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규태 기자]청와대가 민정수석실 캐비닛에서 발견해 검찰에 넘긴 문건의 '증거능력' 여부가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재판에서 막판 변수로 떠오르게 됐다.

법조계는 법률상 증거능력이 인정되려면 위법한 방법으로 수집한 것인지, 누가 썼고 작성자가 직접 체험한 내용을 적은 것인지, 강압적으로 작성되지 않았는지 등을 따져 '증거로 쓸 수 있는지' 판단한다고 보고 있다.

특히 법조계는 증거능력 입증의 첫 단계로 문건 조작이나 위·변조가 없는 진정한 문서임을 인정받아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최소한 작성자와 작성 상황이 특정되어 실제적으로 밝혀져야 한다고 봤다.

관건은 청와대가 문건에 대해 "고 김영한 민정수석의 자필 메모로 보이는 문건 등을 캐비닛에서 발견했다"고 설명하는 등 문건을 제시한 청와대부터 이 부분을 명확히 규명하지 못한 상태라는 점이다.

더욱이 법조계는 청와대가 공개한 문건들은 보좌관이 보관하다 특검에 넘겨 본인이 인정한 '안종범 수첩'과 달리 누가 작성했는지 불분명해, 작성기간과 민정수석실 재직시기가 겹치는 우병우 전 민정수석이 작성을 부인할 경우 미궁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우 전 수석 등 작성자로 유추되는 당사자에게 필적감정을 거쳐야 하는데, 청와대가 검찰에 전달한 메모가 사본인 만큼 절차상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 청와대가 민정수석실에서 발견해 검찰에 넘긴 문건들의 증거능력 여부가 향후 국정농단 재판의 변수로 떠오르게 됐다./사진=연합뉴스

일각에서는 원 작성자를 증인으로 불러 법정에서 자신이 작성한 것이 맞다고 인정해야 전문증거로서의 증거능력이 충족된다면서, 이번 문건은 박 전 대통령이나 이재용 부회장 재판에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못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특히 다음달 초 결심공판을 갖겠다고 재판부가 밝힌 이 부회장 재판의 경우 법적으로 증거 제출이 가능한 물리적 시간이 부족하다고 보았다.

다만 법조계는 청와대 문건이 직접적인 증거능력을 인정받기 보다 안종범 수첩과 같은 정황증거로 쓰이게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보았다. 범죄사실의 존재를 간접적으로 추측하는 정도까지 재판부가 인정할 수 있다는 의미다. 

법조계는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 측이 이번 문건에 대한 증거채택에 동의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기에, 증거능력 인정과 채택 여부는 재판부가 문건 각 내용에 대해 어느 정도의 의미를 부여하느냐에 따라 달려있다고도 관측했다.

향후 '청와대 민정수석실' 문건의 증거능력 입증과 그 채택을 두고 검찰과 특검, 변호인단의 공방전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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