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조사위가 찾은 재판부 동향파악 문건, 靑 단순전달 내용…인사 불이익 정황 없어
[미디어펜=김규태 기자]'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이 법원 추가조사위원회의 2달간에 걸친 조사에도 불구하고 실체가 없는 것으로 드러나 법원 안팎에서 논란이 고조되고 있다.

추가조사위(위원장 민중기 서울고법 부장판사)는 22일 블랙리스트 언급 없이 재판부 동향파악 문건을 찾았다고 발표했으나, 이는 법원행정처가 청와대에 단순히 전달한 내용에 불과하고 인사 불이익에 대한 정황 또한 확인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추가조사위는 이번 조사에서 동향파악 문건 중 청와대와 법원행정처 간의 유착 의혹을 제기할만한 문건을 찾았으나, 해당 내용은 법원행정처가 재판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청와대에 전달한 내용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의 문건은 '원세훈 전 국정원장 댓글 사건'을 심리한 항소심 재판부의 동향을 정리한 문건인데, 문건에는 "청와대가 항소 기각을 기대하며 법무비서관실을 통해 법원행정처에 전망을 문의해 우회적인 방법으로 재판부 의중을 파악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알렸다"며 "다만 재판 결과에 대해서는 예측이 어렵다는 입장을 알림"이라고 적힌 것으로 확인됐다.

더욱이 추가조사위가 동향파악 문건에 언급한 판사 3명 중 한 판사는 지난해 2월 동기들보다 먼저 법원 지원장에 올랐고 또 다른 1명은 당시 법원행정처 간부가 된 것으로 전해져 인사상 불이익을 당하지도 않았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당초 블랙리스트 실체를 확인하기 위해 출범한 추가조사위는 지난해 4월 '관련 의혹이 사실무근이고 법원행정처의 사법행정권 남용만 있었다'고 지적한 법원 진상조사위와 동일한 결론을 내려 빈축을 사고 있다.

   
▲ 김명수(59·사법연수원 15기) 대법원장은 법원 추가조사위원회의 '사법부 블랙리스트' 조사결과에 대해 "조사결과 자료를 살펴보고 법원 내부 의견을 수렴한 뒤 입장을 정하겠다"고 23일 밝혔다./자료사진=연합뉴스

양승태 전임 대법원장 체제의 법원행정처가 특정 판사들에 대해 인사 불이익을 준다는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은 지난해 3월 제기된 의혹이 발단이었다.

작년 초 법원행정처 한 간부가 진보 성향 법관 모임인 국제인권법연구회의 '대법원장 권한 제한' 세미나를 축소하라고 압력을 넣었다는 의혹이 일어나 이에 대해 법원 진상조사위원회가 조사했다.

진상조사위는 지난해 4월 "특정 판사들의 성향을 정리한 문서를 작성해 이를 인사에 반영하는 등 불이익을 줬다는 내용의 블랙리스트 문건은 없었다"면서 일련의 의혹이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국제인권법연구회 소속인 이탄희 판사가 당시 의혹을 조사하던 법원 진상조사위에 "행정처 PC에 판사 뒷조사 파일이 있다고 들었다"고 주장했고, 연구회 회원들과 전국법관대표회의가 재조사를 강하게 요구한 끝에 김명수 신임 대법원장이 이를 받아들여 추가조사위가 지난 2달간 재조사했지만 별다른 성과 없이 끝났다.

추가조사위는 의혹을 제기한 인사들로 조사위원회 절반 이상을 구성하고, 조사과정에서 법원행정처 전현직 판사의 동의 없이 그들이 사용했던 PC를 강제 개봉해 위법 시비가 불거지기도 했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추가조사위가 블랙리스트 의혹에 대해 밝히지 못하고 당시 법원행정처의 문건 작성 등 사법행정권 남용에 대해서만 결과를 낸 것에 대해 23일 "자료를 잘 살펴보고 여러 의견을 수렴해 신중하게 입장을 정하겠다"며 말을 아꼈다.

법조계는 구체적인 답변을 피한 김 대법원장에 대해 "안팎에서 다양한 해석과 반응이 나오는 상황에서 논란을 해소해야 하는 대법원 수장으로서 입장 정리에 조심스러운 것 같다"고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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