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 "과거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에서나 봄직한 '증거없는' 사실인정"
[미디어펜=김규태 기자]양측의 변론·증거제출·증인신문 등 5개월간의 심리를 마치고 선고만 남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재판에서 12년 중형을 낸 특검 구형에 대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 등 피고인 5명에 대해 유죄를 끌어낼만한 결정적 증거가 나오지 않았다는 평가에서부터 시작해, 피고인의 혐의 부인에 괘씸죄를 물으면서 헌법적가치를 언급해 형사재판에 헌법적논쟁을 끌고 들어온 특검까지 법조계가 의아해하는 모습은 한두가지가 아니다.

박영수 특검은 지난 7일 결심공판 논고에서 헌법적가치와 경제민주화·재벌개혁, 역사적 상처 등의 단어를 써가며 "정의가 살아있다는 것을 보여달라"고 주장했다.

이에 삼성측 변호인단은 최종변론에서 특검에 대해 "법적 논증에 눈감으면서 대중에 호소하는 오류를 범했다"며 형사소송법 제307조가 선언하고 있는 증거재판주의 원칙으로 반박했다.

변호인단은 이날 재판부에게 "공소사실을 인정할 증거가 있는지, 그것이 헌법이 선언하는 무죄추정의 원칙을 넘어설 수 있느냐 오로지 그것만이 문제"라며 "특검이 제출한 정황증거로 인정될 수 있는 간접사실을 모두 보아도 사건의 공소사실을 뒷받침할 수 없다"고 언급했다.

법조계는 지난 5개월간 공판기일이 진행될수록 차고 넘친다던 증거를 특검이 내놓지 못한 것에 주목하고 있다. 과거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에서나 봄직한 '증거 없는' 사실인정이라는 설명이다.

특히 마지막 결심공판에서 특검이 읽고 제출한 공소장과 구형의견서가 변호인단과 법리적 쟁점을 다투기보다 특검의 주관을 담았거나 통계인용의 오류가 명백하다는 문제제기도 나오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재용 부회장의 독대와 관련해 특검이 언급한 추측성 표현에는 구체적 사실관계를 증거로 뒷받침한 입증이 없었다는 지적이다.

   
▲ 특검이 8월7일 결심공판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징역 12년을 구형한 것은 지난 10년간 구형 중 최대형량인 것으로 확인됐다./사진=연합뉴스

실제로 특검은 공소장과 구형의견서에 "대통령 지지 여부가 승계작업 성공여부에 큰 변수가 된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인' 인식", "대통령 요구를 들어줄 경우 (이재용 부회장이) 승계작업에 필요한 도움을 확실하게 받을 수 있다고 생각" 등의 추측성 표현만을 기재했다.

법조계는 특검의 이런 주장으로 이재용 부회장이 유죄로 인정된다면 향후 기업은 현안에 대해 정부와 어떤 의견도 나누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관건은 은밀히 주고받는 뇌물 혐의의 특성상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 등 뇌물수수와 공여 양쪽 모두 혐의를 부인할 경우 재판부가 간접증거만을 통해서는 판단할 수 없다는 점이다.

법조계는 이에 대해 간접증거로 채택된 안종범 수첩이나 청와대 문건으로는 독대 내용의 실체를 입증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더욱이 박 전 대통령은 3차례에 걸친 증인신문 요청에 나서지 않았고 최순실 또한 법정에 출두했으나 증언을 거부했다. 이 부회장 혐의와 직접 관련된 당사자들의 진술은 없는 상태다.

사건 심리를 맡은 서울 중앙지법 형사합의 22부(부장판사 김세윤)는 오는 25일 오후2시30분 이 부회장 등 피고인 5명에 대한 1심선고를 내릴 예정이다.

스모킹건 없이 이 부회장에게 12년 중형을 구형한 특검의 무리수에 재판부가 어떤 판단을 내릴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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