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강식당'을 찍으면서 나영석 PD가 실수를 했다. 나 PD도 이럴 줄은 몰랐을 것이다.
tvN 예능 프로그램 '신서유기 외전-강식당'(이하 '강식당')이 2일 마지막 영업을 한다. '강식당'은 이날 5화를 끝으로 마무리되고, 오는 9일에는 '신서유기 외전' 감독 특별판이 방송된다. 앞서 방송된 '꽃보다 청춘 위너편'과 이번 '강식당' 등 '신서유기 외전' 형식으로 잇따라 선보인 두 편의 패러디 시리즈가 모두 끝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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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tvN '강식당' 예고영상 캡처 |
나영석 PD의 손을 거친 예능 프로그램들은 시즌제가 정착됐다. '삼시세끼'와 '꽃보다 할배(청춘)'는 출연진을 바꿔가며 장기 방송됐고, '신서유기'는 4번째 시즌까지 방송됐다. '알쓸신잡(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도 최근 시즌 2를 마쳤고, '윤식당'은 이번에 시즌 2 방송을 시작한다.
'강식당'과 '꽃보다 청춘 위너편'은 출발부터 좀 달랐다. '신서유기4' 촬영 당시 송민호의 이른바 '송가락 사건'이 빌미가 돼, 멤버들이 평소 농담처럼 던졌던 말이 프로그램 제작으로 연결됐다. 위너 멤버들과 '꽃보다 청춘'을 찍고 싶다는 송민호의 소원을 들어줘야 했기에, 사장이 손님보다 더 많이 먹는 식당을 해보면 재밌겠다고 했기에, '신서유기'의 외전 형식으로 '꽃보다 청춘 위너편'과 '강식당'이 탄생했다.
외전이기에 어차피 '꽃보다 청춘 위너편'과 '강식당'은 1회성이었다. 멤버들은 또 어딘가 신비로운 장소로 드래곤볼을 찾아 여행을 떠나 왁자지껄 막장 대모험을 하며 '신서유기5'를 촬영할 것이다.(입대한 규현 대신 누가 합류하려나?)
그런데 '강식당'을 본 팬들의 반응이 심상찮다. 너무 재미있다는 것이다. 시리즈 한 번만 보고 끝내기가 아쉽다는 것이다. 시즌2를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진 것이다. 시청률도 쑥쑥 올라 지난주 4회 때는 8.2%(닐슨코리아)까지 치솟았다.
여기까지는 나영석 PD가 실수한 것이 없다. 아니 잘 했다. 프로그램을 만들어 시청자들에게 인기를 끌었으니 성공이다.
그런데 나 PD는 결정적인 실수를 했다. 멤버들이 '강식당' 운영을 너무 힘들어 한다.
셰프가 된 강호동은 없는 요리 실력으로 먹음직한 '강호동까스' 만드느라 스트레스로 잠도 설치고, 안재현은 인기 메뉴 오므라이스 만드느라 팔이 덜덜 떨릴 정도다. 은지원은 평생 안해본 서빙에 미소 짓느라 특유의 쏘아붙이기 및 짜증내기 등 '미친' 재능을 발휘하지도 못한다. 송민호는 설거지옥에 빠져 사표 제출까지 생각할 정도였다. 이수근은 어떤가. 간혹 웃음폭탄을 한 방씩 날려주긴 하지만, '개그탈곡기'처럼 쏟아내던 애드리브를 시간이 없어 제대로 못하고 있다.
한마디로, 멤버들 전원이 '강식당' 운영의 중노동에 허덕이며 진이 다 빠져나간 것이다. 급기야 지난 4회 방송에서는 "입조심 하자(또 어떤 말 해서 무슨 프로그램 만들어 X고생 자초하지 말자는 뜻)", "그냥 신서유기나 열심히 하자", "우리 이대로 베트남 보내줘요" 등의 말을 쏟아냈다. '강식당'은 힘들어서 못해먹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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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tvN '강식당' 방송 캡처 |
송민호가 서울로 출장(?)을 떠났을 때 나영석 PD가 직접 노예('나노')를 자처하며 주방 보조로 열심히 설거지를 했지만, 그것으로 멤버들의 '강식당 공포증'을 달랠 수 있었을까.
시청률이 치솟으니까, 팬들의 반응이 좋으니까, 제작진 입장에서는 '강식당 2'를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현재 멤버들의 반응은 '아니올씨다'다. 여유 속에 잔잔한 재미가 넘실댔던 '윤식당' 시즌 1과 비교해 '강식당'은 너무 바쁘게 돌아갔다. 멤버들은 밥도 굶어가며 중노동에 허덕여 영업시간 끝나기만을 기다리는 모습도 자주 보였다. 나 PD의 '실수'가 드러난 부분이다.
그럼 '강식당 2'는 아예 기대할 수 없는 것일까. 그건 장담하기 어렵다. '본사와 노동자(?)'가 어떤 극적인 합의를 할 지도 모른다. 협상 하면 강호동과 나영석 PD 아닌가. 둘의 밀고 당기는 기술은 '1박2일' 때부터 익히 봐왔다.
[미디어펜=석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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