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정광성 기자]“금융‧의료와 정보기술(IT)를 접목해 새로운 산업생태계를 조성한다면 일자리 창출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최운열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문재인 정부의 경제민주화 법안과 박근혜 정부의 규제개혁법을 대승적 차원에서 맞바꾸자는 ‘규제 빅딜’을 제안해 주목받고 있다.

경제민주화 법안인 공정거래위원회의 전속고발권 폐지와 다중대표소송제, 전자투표제를 도입하는 상법 개정안과 박근혜 정부에서 제안된 규제프리존법, 서비스산업발전법을 동시에 통과시키자는 것으로 12월 임시국회에서 대타협이 이뤄질지 주목된다.

사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 10월11일 4차산업혁명위 1차회의를 주재하는 자리에서 ‘규제 샌드박스’ 도입을 밝히고, “신산업 분야는 일정 기간 규제 없이 사업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최 의원은 “문재인 정부에서도 과거 한국당이 발의한 규제프리존법이나 서비스산업발전법은 새로운 산업생태계를 만드는 차원에서 절박하다”며 “혁신성장은 바로 이런 쪽에서 일어나야 된다”고 지적했다. 

최 의원의 ‘규제 빅딜’ 제안은 말 그대로 지난 정부 때 발의된 법안을 수용하고, 현 정부의 혁신성장과 규제개혁에 함께 힘을 보탠다는 차원에서 ‘협치’의 상징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국회에서 ‘규제 빅딜’은 제안 차원에서 머물러 있는 실정이다.  
 
최 의원은 “현재 정부나 민주당은 재벌개혁이 우선 과제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며 “제1야당인 한국당이 전속고발권 폐지, 다중대표소송제, 전자투표제 등을 도입하는데 동의하면 정부와 여당도 전향적으로 규제프리존법과 서비스산업발전법을 당론으로 통과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사실 문 대통령이 제시한 규제 샌드박스는 특정 산업을 지정해 규제를 풀어주는 것이고, 이전 정부의 규제프리존법은 지역별로 육성하고자 하는 전략산업을 정해서 규제를 풀어주는 것이다.    

최 의원은 “가령 규제프리존법이 시행되면 여의도의 수십배에 달하는 새만금 개발지역에 자본력 있는 대기업이 들어가서 ‘스마트 팜’을 할 수가 있다. 이런 사업은 중소기업은 할 수 없는 사업이므로 대기업이 나서도록 규제를 풀어야 하는데도 지금 여당이 반대하고 있어 처리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 의원은 “우리 농업은 경쟁력을 거의 상실한 상황이다. 한계 상황에 와있다”며 “중국이라는 거대 시장을 겨냥해서 새만금에 ‘스마트 팜’을 도입한다면 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최 의원은 서비스산업발전법에 대해서도 “현실적으로 제조업은 한계에 직면했다. 새로운 돌파구로 서비스산업을 성장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많다”며 “서비스산업에 과도한 규제를 풀고, IT를 융합시키면 새로운 산업과 일자리도 만들어진다”고 설명했다.

발달된 IT 기술을 다른 산업에 융합하는 것으로 IT를 금융과 융합시키면 핀테크와 인터넷뱅크, 의료와 융합시키면 원격진료가 가능해진다”면서 “민주당도 이전 정부가 했다고 해서 무조건 반대만 하지 말고 옳은 것은 해야 한다. 나쁜 것을 도려내는 것이 적폐청산인데 오히려 좋은 것까지 피해간다면 혁신성장도 요원하다”고 말했다.   

서강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로서 학자 출신이면서 20대 국회에서 비례대표로 의원 배지를 단 최 의원은 “법안 개수보다 의미 있는 법률안 1~2개라도 반드시 통과시켜 우리 사회를 질적으로 변화시킨다면 충분하다”는 말로 의정 활동의 목표를 밝혔다.

이런 바람에 맞게 국회 정무위원회 위원으로서 최 의원이 발의한 외부감사법 개정안이 최근 국회 문턱을 넘는 쾌거가 있었다. 주식회사의 외부감사 시 금융 당국이 지정한 외부 감사인을 의무적으로 지정하는 것으로 최 의원의 제안대로 ‘6년 자유계약’과 ‘3년 지정계약’으로 합리적인 법안이 마련됐다.

최 의원은 “그동안 우리는 시장경제 논리에 따라 자유수임으로 외부 감사인을 지정했는데 이렇다 보니 피 감사인이 갑이 되는 상황이 벌어졌다”며 “이러니까 감사의 질이 떨어지고 분식회계가 만들어지는 폐단이 반복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 의원은 “세계의 많은 자본주의 국가에서 외부감사인을 지정하는 예가 많지 않은 것이 사실이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폐단을 없애려면 우리 실정에 맞는 법률이 필요했다”고 덧붙였다.

관련 법안이 논의되는 과정에서 강경파 의원들 사이에서는 외부감사인을 3년마다 금융 당국이 지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고 한다. 하지만 최 의원은 “기업이 6년간 외부 감사인을 자유롭게 정하도록 하고, 다음 3년간만 금융 당국이 지정하더라도 앞에 회계사들이 잘못한 감사가 발각된다”며 “이런 방법으로 제대로 된 감사를 이뤄지도록 하는 것뿐 아니라 공정한 감사 풍토도 정착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했다.

최 의원은 “내가 만약 미국 의회 의원이었다면 이번 법률명은 ‘최운열 법’이었을 것”이라며 “물론 기업들은 감사 비용이 많게는 10배씩 올라갈 것이라 우려가 크지만 설령 그렇게 되더라도 이로 인해 얻는 기업의 가치는 1조 이상 올라간다. 우리 기업의 신뢰도 높아지고 국제사회에서 신용도도 달라진다”며 의미가 큰 법안이라고 강조했다. 

   


김종인 전 민주당 대표의 측근 인사로도 알려져 있는 최 의원은 당의 경제민주화 태스크포스(TF) 팀장을 맡아 정책수립을 주도해왔다. 그는 “경영투명성을 규제로 오인하지 말라”며 “그동안 대기업의 간행이 되어온 납품가 후려치기, 일감 몰아주기와 같은 불공정한 행태를 바로잡아야 경쟁력을 올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법인세 인상과 관련해 “양쪽의 의견이 팽팽한 상황에서 이건 누가 맞고, 틀린 문제가 아니라 지금 우리 사회 현상에 따라 적용해야 한다”고 했다. “지금 기업투자가 이뤄지지 않는 것은 만들어도 팔리지 않아서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 의원은 “감세론자들의 이론을 보면 세금을 낮추면, 가처분 소득이 올라가고, 저축이 증가하면서, 금리가 내려가고, 투자 활성화로 이어진다는 것이지만 이것을 반대하는 민주당의 논리도 똑같다”며 “세금을 낮추면, 정부 재정이 줄어들니까 정부 재정적자 가능성이 높아지고, 이에 따라 정부채를 많이 발행하면서 금리가 올라가고, 투자는 저하되고, 고용도 저하된다는 주장”이라고 말했다.

최 의원은 “사회과학은 가정의 학문”이라며 “이미 보수정권에서 법인세를 낮추는 정책을 적용해봤지만 투자는 이뤄지지 않았고 고용도 축소됐다. 이는 기업이 투자를 하지 않아도 이윤이 나니까 사내 유보금만 올리고 낙수효과도 사라지는 부작용을 낳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최 의원은 “과거에는 경제가 5% 성장하면 개인과 기업, 정부에 골고루 이익이 돌아갔지만 지금은 경제가 성장해도 기업은 점점 더 부자가 되지만 가계는 가난해진다”며 “이러니 소비심리는 얼어붙고 비정규직이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최 의원은 “지금 우리 사회는 돈의 경화중, 기업에 돈이 고여있다고 한다. 차라리 법인세를 정상화시키고, 정부재정을 늘려서, 기업이 투자하지 못하면 정부라도 공공정책을 통해 고용을 확대하면 소비도 확대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