하기 일쑤며, 지휘체계나 소통체계는 엉망이 된다. 왜? 현장의 구조당국도, 지원해야 할 정부도, 이를 보도해야 할 언론도 절대적인 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경험이 부족하니 실력이 부족한 건 당연지사다.

이러한 비물질적 사회 자산들은 시간과 경험을 통해 축적해나가야 하는 것이다. 한국은 이러한 자산을 얻을 시간이 부족했다. 불과 반세기 전만 해도 우리는 국민 대다수가 육고기 먹는 것을 호사로 여기던 찢어지게 가난한 후진국이었다. 기적처럼 반세기만에 경제가 눈부신 발전을 이루었지만, 정신은 그리 빨리 성숙하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대형사고가 있을 때마다 뼈저린 아픔을 통해 우리는 최대한 많이 배워야 하고, 반성해야 하며, 개선해야 한다.

   
▲ 서해훼리호의 비극이 2014년에 세월호로 반복되어버렸다. 지금이라도 정신차리고 문제를 고쳐나가지 않으면 또 다른 대형사고가 터질 것이다./사진=연합뉴스


하나 물어보자. 우리는 그 의무를 충실히 이행하고 있나? 내가 세월호 사고 이후 일어난 정치적 움직임에 문제의식을 느끼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잊지 않겠다며 노란 리본을 펄럭이는 사람들이 정작 사고의 본질에는 관심이 없다. 세월호를 기억하고, 추모하고, 잊지 않겠다는 사람들이 세월호 사고의 ‘정치성’에만 심취해있는 것처럼 보인다. 세월호의 본질은 후진국적 안전 의식이다. 여기서 교훈을 얻고, 다가올 대형사고를 예방해야 하는데, 다들 정치적 아젠다로 소모만 하고 있다.

세월호는 정치가 되었다. 노란리본은 반 정부, 반 새누리(현 자유한국당), 반 보수우파의 상징이 되었으며, 세월호에 대한 추모는 특정 정치 성향을 드러내는 퍼포먼스로 비화했다. 이미 오래 전에 밝혀진 침몰원인을 끝끝내 부정하며, 더 밝혀야 할 진실이 있다는 둥, 누군가 진실을 은폐하고 있다는 둥, 잠수함 충돌설이니 뭐니 하며 어쭙잖은 음모론이나 내세우며 헛소리들을 하고 있다.

이러니 세월호의 침몰원인이었던 불법증개축, 과적, 평형수 제거, 선원관리 부족 등의 문제가 해결이 될 리 없다. 아직도 수많은 불량 선박들이 세월호와 같은 방식으로 운항하고 있다는 사실이 한 언론에 의해 보도된 바 있다. 유감스럽게도 사회적 관심은 적었다.

대한민국 시계는 2014년 4월 16일에서 멈춘 것 같다. 똑같은 이유로 발생했던, 그 이전에 있었던 대형참사, 그 이후에 있었던 각종 사고들은 안중에도 없고, 마치 종교처럼 세월호에 빠져들었다. 추모라는 이름으로 각종 정치집회를 한다. 도대체 이게 사고를 예방하는 데에 무슨 의미가 있나 싶은 희한한 세월호 퍼포먼스들이 여기저기서 벌어지고 있고, 리본, 팔찌, 우산, 옷, 폰케이스 등 온갖 상품들이 나와 판매되고 있다.

희생된 학생들을 영원히 기억해야 한다며 기억교실이니 뭐니 만들어서 세월호라는 아픔을 끊임없이 각인시키고, 심지어 416 교과서라는 이상한 책을 만들어 정치색이 짙은 교사들이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세월호에 관한 온갖 거짓말, 음모론, 사실왜곡, 선동문구를 아이들의 머릿속에 집어넣으려 한다. 희생자들에 대한 순수한 추모에서 비롯된 일들이라고? 놀고 있네. 그럼 그 이전의 대형사고들에는 왜 관심조차 없나?

2014년 4월 16일은 분명 대한민국 현대사에 길이남을 가슴 아픈 날이다. 무려 295명이 사망하고, 9명이 실종했으니 전국민이 충격에 빠지는 것이 당연하다. 그런데 이 사고를 받아들이는 한국의 지금 이 모습은 절대 정상이 아니다.

앞서 언급했듯, 세월호 사고가 발생하기 20여년 전, 서해훼리호 사고가 있었다. 정원 초과, 안전 수칙 위반 등이 서해훼리호를 침몰시켰고, 292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그 댓가를 치르고도 우리는 예방에 실패했다. 서해훼리호의 비극이 2014년에 세월호로 반복되어버렸다. 지금이라도 정신차리고 문제를 고쳐나가지 않으면 또 다른 대형사고가 터질 것이다. 그래서 세월호는 안전한 국가를 만들기 위한 과정 속에 있어야지, 단 하나의 정치적 사건으로서 소모되어서는 안 된다.

   
▲ 세월호의 본질은 후진국적 안전 의식이다. 교훈을 얻어 다가올 대형사고를 예방해야 하는데, 다들 정치적 아젠다로 소모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당신들은 도대체 언제까지 그 값싼 정의감과 지적허영을 위해 노란리본 휘날리며 세월호를 기억하는 척 할 것인가? 말로만 잊지 않겠다고 떠들면서, 정작 사고의 본질은 다 잊어버린 당신들. 제 2의 세월호가 지금도 우리를 향해 성큼성큼 다가오고 있다는 사실을 왜 모르는 건가.

사고로 목숨을 잃은 모든 희생자들을 위해 기도한다. 그리고 그들의 안타까운 죽음으로 댓가를 치른 이 사회가 조금 더 발전되고 개선되어 그런 불행한 사고가 덜 일어나도록 노력하는 분위기가 조성되었으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서는 종교가 된 세월호를 원위치로 돌려놓는 게 우선되어야만 한다.

스스로도 자조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이 참으로 노엽다. 당장 오늘 밤만 해도 내가 사는 홍대 앞 소방법을 위반한 수많은 술집과 클럽들에는 사람들이 넘쳐날 것이고, 행여 화재라도 나면 초대형 참사가 될 그 환경 속에서 세월호 3주기를 기렸던 사람들이 술에 취해 비틀거리고 있을 거라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우원재 자유기고가
[우원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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