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항일 기자] 서울 등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주택시장이 달아오르면서 오는 7월말로 시한이 종료되는 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완화 연장은 사실상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특히, 김현미(더불어민주당 의원) 국토부장관 후보자가 LTV와 DTI 규제 완화 연장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을 재확인하면서 이 같은 전망은 더더욱 무게가 실리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금융권의 규제가 이미 시작된 상황에서 추가적인 조치가 서민들의 주거 불안정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지역별 또는 계층별·목적별로 보다 세분화된 이른바 '핀셋' 정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1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김 후보자는 국회에 제출한 인사청문회 답변서에서 "LTV·DTI 완화가 가계부채 급증의 원인이 됐다"며 추가적인 제재 가능성을 암시했다. 김 후보자는 앞서 지난달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국토부장관 후보로 내정된 직후에도 이 같은 뜻을 밝힌 바 있다.
LTV·DTI 규제가 금융기관 건전성 뿐만 아니라, 주택구매자의 대출을 일정 부분 제한해 가계부채 증가세를 완화하고, 주택시장을 안정화하는 효과가 있다는게 김 후보자의 입장인 셈이다.
때문에 김 후보자가 장관으로 취임할 경우 부동산 정책 기조가 규제 강화로 돌아설 것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의문이 없다.
여기에 참여정부 시절 강력한 규제책을 시행했던 김수현 전 세종대 교수를 청와대 사회수석으로 임명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문제는 '어떻게', 또 '언제' 대책을 발표해 적용할 것인가다.
이미 금융당국은 급증하는 가계부채 대책의 원인으로 주택담보대출을 꼽으며 금융권의 대출문턱을 높인 상태. 실제 시중은행의 경우 지난해 2월부터 여신심사가이드라인을 시행하면서 아파트 중도금 집단 대출에 대해 개인의 상환능력 증빙을 요구하고 있다. 이전까지는 아파트 중도금 집단대출의 경우 개인의 신용도와 상관없이 대출이 가능했다.
금융당국과 달리 국토부 등은 분양시장의 침체로 인한 국내 건설경기의 타격을 우려해 이에 반대해 왔지만 김 후보 수장을 맡게 된다면 사실상 중도금 집단대출도 DTI를 적용 받을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지난 4월부터 국민은행이 시범운영 중인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도 조기 도입 가능성이 높다.
DSR은 주택담보대출의 연간 원리금상환액에 추가해 ‘기타 부채의 연간 원리금상환액 기준’으로 대출가능금액을 가늠하는 것이다. 즉, DSR은 DTI에는 없는 신용카드 할부금이나 자동차 할부금, 마이너스통장 대출 등을 대출 심사에 적용한다. 모든 대출의 원금과 이자 상환 능력을 종합해 따지는 DSR은 가장 정교한 여신 관리 지표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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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가 LTV·DTI 등의 금융권 대책을 통해 부동산 시장 안정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일률적인 규제 강화 대책은 주거취약계층을 벼랑끝으로 몰아갈 수 있는 '양날의 칼'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세종시에서 분양한 한 아파트의 견본주택 현장. |
문제는 11·3 대책에 이어 11·24 가계부채 대책 등 강도높은 규제가 이어진 상황에서 추가적인 규제책이 나올 경우 상대적으로 소득이 적은 서민들만 피해를 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주거취약계층의 경우 이미 전세대출 등 금융권 대출이 상당한 상황에서 LTV·DTI 등이 강화되면 내 집 장만의 길은 더더욱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
업계 한 전문가는 "박근혜 정부의 부동산 정책 기조가 시장 완화에 맞춰지면서 분양시장이 호황을 누리며 투기세력이 몰렸다"며 "정작 집이 필요한 사람은 치열한 청약 경쟁 속에서 내집 마련을 하지도 못하고 은행권 대출금액만 늘린 꼴이 됐다"고 설명했다.
가계부채 급증의 원흉(?)으로 지목받고 있는 주택담보대출이 크게 늘어난 것은 실수요가 아니라 소수의 투기세력의 영향이 크다는 것이다.
그래서 일률적인 규제 강화 정책은 실수요자들의 내 집 장만은 어렵게 하면서 시장도 얼어붙게 할 수 있는 만큼, 규제책을 내놓더라도 지역별·계층별·목적별로 보다 구체적인 세분화된 대책이 필요하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박인호 숭실사이버대 교수는 "정부의 규제 강화가 차등화를 두지 않을 경우 주거취약계층의 삶의 질 개선이 사실상 어려워질 것"이라며 "구체적이고 세분화된 정책이 실효성을 거둘 수 있다"고 말했다.
[미디어펜=조항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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