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투자과열 '정부규제' 유도…경착륙 불가피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올해 코스피 지수가 무려 6년 만에 박스권을 탈출하며 약 20% 상승하는 쾌거를 이뤘다. 그러나 내실을 알고 보면 삼성전자‧SK하이닉스를 비롯한 IT주들의 성장에 지나치게 의존했다는 문제점도 지적된다. 연말에는 비트코인 열풍이 시장을 어지럽게 만들기도 했으며, 지난 5월 출범한 새 정부는 금융권에 엄격한 태도를 견지하며 긴장감을 제고시키고 있다. 미디어펜은 올해 증권가 이슈와 내년 전망을 3부작에 걸쳐 연재한다. <편집자주>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금쪽같은 내 돈 1억을 비트코인에 투자했다. 한 종목에 9000만원을 투자했다는 사실을 와이프가 알면 뭐라고 할까? 8200만원은 정말 작은 돈이 아닌데 말이다. 내 동창 녀석도 나와 똑같이 9400만원을 투자했다. 이제 이 7700만원이 딱 2배로 뛰어주기만 하면….”

암호화폐(가상화폐) 비트코인의 가치가 엄청난 변동폭으로 순식간에 바뀐다는 사실에 빗댄 인터넷 농담이다. 세태의 변화를 가장 빠르게 반영하는 인터넷 농담의 최근 소재는 거의 전부 비트코인에 맞춰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비트코인 가치의 상승을 염원하며 외친다는 “가즈아(가자)!”라는 주문은 영문 표기 “Gazua!”로 변환돼 뜻밖의 한류(?)까지 형성한 상태다.

   
▲ 연말에 불어 닥친 비트코인 '광풍'은 국내 투자업계의 상황을 혼란과 패닉의 현장으로 비쳐지게끔 하기에 충분했다. 투자자 자율에 의한 손실마저 정부가 보전해 주기를 바라는 국내 여론의 특성상 이번과 같은 강력한 정부 규제는 불가피했다는 지적도 존재한다. 어떻든 결과는 '경착륙'으로 돌아왔다. /사진=연합뉴스


주식가치는 위쪽으로든 아래쪽으로든 하루에 30% 이상 움직일 수 없다. 이른바 상한가‧하한가 제도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 막 시장이 형성된 비트코인 거래에는 그런 게 없다. 이런 상황에 거래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롤러코스터 장세’라는 말로는 표현이 힘든 혼란이 시장을 덮쳤다.

비트코인만 빼놓고 생각하면 국내 증시의 상황은 그리 나쁘지만은 않았다.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같은 IT주에 과도하게 의존한 구석이 없지 않지만 어쨌든 올해만 놓고 보면 괄목할 만한 성장을 한 것은 맞기 때문이다. 

허나 연말에 불어 닥친 비트코인의 ‘광풍’은 국내 투자업계의 상황을 혼란과 패닉의 현장으로 비쳐지게끔 하기에 충분했다. 시장에는 ‘지금까지 한 번도 투자에 나선 적이 없는 미성년자나 노년층까지 특정 종목을 매수한다면 거품의 신호’라는 속설이 있다. 이 속설이 맞다고 가정할 경우 비트코인은 사상 유례가 없는 거품의 원산지였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급기야 지난 11일에는 한 고등학생이 비트코인의 파생상품 격인 ‘비트코인 플래티넘’이 나온다는 가짜 뉴스를 생성해 트위터에 ‘공식 계정’까지 만들어 물경 수조원어치 혼란을 만들기도 했다. 이 학생이 초래한 이른바 ‘비트코인 플래티넘’ 해프닝은 현재 비트코인 시장의 취약점을 그대로 노출했다. 정부 발행 화폐처럼 명확한 인증 주체가 없는 까닭에 뜬소문 하나로도 폭풍이 야기될 수 있다는 사실이 그대로 노출된 것이다. 

너무 많은 위험사례가 보도되고 알려지면서 정부 또한 가만히 앉아있을 수만은 없게 되었다. 정부와 금융당국은 최근 들어 반복적으로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규제안을 손질하며 시장상황에 대응하고 있다.

이 과정에도 시행착오는 있었다. 정부 안에서도 법무부와 금융당국의 입장이 갈렸기 때문이다. 당장 혼란을 최소화하고 싶은 법무부 측은 비트코인 거래 자체를 막는 상황으로 나가고자 했다. 반면 금융당국은 최대한 자율적인 거래를 존중해 풍선효과를 막겠다는 의도를 견지했다.

이 과정에서 국내 증권사들이 준비했던 비트코인 관련 세미나는 모조리 ‘올스톱’ 되었다. 행여 정부가 견제하고 있는 비트코인에 관심을 갖는다는 인상을 줄까봐 여러 건이 나올 만한 보고서조차 단 1건도 나오지 않고 있다. 그 결과 투자자들이 의존할 수 있는 전문정보가 점점 더 사라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가 규제 기조로 방향을 잡은 최근 비트코인의 가치는 급락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에도 투자수익을 낸 경우는 과도한 낙폭에 따른 반발매수세에 성공적으로 안착한 몇몇 사례들뿐이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역시 비트코인은 위험하다’는 원칙론을 펴는 여론도 있지만, ‘정부의 어설픈 개입이 언젠가 찾아왔을 하락세를 더욱 가파르게 형성시켰다’는 비판론도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단기간에 급등한 비트코인 가치가 조정을 받을 수 있다는 순리를 모르는 사람이 그렇게 작지는 않았다”고 전제하면서 “적당한 선에서 어떻게 안정적으로 시세가 정착하느냐가 관건이었는데, 정부 측 규제가 비트코인 투자를 ‘탐욕’으로 규정하는 방향으로 들어와 그 악영향이 생각보다 빠르고 강력했다”고 지적했다.

투자자 자율에 의한 손실마저 정부가 보전해 주기를 바라는 국내 여론의 특성상 이번과 같은 강력한 정부 규제는 불가피했다는 지적도 존재한다. 결국 미국과 일본 등에서는 제도권 내부로 포섭될 것으로 보이는 암호화폐는 국내에서 당분간 ‘찬밥신세’를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비트코인 거래가 국내 투자업계에 많은 생채기를 낸 것도 사실이라, 결국 내년이 중요한 변곡점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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