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투자증권 '독주체제' 얼마나 이어질까
지난 2017년은 국내 증시가 새로운 성장의 가능성을 보여준 한 해로 평가된다. 그러나 코스피‧코스닥 지수의 상승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업계 내부의 분위기는 미묘한 구석도 없지 않다. 미디어펜은 새 정부 출범이 2년차를 맞는 2018년 국내 증권가를 겨냥해 어떠한 정책이 추진돼 업계 판도가 변화할 것인지 3회에 걸쳐 연재한다. <편집자주>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진짜 리스크는 시장이 아니라 정부 쪽에 있다는 우려가 점점 확산되고 있습니다. 초대형 투자은행(IB) 이슈의 경우 정부에 대해 ‘실컷 준비했더니 말을 바꿨다’는 일종의 배신감이 특히 대형사들 사이에 퍼져 있는 것도 사실이고요.” (대형 증권사 관계자 A씨)

초미의 관심 속에 작년 하반기 돛을 올린 초대형 IB가 올해 국내 증권가에서 정착될 수 있을지 우려와 기대가 교차하고 있다. 핵심 업무인 단기금융업 인가를 오로지 한국투자증권 1개사만이 받은 가운데 업계 판도가 어떻게 변화할 것인지 주목된다.

   
▲ 업계에서 유일하게 한국투자증권만 초대형IB 사업의 핵심인 단기금융업 인가를 받아 나머지 4개 증권사는 금융당국의 승인을 기다리는 중이다. /사진=미디어펜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초대형IB는 증권가 최고의 핫이슈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발행어음 사업 등을 통해 수익을 다변화하고 은행권에 대한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최적의 대안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금융당국이 생각보다 단기금융업 인가 기준을 높게 잡으면서 증권사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대형사들과의 격차를 우려하는 중소형 증권사들의 불안감도 상당하다.
 
작년 11월 금융위원회는 한국투자증권, 미래에셋대우, NH투자증권, KB증권, 삼성증권 등 자기자본 규모 4조원이 넘는 대형증권사 5곳을 초대형 IB로 지정하면서 본격적으로 초대형 IB 시대의 개막을 알렸다. ‘한국판 골드만삭스’를 육성하기 위한 증권가 최고의 히든카드가 드디어 빛을 보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초대형 IB 사업의 핵심인 단기금융업 인가를 받은 것은 한국투자증권 한 곳 뿐이었다. 현재까지 나머지 4개 증권사는 금융당국의 승인을 기다리는 중이다. 한국투자증권은 인가 이후 곧장 내놓은 단기금융상품을 통해 선풍적인 흥행에 성공했다. 

한투는 인가 직후인 작년 11월말 5000억원 한도로 ‘퍼스트 발행어음’을 내놓아 첫날에만 4141억원을 유치했다. 판매 2일차 오후 2시에 ‘완판’ 기록을 내면서 바로 다음 달인 12월 2차 상품을 내놨다. 

한투는 발행어음 사업에서만 0.7~1.5% 정도의 마진을 예상될 정도로 큰 수익을 내 초대형 IB의 잠재력을 입증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로써 초대형 IB는 국내 금융소비자들과의 접점을 늘리는 한편 모험자본 공급 기능을 강화한다는 측면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초대형 IB 인가의 목줄을 쥐고 있는 금융당국의 ‘표정변화’다. 이전 정부가 내놨던 청사진을 믿고 부랴부랴 초대형 IB 인가조건을 준비했던 대형사들은 새 정부 출범 이후의 온도차에 상당히 당황하는 기색을 보이고 있다. 

특히 한투 이후 단기금융 인가를 받을 것으로 보였던 미래에셋대우와 NH투자증권이 재차 인가에 낙마하면서 시장 안팎에서는 ‘기준이 너무 높은 데다 불확실하기까지 한 것 아니냐’는 불만이 나오기 시작했다.

대형사들의 심경이 복잡한 만큼 중소형사들의 불만 또한 커지고 있다. 초대형 IB가 확산되면 확산될수록 대형사와 중소형사들 간의 격차 또한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초대형 IB라는 새로운 변수가 증권사들 간의 이해관계를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면서 “새 정부가 증권업계에 엄격한 태도를 견지하고 있음을 감안할 때 기업들의 목소리가 분열 양상을 보이는 건 모두에게 불리한 결과를 야기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