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 ·주주권리 침해할 소지 다분"
   
▲ 사진제공=KB금융그룹

[미디어펜=백지현 기자] 노사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던 KB금융지주의 ‘노동이사제’가 부결됐지만 금융권에 적지 않은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노동이사제 도입 움직임이 은행권을 중심으로 ‘도미노 효과’를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커지면서 경영권 훼손에 심각한 우려가 제기된다.

문재인 정부는 내년부터 공공기관에 노동이사제 도입을 목표로 법 개정 작업을 진행 중이다. 여기다 정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공공분야 노동이사제 도입 의무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하면서 민간 부문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KB노동조합협의회는 내년 3월 주주총회에서 해당 안건을 재상정할 의지를 피력한 데 이어 우리은행과 하나금융 노조도 노동이사제 도입을 적극 환영하는 입장을 보이면서 은행권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20일 KB금융그룹에 따르면 이날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본사에서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노조가 제안한 하승수 변호사의 사외이사 신규 선임(노동이사제 도입)안건이 출석 주식수 대비 17.73%의 찬성에 그쳐 부결됐다.

노동이사제는 노동자가 추천한 인사가 이사회에 참석해 발언권과 의결권 등을 행사하는 제도로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 중 하나다. 지난 주 최대주주인 국민연금(9.68%)이 해당 안건에 찬성표를 던지면서 이번 주총의 최대 현안으로 떠올랐다.

노조는 주총에 앞서 하 변호사를 사외이사로 선임해 이사회의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세계 최대 의결권자문사인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는 하 변호사의 사외이사 선임에 대해 반대 의견을 냈다.  

ISS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노조가 추천한 하 변호사의 사외이사 선임에 대해 “과거 정치경력과 비영리단체 활동 이력이 금융지주사의 이사회에 어떤 기여를 할 수 있을지 불명확하다”고 언급했다. 하 변호사는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소장,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ISS 등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들이 주주가치를 훼손할 수 있어 노동이사제 도입에 반대표결을 할 것을 권고했음에도 국민연금이 찬성표를 던지면서 일각에선 ‘정권 코드 맞추기냐’는 우려의 시각이 크다.

노동이사제 도입은 경영권 훼손에 심각한 우려를 제기한다는게 금융권의 생각이다. 노동자 대표가 이사회 일원으로 참여하게 되면 경영권과 주주권리를 침해할 소지가 다분하다는 게 금융권 안팎의 시각이다.

인사와 경영이 사용자 측의 고유 권한임에도 노동자 대표가 이사회에 참여하게 됨으로써 경영권 개입은 물론 주주권리를 침해 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임금단체협약 협상은 물론 인사권까지 노동계에 유리한 방향을 직간접적인 영향력을 발휘함으로써 경영권을 흔들 수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견제 차원에서 긍정적 효과를 기대한다고는 하나 노조 대표가 이사회에 참석해 발언권과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점에서 경영권 훼손이 우려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