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규태 기자]청와대와 국정원은 물론 고위공직자의 업무 관련 범죄까지 수사대상을 확대해 특검 보다 막강하다고 평가받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초헌법적 상시 사찰기구'로 세워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문재인정부의 검찰개혁 대표공약으로서 정권 실세의 권력형 비리를 차단하기 위해 독립수사기구를 표방한 공수처이지만, 제대로 된 견제장치가 없다면 옥상옥이라는 또 다른 권력기구로 변질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다.

법조계는 공수처가 수사우선권을 실제로 어떻게 운영하느냐가 권력기구로서의 전횡 여부를 좌우하는 관건이라고 보고 있다.

우선적 수사권을 내밀어 강제 이첩권을 자주 행사할 경우 검찰이 고위공직자수사에 손을 놓는 부작용이 크다는 지적이다.

특히 공직비리는 민간비리와 얽혀 복잡한 구조와 양상을 많이 보인다는 점을 감안하면, 검찰 및 경찰과의 사이에서 불거질 관할권 갈등에 대해 공수처가 조정기구를 둔다 해도 수사진행 상황에서 실효성이 의문이라는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공수처와 검찰 간 경쟁 구도가 형성되어 상호 견제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지만, 검찰 내부에선 "검찰 부패수사 기능을 줄인 후 공수처가 부패수사를 제대로 못할 경우, 부패수사 공백이 생길 수 있다"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 문재인 대통령은 7월25일 청와대 본관 충무실에서 문무일 검찰총장(앞줄 오른쪽)에 대한 임명장 수여식을 갖고 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과 검경수사권 조정 등 검찰개혁을 당부했다./사진=청와대 제공

정부 안건으로 채택될 것으로 보이는 법무검찰개혁위원회 권고안을 보면, 검찰이 주요 부정부패 수사에서 손을 떼는 것과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회를 국회에 두는 점을 골자로 삼고 있다.

법조계는 견제장치 중 하나로 들어간 후보 추천위에 대한 국회 관할에 대해서도 대통령의 공수처장 지명권을 들면서 "공수처가 집권여당 및 청와대의 부정부패 사건을 얼마나 독립적으로 수사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소관 상임위인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문턱 넘기도 공수처 신설의 주요 관건으로 꼽히고 있다.

개혁위원회가 18일 발표한 권고안을 국회에 계류되어 있는 공수처 관련 법안들과 비교하면, 법안들보다 더 공수처의 독립성을 높이고 규모와 권한을 확대하는 동시에 민주당-국민의당 법사위 간사들이 합동 발의한 법안과 각론에서 가장 유사하다는 평을 받고 있다.

국회 법사위원장을 맡고 있어 의결 진행의 키를 잡고 있는 자유한국당은 당장 "청와대에 예속된 옥상옥 감찰기관"이라며 공수처에 대해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여러차례 공수처 신설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던 권성동 법사위원장이 법안 처리에 끝까지 반대하며 전체회의를 소집하지 않을 경우 공수처 신설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공수처는 1999년 김대중정부 당시부터 지난 18년간 여러번 추진되었으나 검찰의 조직적인 반발을 넘지 못하고 무산되어왔다.

검찰 기소독점을 깨고 우선수사권과 기소권을 동시에 갖는 공수처가 오히려 과다한 권력 독점으로 국민기본권을 제한할 수 있다는 일각의 비판이 여전한 가운데, 정부가 공수처 신설을 어떻게 추진할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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