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리네 민박' 일반인 손님 통해 잔잔한 감동 전해
'밤도깨비' 다소 억지스런 밤새기 리얼이티지만 신선
[미디어펜=석명 기자] TV 예능 프로그램에서 '관찰 예능'이 대세다. 지상파든 종합편성 채널이든 케이블 채널이든 가리지 않고 관찰 예능 프로그램을 내보내고 있다.

관찰 예능이 이렇게 범람하고 있는 이유는 분명하다. 인기가 있기 때문이다.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 가운데 하나인 '관음증'을 TV라는 매체가 간접적으로 해소해주니 눈길이 가지 않을 수 없다.

시청률이 잘 나오는, 상대적으로 인기가 높은 관찰 예능 프로그램에는 공통점이 있다.

연예인이 나온다. 또는 연예인과 그 지인, 배우자 아들딸 형제자매 사돈의 팔촌 등 가족이 동원된다. 

연기자든, 가수든, 방송인이든, 개그맨이든, 평소 이미지가 있다. 관찰 예능은 출연자의 '그 너머'를 보여주기 위해 '리얼'이라는 깃발을 내세워 일상 속으로 파고든다. 

집안에 카메라를 들여놓고 안방이든 거실이든 욕실이든 가리지 않고 관찰('나혼자 산다' '슈퍼맨이 돌아왔다' '미운 우리 새끼' '동상이몽' '발칙한 동거' 등)을 한다. 여행을 떠나는 관찰('1박2일' '신서유기' '둥지탈출' '뭉쳐야 뜬다' 등)도 마찬가지고, 따로 생활 공간을 확보해 하는 관찰('삼시세끼' '불타는 청춘' 등)도 비슷하다.

   
▲ JTBC 관찰 예능 '효리네 민박'과 '밤도깨비' /사진=JTBC


그런데 최근 JTBC 프로그램 가운데 좀 별종같은 관찰 예능이 있다. '효리네 민박'과 '밤도깨비'다. 뭔가 좀 다른 면이 있는, 관찰 예능의 진화를 보는 것 같아 반갑다. 


▲이런 예능, 본 적이 없다

'효리네 민박'은 톱스타 이효리와 남편 이상순이 실제 제주도 자택에서 민박 손님을 받는 컨셉의 관찰 예능이다.

'효리네 민박'은 대성황을 이루고 있다. 시청률이나 관심도 면에서 그렇다. 민박집 운영이라는 소재 자체가 신선한 것도 있지만, 효리네에는 다른 특별한 무엇인가가 있다. 일반인 손님이 정말로 민박을 하고, 민박집 안팎에서 주인인 이효리 이상순 부부와 직원인 아이유가 손님들과 교감한다.(방송사가 신청을 받아 '선별'한 손님이긴 하지만, 기본적인 재미와 안전 문제 등을 고려한 최소한의 장치로 여겨진다)

   
▲ '효리네 민박'이 잔잔한 감동을 안기며 시청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사진=JTBC '효리네 민박'


대개의 관찰 예능이 그렇듯 연예인 게스트가 효리네 민박을 찾아 이런저런 상황을 연출하는 식이었다면 차별화를 이루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효리네 민박은 손님으로 온 일반인 개개인이 주인공이 돼 다양한 이야기들을 풀어놓는다. 이효리 이상순 부부는 민박집 주인 역할에 충실하면서, 그들만의 사는 방법과 얘기들을 별다른 꾸밈없이 전해준다.

다소 밋밋해 보이는데, 시청자들의 반응은 폭발적이다. 새롭기 때문이다.

'밤도깨비'는 아직은 뭔가 싶다. 이수근 정형돈 박성광 이홍기 김종현이 그야말로 밤도깨비가 돼 날을 새는 프로그램이다. 이들이 모여 감기는 눈을 비벼가며 깨어 있기 위해 아무말 잔치를 벌이거나 황당한 게임을 한다. 밤을 새는 이유는 하나다. 유명한 맛집이나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장소, 인기 상품이 있는 곳을 찾아가 밤을 새워 기다린다. 아침이 되면 1등으로 가서 가장 먼저 도너츠 또는 김밥을 사먹거나 물놀이 기구를 가장 먼저 탄다.

'그래서 어쩌겠다는 건지' 하는 사람들이 많아 반응은 아직 뜨뜻미지근한 편이지만, 묘한 매력을 느끼며 '입덕'하는 팬들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새롭기 때문이다.  

▲한계와 부작용

'효리네 민박'은 단발성이 될 가능성이 크다. 시즌 2를 기대하기 힘들다.

이번 촬영분 방송이 끝나면 새로운 시리즈가 제작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갖는 시청자들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이효리 이상순 부부는 판타지같은 삶과 집안 구석구석을 공개한 대가(?)를 톡톡히 치르고 있다.

효리네 민박을 이용해보고 싶지만 뜻을 이룰 수 없는 사람들이 제주 관광을 가서 무단으로 부부의 집을 방문하고 있다. 워낙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고, 일부 몰지각한 사람들이 함부로 초인종을 누르거나 담장 너머로 촬영을 하는 등 이효리 이상순 부부는 엄청난 사생활 침해를 당하고 있다.

이상순은 SNS를 통해 두 차례나 관광객들의 이런 방문과 사생활 침해를 자제해줄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프로그램이 부른 심각한 부작용이다.

성공한 프로그램이니, 민박집 주인을 바꿔 'OO네 민박'으로 간판을 바꿔달고 명맥을 이어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효리네 민박'만큼 인기를 얻고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을까.

   
▲ '밤도깨비'가 새로운 형식의 밤샘 리얼리티로 주목받고 있다. /사진=JTBC '밤도깨비'


'밤도깨비'는 계절적인 한계가 있을 것이다. 프로그램의 기획 의도부터가 '2017년 대한민국에 불었던 도깨비 신드롬이 열대야로 잠 못 이루는 이들을 위로해줄 밤도깨비로 나타났다!'이다.

열대야가 물러나고 여름이 끝나면? 목표 장소 인근 옥상 등지에서 노숙(잠을 자지 않지만)하며 밤을 새는 출연자들이 앞으로 갈수록 기온이 떨어질텐데 어떻게 바깥에서 버틸지 걱정이다. 촬영 장소를 실내로 옮기거나 하면 신선미가 떨어지고 재미는 반감하지 않을까.

뿐만 아니라 출연진의 건강 문제라는 부작용도 있다. 아무리 건강한 사람이고, 낮밤을 바꿔 사는 경우가 많은 연예인들이라 하더라도 일주일에 한 번씩 꼬박 밤을 새는 것은 신체 리듬이 깨지고 건강에 해로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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