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직후 대비전략: 가채점 및 대학별고사 응시
거인의어깨 김형일소장의 입시칼럼 ‘입시톡톡(入試TalkTalk)은 11월 23일 수능을 마친 수험생들의 마음을 위로해 주며 수능 이후 해야 할 일들을 간략하게 정리해 드릴 것입니다. 수능을 마치고 나면 수험기간 동안 최선을 다한 수험생들이나 학부모님들에게 휴식이 가장 필요할 것입니다. 그동안 쌓였던 긴장과 스트레스를 털어내고 충분한 휴식을 취하며 한편으로는 앞으로의 남은 변경된 수시, 정시 입시일정을 위해 다시금 마음을 잡아야 할 것입니다. <편집자 주>

   
▲ 김형일 거인의어깨 연구소장
진학 성공을 위해 정확한 가채점이 절대적
아직 긴장의 끈을 놓아서는 안 될 시기

수능 1주일 연기

지진으로 인해 수능 일정이 1주일 연기되는 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 원래의 수능 날짜에 맞춰서 모든 계획을 세워서 실천해 온 수험생들 입장에서는 당혹감이 이만저만 아닐 것이다. 하지만 이미 결정된 부분에 대해서 불만을 갖는 것 보다는 자연재해로 인해 뜻하지 않게 1주일이라는 시간을 더 벌었다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남은 1주일을 후회 없이 보내도록 하자.

수능 직후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11월 23일 수능시험이 끝나고 난 후 입시 일정으로는 수시 대학별고사와 정시모집, 그리고 추가모집이 있다. 수능 이후 대학별고사가 진행되는 수시전형에 지원한 수험생들은 논술이나 면접과 같은 대학별고사를 통해 진학의 문을 두드리게 될 것이며 수시에서 합격통보를 받지 못한 수험생들은 수능 점수로 당락이 결정되는 정시 지원을 준비해야 할 것이다. 

정시에서도 합격 통보를 받지 못한 수험생이라면 정시모집이 끝나고 난 후 미등록 결원만 추가로 선발하는 추가모집에 지원해 볼 수도 있지만, 선발인원이 매우 적을 뿐만 아니라, 적은 인원조차도 대학에 따라 유동적으로 발생할 뿐더러 합격성적 예측도 힘들기 때문에 추가모집은 주력으로 도전할 만한 기회가 아님을 염두에 두고 향후 대학별고사와 정시에 최선으로 대비하는 것이 올바른 전략이라 하겠다.

따라서 수능 이후의 입시 일정을 결정짓는 데에는 수능 ‘가채점’ 결과가 가장 중요하다고 하겠다. 가채점이란 단어 그대로 임시의 의미를 갖는 가(假)채점 점수를 말한다. 실제 수능 성적표는 12월 초(수능일 기준 20일 이후)에 받아볼 수 있기 때문에 수능 종료 직후부터 2주 이상의 공백 기간 동안 내 성적을 추정함으로써 수시 대학별고사의 응시 여부를 결정하거나 정시 지원을 준비하는 등의 중요한 결정에 활용하게 된다.

수능이 끝나고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가채점을 실시하여 나의 수능 점수를 추정하는 일이다. 가채점이라는 첫 단추를 잘 꿰어야 여유 있게 남은 일정에 대비할 수 있고 진학 결과에 불이익을 당할 확률을 줄이게 된다. 가채점 점수를 토대로 정시 합격가능 대학을 추정한 결과, 수시 지원 대학 중 대학별고사 응시가 필요한 경우에는 해당 대학의 출제형식에 맞춰 대학별고사를 준비하는 것 또한 수능 직후의 입시 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정시모집에 지원할 지의 여부는 대학별고사를 응시하지 않음으로써 개인이 선택할 수도 있지만, 수시모집을 주력으로 도전하고 있는 수험생들은 수시모집의 합격 여부에 따라 추후 정시모집에의 지원 여부가 결정 될 것이다. 

이러한 전략적 설계에 의해, 수능 직후 반드시 해야 하는 일들을 좀 더 자세하고 꼼꼼하게 확인하고 목표대학 합격에 도전해 보도록 하자.

가채점은 최대한 정확하게

앞에서 언급했듯 수능 결과에 대한 정확한 추정은 진학을 희망하는 대학의 수준을 향상시켜줌과 동시에 효율적인 시간활용에도 큰 도움이 된다. 수시모집에서 자신이 지원한 대학의 전형에서 요구하는 수능최저학력기준을 달성하지 못했거나 정시모집에서 진학가능성이 높은 대학이라면 굳이 시간을 낭비하며 대학별고사에 응시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확보한 시간은 응시가 필요한 대학의 대학별고사에만 온전하게 집중하면서 활용할 수 있게 된다. 상황에 따라서는 정시 지원을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합격성적 이외에도 대학과 학과, 진로 등의 보다 다양한 정보를 수집하고 여유 있게 결정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반대로 가채점 결과가 부정확하다면 진학대학 결정에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부정확한 판단으로 인해 소중한 수시 합격의 기회를 놓치는 안타까운 일은 절대로 발생해서는 안 될 것이다. ‘물 수능’이라 칭해진 지난 몇 차례의 수능에서는 일부 영역들이 1~2문제 차이로 등급이 뒤바뀌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됨에 따라 수능 결과 예측이 부정확한 사례가 종종 발생하기도 했다. 특히 이번 수능은 영어 영역이 절대평가의 형태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특히 영어를 제외한 다른 과목들의 가채점 결과를 보다 정확하게 추정해 낼 수 있는 방법을 반드시 익혀서 불필요한 피해를 보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가채점의 정확성을 높일 수 있는 방법 중 가장 효과적이면서 효율적인 방법은 ‘보다 여유 있게 실시하는 것’이다. 자신의 수능 결과가 몹시 궁금하기도 하고, 또 일부 대학의 경우 수능 직후 대학별고사가 실시되기 때문에 신속한 가채점이 필요하긴 하지만, 수능 직후에 발표되는 데이터는 부정확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보다 여유 있게 가채점에 임할 것을 추천한다. 

각 교육 업체나 기관에서 발표하는 소위 ‘등급 컷’이라 칭해지는 수능 결과의 추정 데이터는 해당 연도 응시생들이 직접 입력한 자료를 토대로 해서 통계 및 보정작업을 거쳐서 제작되는 것이다. 따라서 표본이 많을수록, 다양한 성적대의 데이터가 수집될수록 결과 값은 보다 정확해지는 것이 분명하다. 각 업체마다 일정한 시간 간격을 두고 추정 값을 보정하고 수정해 나가는 것은 바로 이렇게 시간이 흐를수록 표본이 증가됨에 따라 더 정확한 결과에 근접하게 되기 때문이다. 

보통 상위권 수험생들은 시험 직후 성적을 입력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초반의 등급 컷이 다소 높게 추정되는 경향을 나타내다가 시간이 흐를수록 중하위권 수험생들의 입력 값이 많아지며 등급 컷이 하락하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한다는 점을 참고하자. 가장 정확도를 높일 수 있는 시점은 결과를 최종적으로 확정지은 최종 마감에서다. 

다만 이 시기까지 기다릴만한 여유가 없다면 적어도 만 하루가 지난 오후 시간쯤의 결과를 참고로 해서 향후 준비방향을 결정하는 것이 좋겠다. 등급 컷의 변화 추이를 분석하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 특히 난이도가 쉬웠던 과목이나 자신의 점수가 소위 ‘등급 컷’에 걸리는 수준이라 예상되는 과목이라면 보다 주의해서 살펴보는 것이 정확도를 높이는 요령이 될 것이다.

한 군데가 아닌 2~3개 이상의 기관이나 업체의 결과 값을 참고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큰 틀에서 보면 각 기관의 발표 자료는 대체로 결과 데이터가 유사한 분포를 형성하지만 세부 등급별로는 1~2점씩 차이가 나는 경우도 상당히 많다. 때문에 평소 주로 활용하는 기관의 발표 결과와 이외의 기관의 결과도 참고하는 것이 좋다. 반드시 두 개 이상의 결과 값을 참고하되, 오차가 있거나 등급 커트라인 선상에서 1~2점의 오차가 있다면 다른 여러 기관의 자료도 확인해야 할 것이다. 오차 구간의 평균값을 계산해서 내 점수와 비교해 보고, 또한 다수의 기관이 일치하는 값에 맞춰 점수를 추정하며 오차를 감소시키는데 주력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여러 방법보다 사실 가장 좋은 방법은 아이러니하게도 ‘가채점 결과를 맹신하지 말라’는 것이다. 2~3개 이상 기관의 발표 자료를 참고한다 해도 가채점은 글자 그대로 ‘가채점’일 뿐이다. 추정 성적이기 때문에 실제 결과와 충분히 달라질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지난 몇 년의 사례처럼 수능 문제 출제 오류로 인해 복수정답이 인정되는 등의 여러 가지 변수가 발생한다면 결과는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수시모집에서 지원한 대학의 수능 최저학력기준의 충족 여부를 파악하기 위해 과목별 등급 추정을 진행할 때는 가급적 기준에 충족한 쪽을 염두에 두고 적극적으로 대학별고사에 응시하는 것이 현명할 것이다. 

사실 대학별 고사에 응시했다고 해서 합격 가능성이 높은 것만은 아니다. 학생부종합전형의 경우 면접을 통해 보통 3:1 수준의 경쟁을 뚫어야 하고, 논술전형의 경우 수능최저학력기준을 맞춘 상황에서도 대학에 따라 10:1에서 크게는 40:1 이상의 높은 수준의 경쟁을 뚫어야만 합격 통보를 받을 수 있다. 이러한 높은 경쟁률에 비추어 부득이하게 논술 일자가 겹치는 등의 사유로 인해 다양한 대학의 논술고사 준비가 어려운 경우에는 눈높이를 낮추고, 현실적으로 적합한 수준의 대학별고사 응시를 적극적으로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가채점을 토대로 정시모집 진학 가능대학을 추정하는 과정에서 흔히 저지르는 실수가 ‘모집 군’을 고려하지 않는 것이다. 정시 합격 성적은 해당 대학의 모집 군과 경쟁 대학의 모집 군 분포에 밀접한 연관성을 갖는다. 경쟁 대학들의 정시 결과는 보통 비슷비슷한 수준에서 형성되는데, 실제 지원에서는 모집 군 분포에 따라 필연적으로 선택이 불가능한 대학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상황은 고려하지 않은 채 단순하게 자신의 성적에 맞춰 지원 가능한 대학의 리스트만 뽑아 나열한다면 정시 진학의 문이 상당히 넓게 느껴질 것이다.

실제 지원에서는 가, 나, 다 군 각각 1회의 지원이 가능하며, 이마저도 적정과 상향, 또는 안정 지원을 고려하다보면 전반적으로 지원 대학의 수준이나 학과가 낮아지는 경향이 나타난다는 점을 반드시 고려해야 할 것이다. 결국 실제 정시 지원은 현재 합격 추정 대학보다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대학별고사 응시여부 결정에 더욱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다.

집중력 유지하며 대학별고사 준비

수시 준비로 인해 수능을 앞두고 학급의 학습 분위기가 흐트러지는 것을 최소화 하고자 많은 대학들이 대학별고사를 수능 이후에 실시하고 있다. 논술전형은 수능 이후 고사 응시 포기를 통한 정시 지원과 같은 수험생의 선택권 확대를 위해 기존부터 수능 이후에 진행되는 경우가 많았지만, 학생부 위주 전형의 경우에도 전년도부터 수능 이후에 서류를 제출토록 하거나 면접을 실시하는 경우가 상당수 증가되었다. 대학별고사는 수시 합격을 결정짓는 중요한 시험인 만큼 철저한 대비로 임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많은 수험생들이 수능 이후 집중력을 잃고 대학별고사 준비에 소홀해 진다. 심지어 올해의 경우 연기된 1주일로 인해 그간 준비해 온 수능의 페이스도 흔들릴 염려가 매우 크다. 논술의 경우 높은 경쟁률로 인해 ‘설마 되겠어?’라는 마음이 들고, 생각보다 높은 기출문제의 난이도에 좌절하기도 한다.

게다가 수능이 끝나고 난 후 수험생을 위한 다양한 혜택과 행사들이 있으며, 학교 등교 또한 자유롭게 이루어지다 보니 분위기에 휩쓸려 집중력을 잃기 십상이다. 수능이 끝났다고 해서 입시가 끝난 것은 아니다. 이러한 마음을 추스르고 끝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아야만 최종적으로 대학 진학의 목표를 이룰 수 있을 것이다. 글/김형일 거인의어깨 교육연구소장
[미디어펜=편집국]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