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동건 기자] 온라인 쇼핑몰 대표 이희은이 악플러들에게 칼을 빼들었다.

이희은은 15일 오후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장문의 심경글을 게재하며 악플러들에게 일침을 가했다. 특히 그는 페미니스트를 자청하며 자신에게 문제를 제기한 네티즌에게도 소신을 밝혔다.


   
▲ 사진=이희은 인스타그램


먼저 이희은은 "전 평범한 처녀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라며 "이곳에선 특별하게 보이고 싶어 젠체하고 상냥한 척, 예쁜 척하는 바보 같은 청춘일 뿐"이라고 운을 뗐다.

그는 "아마 그래서 저를 못 미더워하는 사람들이 있었을 것 같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그런 식의 악플은 참을 수 없다"며 악플러들에게 관용은 베풀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또한 "멍한 눈빛의 수동적인 표정으로 모든 여자들은 남자들의 명령에 복종할 준비가 되어있다는 식의 광고를 했기 때문에 저를 그냥 둘 수 없다고 하신 분"이라며 특정 네티즌을 지칭했다. 

자신을 페미니스트이자 필라테스 강사라고 소개했다는 악플러를 향해 이희은은 "누구에게도 복종하려는 메세지를 가진 적 없다"며 "그런 극단적인 페미니즘이 점점 사회를 병들게 하고, 결과적으로 여자들의 인권이라든지 지위를 낮추는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러면서 사회적 화두로 떠오른 성 평등과 페미니즘 문제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우리는 지금 남과 여 전쟁을 하고 있는 게 아니라 상식과 비상식의 전쟁을 하고 있다"면서 "우리가 다같이 변화시켜야 할 대상들에 맞서 같이 싸울 아군을 향해 '너희는 우리의 적이야'라고 해대며 '여자는 위대하다. 남자는 치졸하다' 같은 구호나 외치며 아군을 등 돌리게 만들면 도대체 어쩌자는 거냐"고 비판했다.

한편 이희은은 온라인 패션 쇼핑몰을 운영하며 피팅 모델로도 활동하고 있다. 최근엔 남성 잡지 맥심 화보 촬영 영상을 공개해 화제를 모았으며, SNS 팔로워가 21만에 달하는 셀럽이다.

이희은은 최근에도 SNS를 통해 보형물, 포토샵 보정 등 의혹을 제기하며 무분별한 악플을 남기는 이들로 인해 골머리를 앓은 바 있다.



▲ 이하 이희은 심경글 전문


아마 2~3년 전쯤에도 악플 때문에 쓴 글이 있었는데 다시 한번 지금 제 심경을 전해야겠다 싶어 다시 글 올립니다.

우선 솔직하게 인정하고 시작할게요. 네, 전 그저 평범한 여자에요.

누군가에게 칭찬받고 싶고, 감탄 받고 싶고, 찬양받고 싶은, 스톤로지스의 'I wanna be adored' 같은 감성이 깔려있는, 그냥 평범한 처녀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닙니다.

이곳 인스타그램에서 추려서 올린 내용처럼 다이나믹하고, 글래머러스한 삶을 살고 있지 않아요.

제 지루하고 힘겨운 인생을 멋있고 화려하고 신나는 인생인 것처럼 보이게 하기 위해 있는 힘껏 인스타그램을 꾸며왔어요. 미안해요.

어쩌다 한번 가본 외국 여행을 담담한 척, 늘 있는 이벤트인 양 해대며 시기와 부러움을 욕망했고, 빅토리아 시크릿의 도움을 받아 두 컵은 크게 보이는 가슴을 내밀어대며 타인의 감탄과 칭찬을 갈구했어요. 네, 더 솔직히 말할게요. 맞아요. 남자들에게도 예쁘게 섹시하게 멋있게 보이고 싶었어요. 그게 그렇게 다른 여성분들을 불편하게 하고 수치심을 들게 할 줄은 정말 꿈에도 몰랐어요.

전 제가 되고 싶어 하는 것처럼, 그리고 일부에서 봐주시는 것처럼 진취적이고 성공적인 그런 젊은이가 아니에요. 미래를 두려워하고 불안해하며 하루 매상에 신경이 곤두서고, 다음 시즌 준비에 스트레스를 받아 죄 없는 부모님과 친구들에게 풀어대면서도 이곳에선 특별하게 보이고 싶어 젠체하고 상냥한 척, 예쁜 척하는 바보 같은 청춘이에요.

아마 그래서 저를 못 미더워하는 사람들이 있었을 것 같아요. 하지만 그렇다 해도 그런 식의 악플은 정말이지...

여러분. 겨우 이 정도의 속내를 밝히는 거로 이제 비밀은 없다느니 속 시원하다느니 하는 말 따윈 하지 않을게요. 아직도 저에겐 많은 비밀과 상처들, 그리고 꾸며낸 이야기들이 있어요.

하지만 고맙습니다. 저를 힘들게 한 사람들만큼, 아니 그보다 훨씬 더 저를 보듬어주고 감싸 안아준, 그리고 응원해준, 이름 모를, 눈 한번 마주쳐보지 않았던 많은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려요. 그분들을 위해서라도 더 열심히, 더 잘할게요. 진심입니다.

그리고 이왕 글을 시작한 거, 확실하게 두가지만 짚고 넘어갈까 해요.

첫번째, 더이상 악플에 대해서는 관용은 없습니다. 저를 싫어하고 미워하고 증오하시는 분들, 속으로야 그래하셔도 제가 뭘 어쩌겠냐만 그 표현을 겉으로 꺼내서 조롱하고 비난하고 힐난하고 희롱한다면 절대 좌시하지 않겠어요. 어제 악플도 그냥 넘어가지 않습니다.

그리고 두번째, 어제 필라테스 강사라고 하시면서 본인을 페미니스트라고 자청하며, 제가 몸매 드러나는 옷을 입고 '남자는 멋져요'라는 문구를 사용했고, 멍한 눈빛의 수동적인 표정으로 모든 여자들은 남자들의 명령에 복종할 준비가 되어있다는 식의 광고를 했기 때문에 저를 그냥 둘 수 없다고 하신 분. 진짜 페미니스트인지, 그리고 진짜 필라테스 강사인지, 심지어 진짜 여자인지도 모르겠지만 그전처럼 그건 오해다 뭐다 하는 그런 시덥잖은 말은 안 할게요. 거기에 대한 제 생각을 분명히 밝히겠습니다. 저는 남자들의 명령에 복종하려는, 아니 성별을 떠나 누구에게도 복종하려는 메세지를 가진 적이 없어요. 이런 소모적 논쟁이나 남성에게 잘 보이려 한다는 이유만으로 받는 공격이 저는 너무 불안하고 걱정됩니다. 오해하지 마세요. 저 자신의 감정 때문이 아니에요. 그런 거로 상처받는다 힘들다 하는 그런 종류의 감정이 아닙니다.

그런 극단적인 페미니즘이 점점 사회를 병들게 하고, 결과적으로 여자들의 인권이라든지 지위를 낮추는 것 아닐까 싶어서에요. 물론 그런 종류의 극단적인 페미니스트들이야 애초부터 모든 남자들을 적으로 삼고 있으니 남자들에게 잘 보이려고 하는(그게 사실이든 아니든) 이희은이라는 사람이 보기 싫겠죠. 그런데 문제는 보통의 남자들 중에는, 성 평등에 우호적이고 적극적인, 제대로 된 교육을 받은 성 평등화 지지자들이 많다는 점이에요. 제 주변에만 그런 걸까요. 아니라고 봅니다. 대부분의 남성이든 여성이든-교육을 받은, 현재의 문제 인식을 하고 있는 사람들은 성 평등에 대한 니즈가 있다고 봐요. 그런데 그냥 싸잡아서 모든 남자들을 적으로 삼아버리는 순간, 같이 성 평등을 이뤄내야 하는, 같이 성 평등을 추구할 아군들을 적으로 돌아서 버리게 만드는 꼴이 되어버리는 느낌이에요.

당장 거리만 나가봐도, 인스타그램에서만 봐도, 미디어에서 보여지는 것만 해도(물론 그게 다가 아니란 건 압니다) 남성의 상당수가 진정한 성 평등을 지향점으로 삼고 그동안 여성이 차별받았던 문화 기조를 바꾸려 하는데 그런 극단적인 페미니스트들이 일부의 남자가 아닌 전체 남자들을 적으로 삼는 언행을 하면서 아군이었던 그 남자들이 점점 여자들에게 인색해지고 성 평등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이 들고 있는 느낌이에요.

진짜 문제를 일으키는 세력은 전혀 변할 생각이 없고 무엇이 잘못인지도 모르고 있는데, 그나마 변화에 동참하려고 했던, 잘못이 무엇인지 인지하고 있었던 우호적이었던 남성들에게 '너희들은 모두 적이야, 너희 한남들은 불필요한 존재야' 같은 질 낮은 언어 사용을 해가며 시비를 걸어서, 오히려 사회를 더더욱 진영전쟁화시키고 병들게 하고 후퇴하게 만들고 있는 듯한 모습이 저는 불안합니다. 무서워요. 그래요, 다 차치하고 그래도 거기까지는 '이거 좀 이상한데. 뭔가 이상하게 돌아가는 것 같아' 같은 수준이었는데. 이제는 같은 여자에게까지, 그저 자신의 지레짐작만으로, '남자에게 잘 보이려고 해? 넌 당해봐야 해' 같은 행동을 하는 것을 보고 전 너무나 이 현상이 무서워졌어요.

전 지금까지 저 자신이 페미니스트라고 여겨왔고 여성 인권과 여성의 사회 참여도를 높이는 데에 늘 관심이 많은 존재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오늘 저는 페미니스트라는 단어, 페미니즘이라는 단어가 무서워졌습니다.

물론 극히 일부의 이야기일 수도 있어요. 그리고 이건 제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페미니스트를 사칭하는, 분탕질하려는 사람일 수도 있구요. 제발 그런 것이길 바랍니다. 단지 몸매가 드러나는 옷을 입고 '남자는 멋져요'라는 문구를 사용한다는 이유로, 그저 멍한 눈빛으로 남성을 유혹하려는 표정을 짓고 있다는 이유만으로(사실 전 동의하지 않지만-제 눈빛이 어딜 봐서 멍합니까. 똘망똘망하기만 한데) 저에게 그런 모욕적인 언사(세상에 만상에 한남X집이 뭡니까. 그게 페미니스트를 자청하는 사람이 할 수 있는 말이에요?)를 던져대며 여성 인권을 위해 너 같은 건 없어져 버려야 한다고 악쓰는 건 제발 일부의 이야기이길. 그리고 아직 페미니즘은, 페미니스트들은 명확한 지향점과 현명한 전략을 가지고 있길 바라봅니다.

솔직히 지금 우리 사회에서 성 평등을 저해하고 사회 전체를 불평등의 장으로 만들었던 진짜 주체들은 현재의 남자들보단 과거의 남자들 아니었나요. 그 기득권을 가진 전 세대들의 남성이거나 현재의 교육받지 못한 일부 남성들인데 이들은 페미니스트들의 활동과는 무관하게 그저 자기들이 옳다고 믿고 아직도 여자들을 종 부리듯, 하천민 대하듯 해요. 왜냐구요. 그 사람들은 원래 그런 부류니까. 그렇게 살았으니까. 그게 맞다고 생각하니까. 그래서 그런 바보 같은 성차별적인 사회 기조가 유지되고 있어요. 또는 그런 불평등을 인지하고 있지 못한 남성들, 네 엄청 많아요. 대다수란 걸 알아요. 하지만 그네들은 대화와 토론, 그리고 현상 제시만으로도 쉽게 성 평등화에 동참하려고 하는 모습을 많이 봐왔습니다. 물론 끝까지 '불평등 같은 건 없다'. '여자가 언제 불평등을 당했어'라고 우겨대는 사람들도 있겠죠. 그래서 저도 그런 기조에 대항하고, 불평등을 해소하고 여성의 인권과 사회 참여도를 높이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어요. 당장 저희 회사만 봐도, 남녀성비는 1:9로 여성이 압도적으로 많아요. 같은 값이면 조금이라도 더 여성들에게 기회를 줬고, 남자들이 주류인 기업가 이미지를 득하기 위해 저 나름의 싸움을 하고 있었어요.

그럼 지금까지 제가 싸워왔던, 성 평등을 저해하고 있는 그 기득권 남성들과 싸워야 하는 건 누굴까요. 오로지 우리 여자들? 그렇게 생각하시나요? 전 아니라고 봅니다. 우리 여자들만의 힘으로 그걸 손쉽게 빨리 이뤄낼 수 있을까요? 당장 성비만 봐도 남자가 많은 사회인데? 우리가 지금 남과 여 전쟁을 하고 있는 건가요? 상식과 비상식의 전쟁 아니었어요? 그럼 지금까지 우리 편을 들어줬던, 교육받은, 깨어있는 남자들은 더더욱 같은 편으로 견고하게 만들어야 하는 거 아닌가요? 당장 아버지 세대에게 딸이 '성 평등' 하면 들어요? 아들이 말하면요? 트로이의 목마 들어봤어요? '신세계' 보셨어요? '아바타'나 '늑대와의 춤을' 보고 느낀 것 없어요? 여튼, 그런 기득권 부류, 우리가 다 같이 끌어내리고 변화시켜야 할 대상들에 맞서 같이 싸울 아군(정상적인 남성들)을 향해 '너네들은 우리의 적이야'라고 해대며 '여자는 위대하다. 남자는 치졸하다' 같은 구호나 외치며 아군을 등 돌리게 만들면 도대체 어쩌자는 건가요.

저따위 것 하나가 이런 의견을 가지고 있다고, 저따위 것 하나가 이런 성 평등을 위한 싸움을 하고 있다고 크게 달라질 것 없다는 걸 잘 알아요. 그래서 더더욱이나 많은 이들의 참여와 연대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참여에는 정치, 문화, 종교, 학벌, 지연, 성별 모두 상관없다고 생각해요. 페미니즘이라는 단어가 신성하게 들리고, 페미니스트들이 멋지게 보이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제발 참전하러 오는 아군들에게 모욕감을 줘 돌려보내는 바보 같은 짓은 그만해요. 영화 '300'에서 참전하러 왔다가 참여하지 못하고 돌려보내진 에피알테스가 어떤 재왕을 가져왔었는지 기억해요. 그리고 무엇보다 페미니즘은 성 평등을 지향한다는 것, 성 평등을 지향하기 위해 그간 행해져 왔던 여성의 권리 무시를 바로잡는 것이란 걸 잊지 말았으면 해요.

성 평등을 이뤄내기 위해 지금 낮아져 있는 여성 인권을 올려야 하는 것인지, 그저 여성 인권을 남성 인권보다 우위에 두기 위해 성 평등을 외쳐대는 건 결국 우리들에게, 우리의 후배 세대들에게 독이 될 수 있다는 점도 간과하지 말아줬음 해요.

결론은 페미니스트라고 자청하며 악플 다는-실제로는 남성우월주의자, 혹은 여성우월주의자들 또는, 그냥 재미있어서든 뭐든 그 어떤 이유로든 악플을 다는 사람들. 나 이제 김가연님한테 개인 교습 받아서 역습 들어갈 테니까 한번 계속 악플 달아봐.
[미디어펜=이동건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