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트리 이끌며 미혼모의 인식과 환경 개선 앞장
"더 많은 미혼모 세상 밖으로 나오면 좋겠어요"
[미디어펜=조한진 기자]“움츠리고 있는 많은 미혼모들이 밖으로 나왔으면 좋겠어요. 한 번이 어렵지 그 다음은 쉬워요. ‘나는 소중한 사람이다’라는 생각을 해야 해요.”

최형숙 대표는 미혼모의 권리와 평등을 위해 하루 24간을 쪼개서 쓰고 있다. 교육, 노동 복지 등 미혼모들의 안정적인 생활을 생각하면서다.

   
▲ 최형숙 인트리 대표 /사진=인트리 제공

지난 1일 서울 동작구의 여성플라자에서 만난 최 대표는 미혼모들이 “더 자신감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사회 구성원의 한 사람으로서 스스로를 더 사랑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 대표는 9년째 미혼모를 위해 활동하고 있다. 2103년 5월 인트리가 정식 출범 한 뒤 더 체계적으로 미혼모 관련 프로그램과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인트리는 여성문화이론 연구소의 미혼모 대상 여성학 강의에서 만난 사람들이 의기투합해 발족했다.

최 대표는 누구보다 미혼모의 아픔을 잘 알고 있다. 본인이 미혼모로 아이를 낳아 키웠기 때문이다. 최 대표의 아들은 벌써 13살 6학년 어린이로 성장했다. 2년 전에는 지금의 남편과 결혼해 단란한 가정을 꾸리고 있다

“처음에 혼자 임신한 상황이 되면 어떤 사회의 지지도 받지 못해요. 결혼 안한 여성이 출산하면 문제 있는 여성으로 인식되기 쉽잖아요. 본인은 버림받았다는 생각도 들고요. 미혼모가 된 사람들도 처음부터 미혼모가 되리라고는 생각 못했을 거에요.”

최 대표는 미혼모에 대한 사회 인식이 여전히 아쉽다고 했다. 과거 보다는 많이 나아졌지만 미혼모에 대한 주홍글씨는 여전하다고 했다.

그는 “요즘은 예전과는 그래도 달라졌다. 사회적인 분위기가 조금 바뀌었다”며 “드라마 등에 (단골 소재로 미혼모가)나온다. 일상에 어디 있다는 인식이 있지만 편견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최 대표는 미혼모들과 많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중고등학교 등 교육시설에서도 강의도 지속하고 있다. 그는 미혼모들에게 인간의 존엄성을 강조하고 있다. 개인을 더 소중하게 생각해야 엄마와 아이 모두가 행복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우리는 미혼모에 대해서 먼저 포커스를 맞추지 않고 있어요. 저는 ‘내가 행복하자’고 말해요. 내적 힘을 키워야 해요. 우울하지 않아야 아이도 행복하게 키울 수 있잖아요. 미혼모들이 ‘나는 소중한 사람이다라’는 생각을 했으면 좋겠어요.”

최 대표는 미혼모들에 대한 교육 프로그램이 더욱 다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미혼모 대한 교육 프로그램이 선입견을 갖고 만들어 졌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미혼모들이 다시 사회로 나왔을 때 더 도움이 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우리 사회는 이 사람(미혼모)들이 이 정도 수준일 것이라는 선을 그어 놓고 있는 것 같아요. 학력이 낮다는 편견, ‘고등학교 졸업했으면 많이 했겠지’라는 편견이 있어요. 대학교를 졸업한 미혼모들은 물론, 미혼모가 되고 대학 졸업한 사람들도 많아요. 왜 미혼모들에게는 정형화된 교육을 시키려는지 모르겠어요.”

최근 다양한 직업군이 나오는데 이에 맞출 수 있는 교육프로그램이 생겼으면 좋겠다는 것이 최 대표의 생각이다. 그는 “전문직으로 키워주면 집에서도 할 수 있는 일들이 많다”며 “미혼모들도 이런 직업군에서 활동할 수 있다는 생각을 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사회적 약자가 되기 쉬운 미혼모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이 있느냐는 질문에 최 대표는 “저도 알았으면 좋겠다”고 웃었다. 그러나 어린 학생들이게 책임감을 심어 줄 있는 교육 등을 통한 인식 전환이 효과적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저는 어른들이 해결 방안이라고 생각해요. 지금의 학생들은 정말 달라요. 성적 자기 결정권을 자신들이 갖고 있다고 생각하는 학생들이 많아요. 특히 부모들이 인식을 했으면 좋겠어요. 대부분 ‘청소년 미혼모가 있을 수 있지만 내 아이는 아니야’라고 생각하죠. 그러나 내 아이도 될 수 있어요.”

   
▲ 최형숙 인트리 대표 /사진=인트리 제공

또 최 대표는 성교육의 패러다임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더 이상 일률적이고 폐쇄적인 방식으로는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는 것이다.

최 대표는 “(청소년 스스로)자신이 한 행동에 책임을 져야하게 만들어야 한다. 착하거나 불량한 것과는 관계가 없다”윤리적이냐 도덕적이냐는 아이들이 판단하게 해야 한다. 주입식 성교육은 더 이상 먹히지 않는다. 페쇄된 문화를 끄집어내 선택할 수 있도록 만들어 줘야 한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미혼모 지원 정책이 일원화 되지 못하고 있는 점도 아쉽다고 했다. 미혼모 관련 업무가 여성가족부와 보건복지부로 나뉘면서 사각지대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보호시설, 교육, 직업 교육 등 아직도 갈 길이 멀다는 것이 최 대표의 판단이다.

최 대표는 “2008년 미혼모 관련 활동을 시작하면서 세상이 금방 바뀔 줄 알았다”고 했다. 이어 “아이가 학교 갔을 때는 바뀌겠지”라고 생각했지만 그것도 아니었다.

“세상은 내가 생각하는 것만큼 빨리 바뀌지 않더라고요. 엄마들 스스로 자신 삶 안에서 열심히 살면 주변에서 하나 하나 인식이 바뀔 거에요. 삶의 방식이 다르겠지만 (미혼모들이) 숨지 말고 밖으로 나오면 좋겠어요. 나오면 큰 숨을 쉴 수 있을거에요.”
[미디어펜=조한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