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정광성 기자]김진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헌법 개정과 관련해 “그동안 우리나라에서 헌법을 자주 고치면 안된다는 잘못된 인식이 있었지만 정치제도의 핵심인 헌법이 30년 전에 만들어진 헌옷을 입고 있으니 정치가 표류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1월26일 국회에서 ‘내 삶을 바꾸는 개헌, 어떻게 할 것인가’ 토론회를 열고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했던 김 의원은 “헌법은 한 나라의 번영과 빈곤을 결정하는 정치제도의 근간이고, 국민들은 내 삶을 바꾸는 개헌을 원하는데 정치권만 내 당에 이익이 되는 기회를 극대화하는 개헌을 바라고 있으니 여야간 협의가 안된다”고 꼬집었다.

문재인 정부의 사실상 인수위 역할을 한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한 김 의원은 교육‧경제 부총리를 모두 역임했던 전문 행정가로서 “헌법을 마치 성경처럼 못 바꾼다는 인식은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정치란 각계의 이익이 충돌할 때 조정하기 위한 것이고, 정치는 가장 세속적인 것으로 헌법 역시 가장 세속적인 법”이라고 강조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10개월여만에 지방선거를 앞두고 드디어 개헌 논의에 불이 붙을 전망이다. 지난 대선 때 개헌은 문재인 대통령을 포함한 여야 후보들의 공통된 대선 공약이기도 했다. 하지만 현재 청와대와 민주당은 6.13 지방선거 때 개헌에 대한 국민투표를 함께 실시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이를 반대하는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10월 개헌 국민투표 카드를 제시하며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이에 대해 김 의원은 “개헌에 대한 국민들의 찬성의견이 59.7%라는 최근 한국갤럽 여론조사 결과가 있는데도 한국당은 자신들의 개헌안도 제시하지 못하고 반대만 하고 있다. 지금 한국당은 내부 논의구조가 무너져서 대안도 제시하지 못하면서 반대를 위해 반대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반면, 민주당이 제시한 개헌안은 4년 중임제를 중심으로 예산권과 감사권, 인사권의 상당 부분을 국회로 넘기겠다는 것이 골자이다. 한국당은 4년 중임제에 대해 “단순한 임기 연장안”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이에 대해 김 의원은 “국민들은 이번 개헌이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막는 쪽으로 이뤄지기를 바라고 있고, 민주당은 이런 국민들의 바람을 잘 반영해 당론으로 확정한 개헌안을 마련해뒀다”며 “당이 아직 공식 발표를 안했으므로 개인적인 의견을 밝힌다면 감사원의 독립성을 강화하고, 일부 권력을 국회로 넘기는 방법, 사법부의 인사권도 국민이 원하는 방향으로 바꾸는 방법 등으로 대통령 권한을 축소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의원내각제와 이원집정부제에 대해서는 “의원내각제를 과거에도 시행해봤지만 실패한 경험이 있는데다 지금처럼 정당이 갈라섰다 합치기를 거듭하는 상황에서 국민들의 지지를 얻지 못하는 게 현실”이라고 판단했다. 또 “우리 정치권처럼 대화와 타협을 잘 못하는 풍토에서 대통령과 총리가 협상력을 발휘해야하는 이원집정부제도 맞지 않다”고 진단했다. 그러니 많은 국민들이 ‘대통령 단임제’에는 문제가 있다고 공감하고 있고, 따라서 ‘4년 대통령 중임제’를 시행해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주장이다.  

그러면서 김 의원은 정부 입법 발의권을 없애는 것을 제안했다. “지금처럼 국민들이 국회를 신뢰하지 못하고 있고, 그래서 대통령 4년 중임제에 대한 지지율이 압도적으로 높다면 대통령 4년 중임제로 가면서도 국회 권한을 강화해 대통령 권한을 축소하는 방법을 모색해나가는 것이 타당하다. 바로 정부 발의안을 없애는 것이 해법”이라는 것이다.

   
▲ 문재인 정부의 사실상 인수위 역할을 한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한 김진표 더불어민주당 의원(경기 수원시무).


그는 “정부 발의안을 없애면 국회의원의 도움없이는 입법을 할 수 없게 되니까 미국처럼 대통령과 장관이 매일 아침‧점심‧저녁을 국회의원과 먹어야 하는 상황이 된다”며 “이렇게 예산법률주의가 도입되면 예산 편성에 있어서도 정부보다 의회의 입김이 강해질 것이고,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인사권을 분산시키면 제왕적 대통령을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김 의원은 개헌에서 빠질 수 없는 요소로 “국민소환제 등 시민참여를 제도화해 국민청원이나 국민발의 등 직접민주주의가 강화되고 있는 변화하는 시대상을 반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또 개헌 과정에서 “헌법 전문보다는 구체적인 조문이 더 중요하다”는 말로 5.18민주화운동이나 촛불혁명을 헌법 전문에 수록하는 것은 여야간 협상 과정에서 조율될 여지가 있음을 시사했다.

현재 문 대통령이 국회에서 개헌 합의가 안될 경우 정부안을 내서라도 개헌의 의지를 보이고 있는 것과 관련해서는 “너무나 당연한 대통령의 헌법적 의무”라고 말했다. 그는 “대선 때 그 약속을 내걸고 대통령으로 당선됐는데 공약을 지키기 위해 노력할 의무가 대통령에 당연히 있다”면서 “이번에 여야가 먼저 합의된 것만큼 개헌을 성공시키는 것이 중요하고, 이어 또 반드시 개헌할 항목은 타협해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번 미디어펜과의 인터뷰를 통해 김 의원은 현재 당론에 포함되지는 않았지만 이번 개헌 과정에서 반드시 공론화시키고 싶은 특별한 안을 제시했다.

그는 “내 삶을 바꾸는 개헌에서 가장 중요한 첫 걸음은 교육정책 개선”이라며 “그동안 우리는 관치교육으로 위정자가 바뀔 때마다 그의 뜻대로 몇몇의 공무원들이 교육제도를 움직여온 폐해가 크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중‧고등학생 자녀를 해외로 가장 많이 유학 보내고 특히 대학교수의 자녀가 가장 많이 유학하고 이민가는 나라를 만들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김 의원은 ‘범국민미래교육위원회’를 만들어서 정권에 휘둘리지 않는 교육정책을 만들고, 교육부의 기능을 줄여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범국민미래교육위원회’는 정세균 민주당 대표 시절 김 의원이 주장해 당론으로 삼았던 것이기도 하다.

김 의원이 제시한 교육위원회는 선진국인 핀란드에서 시행하고 있는 제도를 벤치마킹한 것으로 국민대표들로 구성된 독립적인 기구인 위원회를 구성하고, 없애야 할 정책과 새로 만들어야 정책을 공론화시키고 치열한 토론을 거쳐 의견수렴을 해서 제대로 된 교육정책을 하나씩 수립해나간다는 구상이다.

김 의원은 “교육위원회는 정권에서 완전히 독립시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국민대표는 학부모, 교수, 학생, 기업 등 관련 분야에서 여야가 각각 추천한 인사 가운데 최선으로 선별해 구성하고, 위원장의 임기는 대통령 임기보다 더 장기화해서(핀란드는 첫 국가교육개혁위원장이 17년을 역임한 사례가 있음) 그야말로 백년대계의 교육정책을 세워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교육위원회에서 하나의 제도를 만들거나 수정하기 위해 몇달씩 깊은 토론을 거치고 TV중계 등으로 공론화시켜 여론을 수렴해 교육정책을 바로잡아나간다면 더 이상 교육 때문에 이민가는 일은 사라질 것”이라며 “이렇게 교육부의 결정권을 위원회에 넘기고, 정책의 집행은 지방교육청의 자율에 맡겨 지역간 교육경쟁이 일어나도록 하고, 대신 교육부는 대학 등 고등교육과 산학협력을 지원하는 기능으로 우선 존립시킨다면 문제는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김 의원은 독일과 스위스의 개헌의 역사를 들어 이번에는 우리도 개헌할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세계에서 정치민주화와 경제발전이 가장 빠른 독일의 경우 1949년 헌법을 제정한 이래 지금까지 연방정부 헌법만 60차례 고쳤고, 스위스는 1848년 헌법 제정 이후 150여차례 개헌했지만 우리는 12차의 개헌안 제출에 9차례 개헌을 단행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김 의원은 “선진국들의 헌법은 상당히 구체적인 규범성을 갖고 있는데도 우리는 일본의 영향을 받아서 추상적으로 적시돼 있다. 이런 이유로 헌법을 안 고쳐도 된다는 주장이 나왔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하지만 추상적인 내용 때문에 악용이 가능하고, 그래서 의문의 여지가 없도록 구체적인 규범으로 바꿔주는 것이 세계적인 트랜드이기도 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