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헤지펀드 운용사 등록 기준이 완화된 이래 자산운용업계가 폭발적으로 늘었지만 수익성은 도리어 악화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가운데 자산운용사들은 금투협에서 독립할 조짐마저 보여 향후 파장이 주목된다.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자산운용사들의 적자 비율이 상당히 높은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특히 헤지펀드 운용사 등록 기준이 완화되면서 난립한 신생 운용사들의 경우 적자 회사의 상당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헤지펀드 운용사 등록 기준이 완화된 이래 자산운용업계가 폭발적으로 늘었지만 수익성은 도리어 악화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가운데 금투협에서 독립하고자 하는 자산운용사들의 목소리를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업계 자료에 따르면 지난 3분기 말 현재 국내 자산운용사 195곳 중 75곳이 영업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리조트 개발사 에머슨퍼시픽 계열의 에머슨자산운용은 17억원의 영업손실을 내 업계에서 가장 성과가 좋지 않았다. 이외 라이노스자산운용이 약 16억원, 보고펀드 14억원, 쿼터백자산운용이 11억원, 에셋플러스자산운용이 10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신생사들이 이렇게 영업손실을 다수 냈음에도 불구하고 자산운용업계 전체적으로는 5300억원에 가까운 영업 이익이 났다. 신생사들과 기존 회사들의 양극화가 얼마나 심한지를 알 수 있는 뿐이다. 미래에셋·KB·삼성·한화·한국투자신탁운용 등 대형 5개 운용사들은 도합 1911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자산운용업계 전체 이익의 36%를 독식했다.

이와 같은 양극화는 헤지펀드 운용사 등록 기준이 완화되면서 다양한 회사가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여파로 분석된다. 지난 2015년 말 금융당국은 전문사모집합투자업자 등록 기준을 완화하면서 자산운용사 설립 문턱을 낮췄다. 이에 따라 많은 회사들이 생겨났지만 상당수는 시장에서 고전하며 여전히 ‘자리 찾기’에 부심하는 모습이다.

한편 양적으로 팽창한 자산운용업계는 또 다시 움직임을 만들어내고 있다. 현행 금융투자협회 내에서의 연합 체제를 ‘자산운용사들만의 별도 협회’로 재구성하려는 움직임이다. 이와 같은 흐름은 최근 금융투자협회장 선거전이 시작되면서 더욱 뚜렷해졌다. 각 후보들이 ‘업권별 분리’ 공약을 차례차례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황성호 전 우리투자증권(현 NH투자증권) 사장이 자산운용 업계의 자체 협회 설립을 공약한 상태이며 손복조 토러스투자증권 회장은 증권업협회(선물회사 포함)와 자산운용협회, 부동산신탁협회 등 3개 협회 분리를 주장하고 있다. 지난 2009년 증권업협회, 자산운용협회, 선물업협회가 통합돼 금투협이 출범했지만, 채 10년이 지나지 않아 ‘원상복귀’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자산운용업계의 스케일 자체가 상당히 커져 있는 만큼 자산운용업계의 독립 요구는 선거전에서 ‘무시할 수 없는 목소리’가 돼가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자산운용업계의 독립 문제가 이번 선거 최대 승부처가 될 수도 있다”고 전망하면서도 “금융당국이 투자업계에 대해 꽤 냉정한 태도를 취하고 있는 만큼 통일된 시스템을 조금 더 가져가는 방향이 온당치 않겠나 생각한다”고 의견을 피력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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