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금융위 고위 관계자와 면담…경찰 내사·거취 등 논의
   
▲ 사진제공=대구은행

[미디어펜=백지현 기자] 박인규 DGB금융그룹 회장 겸 대구은행장의 사퇴설이 최근 확산되면서 박 회장의 거취문제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올해 초 여직원 성희롱 파문으로 곤혹을 치른데 이어 최근 '비자금 조성 의혹'으로 경찰 내사가 진행되면서 박 회장의 사퇴설이 수면위로 급부상했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박 회장은 지난 17일 금융위원회 고위 관계자와 면담을 하고 현재 진행중인 비자금 의혹과 관련된 경찰 내사 내용과 함께 본인의 거취에 대한 문제를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회장은 2014년 취임한 후 지난해 3월 연임에 성공해 오는 2020년 임기가 완료된다.

금융당국은 민간 금융회사의 최고경영자 인사에 관여할 문제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박 회장의 거취 문제 등이 DGB금융의 지배구조와 리스크 확대에 관련이 있는 만큼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박 회장의 사퇴설이 불거진 것은 지난 18일 대구경찰청이 십억 원대 비자금을 조성한 의혹으로 대구은행에 대한 진위 여부를 파악 중이라고 밝히면서다. 올해 여직원 성희롱 파문에 이어 비자금 조성까지 겹치면서 박 회장의 입지가 더욱 좁아진 것이다.

비자금 조성 의혹은 지난 3월 대구은행 및 DGB금융지주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금융권에선 소문형태로 나돌기도 했다. 상품권을 구입한 뒤 현금으로 교환하는 이른바 '상품권깡' 방식으로 매월 일정 금액씩 상당액의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것이다.

당시에는 수사기관 등이 공식적인 진위파악에 나서지 않으면서 비자금 의혹이 가라앉는 듯싶었다. 그러나 최근 경찰이 내사를 진행하면서 비자금 의혹과 관련해 박 회장에 대한 내부 투서가 잇따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다 최근 금융권의 대표적 '친박 인사'인 정찬우 한국거래소 이사장의 사퇴하면서 박 회장의 사퇴설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금융권에선 정 이사장의 사퇴를 계기로 전 정권 인사들에 대한 본격적인 물갈이가 이뤄질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금융권 내 또 다른 친박 인사인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도 조만간 거취를 표명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경북 경산 출신인 박 회장 역시 이들과 마찬가지로 친박인사로 분류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올 초 내부에선 박 회장의 경영능력을 문제삼아 연임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며 "박 회장 취임 이후 진행된 4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와, DGB생명 인수, 배당 축소 등 박 회장의 미흡한 경영판단으로 주주가치를 훼손했다는 이유에서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여직원 성희롱 파문에 이어 비자금 의혹 등 여러 악재들이 터지면서 임기를 완주하기에는 어려운 측면이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