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가며 해결사 나오는 등 극적인 승리 잇따라 연출하며 승승장구
5강권 순위 경쟁, 이제 '롯데에게 물어봐'
[미디어펜=석명 기자] 롯데 자이언츠의 8월 질주, 어떻게 봐야 할까. 현재 처한 상황이나 위치는 다르지만 KIA 타이거즈가 선두 독주 체제를 갖추던 시즌 초·중반의 기세와 닮았다.

롯데는 20일 대전 한화전에서 역전승을 거뒀다. 7회까지 1-2로 뒤지던 경기를 8회초 대타로 나선 전운우가 투런홈런을 날려 3-2로 뒤집었다. 8회말 3-3 동점 허용을 한 뒤 계속된 무사 2, 3루 위기를 넘기더니, 9회초 전준우가 다시 1타점 적시타를 때려 4-3으로 짜릿한 승리를 거뒀다.

   
▲ 20일 한화전에서 역전 홈런과 결승타를 잇따라 잇따라 때려낸 롯데 전준우. /사진=롯데 자이언츠


극적인 승리였지만 최근 롯데 경기에서 이런 장면은 그리 낯설지도 않다. 역전승이 심심찮게 나왔고, 팽팽하던 경기에서 뒷심을 발휘하며 드라마틱하게 승리를 이끌어낸 경우도 많았다.

2연전 체제가 시작된 후 12경기를 치르면서 롯데는 9승3패의 놀라운 승률을 올리고 있다. 7위로 떨어지며 5강권과 격차가 6경기나 벌어졌던 것이 이달 초(8월 3일)였는데, 어느새 순위를 5위로 끌어올렸다.

롯데가 종반으로 향하는 KBO리그의 중위권 판도에 태풍의 눈으로 떠오른 상황이지만 아직 가을야구 참가를 장담할 수는 없다. 4위 LG와 승차가 없어 순위가 더 오를 가능성도 있는 반면 6위 넥센과 0.5게임, 7위 SK와도 2게임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한두 경기 삐끗해도 순위가 다시 곤두박질 칠 수 있다.

그럼에도 롯데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전망이 많이 나오는 것은 현재 기세가 예사롭지 않기 때문이다.

안정된 선발 투수진, 경기 후반에 더욱 집중력을 발휘하는 타선, 매번 새롭게 등장하는 해결사. 요즘 롯데의 모습이다.

특히, 20일 경기에서 전준우가 그랬던 것처럼 예상치 않은 선수가 결정적인 활약을 하며 승리의 주역이 되는 경우가 많다. 롯데가 승리한 최근 7경기 결승타의 주인공을 보자. 20일 한화전 전준우, 18일 넥센전 김동한, 17일 넥센전 최준석, 15~16일 두산전 이대호, 13일 삼성전 신본기, 11일 NC전 문규현이었다. 4번타자 이대호가 두산전 2연승을 거둘 때 연속 결승타를 쳤을 뿐 다른 경기에서는 결승타를 친 얼굴이 다 달랐다.

KIA가 선두를 굳혀가던 시기, 거침없이 승수 쌓기를 할 때가 떠오른다. 당시 KIA는 워낙 팀 타선 전체가 활활 타오르기도 했지만 최형우처럼 꾸준히 제 몫을 한 중심타자 외에도 버나디나, 김선빈, 이명기, 나지완 등 상하위 타선 가리지 않고 결정적인 순간 해결사 역할을 해주며 승승장구 했었다.

선발 투수들이 꾸준히 로테이션을 지키며 마운드를 안정시키는 가운데 특정 선수에 의존하지 않고 팀에 꼭 필요한 점수를 타자들이 번갈아 해결해주는 분위기. 이런 점이 최근 롯데와 KIA의 시즌 초·중반을 오버랩시키고 있는 것이다.

다만, 롯데로서 우려스러운 부분이 없는 것도 아니다. 이기는 경기가 훨씬 많긴 해도 워낙 매 경기 접전이 이어지다 보니 불펜 투수들과 야수들의 육체적, 정신적 피로도가 만만찮다.

경쟁팀들도 저마다 전략을 새로 짜며 1승이라도 더 거두기 위해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들 것이다. 지금부터 롯데에게 필요한 건 버티기다. 분위기가 다시 하락세로 돌아서지 않도록 더욱 집중력을 발휘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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