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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PD수첩' 직장 내 왕따에 세상 떠난 청춘, 같은 선택 한 남자친구
승인 | 이동건 기자 | ldg@mediape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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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승인 2018-03-21 01:2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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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펜=이동건 기자] 꿈 많던 청춘이 직장 내 왕따에 세상을 떠났다.

20일 오후 방송된 MBC 'PD수첩'은 최근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는 직장 내 괴롭힘을 조명한 '괴롭히는 직장, 죽어가는 직장인' 편으로 꾸며졌다.

이날 'PD수첩'에서는 꿈 많던 청춘 원모씨의 사연이 공개됐다. 패션 디자이너를 꿈꾸던 원씨는 인턴 생활 중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비극은 이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한 달 뒤 유일하게 고민을 털어놓았던 남자친구 송씨마저 그녀를 지켜주지 못한 슬픔에 같은 선택을 한 것.


   
▲ 사진=MBC 'PD수첩' 방송 캡처


두 사람은 격투기의 하나인 주짓수 사제지간으로 만나 연인 사이로 발전, 바쁜 직장생활 속에서도 운동을 거르지 않고 메신저를 통해 일상을 공유하던 다정한 커플이었다.

송씨 어머니는 "지금까지 살던 시간 중 제일 행복한 시간처럼 얼굴이 밝았다. 그래서 마음이 좋았다"며 "그 애를 알게 되면서 아들이 안정과 행복을 찾았던 것 같다"고 밝혔다. 송씨 아버지는 "사고가 난 뒤 경찰이 아들의 동태를 살펴보니 새벽만 되면 여자친구 납골당에 가 있었다더라"라며 참담한 심정을 드러냈다.

원씨는 남들보다 늦은 나이에 디자인 일을 시작했지만 인턴이 되고 난 뒤 무척이나 기뻐했다고 한다. 원씨의 친구는 "디자인을 사랑했다. 그쪽 분야에서는 선구자가 되고 싶은 욕망도 있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기쁨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7명의 디자이너가 있는 팀에서 원씨가 이른바 '왕따'를 당한 것. 원씨 어머니는 "7명이 (딸에게) 한꺼번에 달려들었다더라. 한 사람은 휴지 버리고, 한 사람은 정리하라고 하고, 몇 시간에 걸쳐 색도와 배열에 맞춰 실 정리를 해놓으면 그걸 엎어버렸다고 했다"고 밝혔다.

원씨는 각종 허드렛일을 하며 왕따를 당했다. 디자이너들은 쓰레기를 줍는 중 바닥에 핀을 던지는 등 원씨에게 모멸감을 줬으며, 원씨는 수십 벌의 옷을 들고 계단을 오르내리는 일도 해야 했다.

원씨 어머니는 "딸의 남자친구가 자살하기 전 전화를 했다. 화장실에 가서 따귀를 맞았다는 얘기도 전해 들었는데, 남자친구한테는 울면서 얘기를 했던 것 같다"고 전했다.

분노한 남자친구는 원씨에게 "괴롭힘을 참지 말고 맞서라"고 조언했지만, 원씨는 "참는 편이 더 좋다. 내가 없어지면 그만이다"라는 말을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끝내 해결책을 찾지 못한 두 사람. 여자친구를 도와주지 못했다는 자책감에 송씨도 그 뒤를 따랐다. 


   
▲ 사진=MBC 'PD수첩' 방송 캡처


유족 측은 원씨와 같은 부서에서 근무한 7명의 직원에게 사과를 요구했으나 장례식장에 와서 목례만 했다고 한다. 원씨 어머니는 "목례만 하고 바로 돌아서서 나가려는 걸 제가 잡았다. 우리 딸한테 최소한 미안하단 소리 한 번 하라고"라며 비통함을 감추지 못했다.

'PD수첩' 제작진은 해당 기업에서 실제로 왕따가 일어났는지 인터뷰 요청을 했으나 기업 측은 서면 답변서를 통해 '정규직 직원들이 2개월간 한시적으로 실습하는 인턴사원을 왕따시킬 이유가 없으며, 14일의 짧은 기간 동안 갈등이 일어날 상황이 없었다'고 반박했다. 오히려 고인의 우울 증세를 문제 삼았으며, 검찰과 노동위원회에서도 따돌림에 대한 명확한 이유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김병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우울증 있는 사람이 주짓수를 하고 영어를 배우면서 회사에 출근한다는 건 상상할 수 없다. 우울증 있는 사람이 어떻게 그걸 할 수 있겠나. 또 이 사람의 메시지를 보면 회사에 들어가게 된 걸 좋아하고 열심히 해보려는 마음도 있었다"는 견해를 밝혔다.

회사 내 업무환경은 어땠을까. 해당 기업 퇴사자 A씨는 "화장품, 쓰레기 봉지, 생리대 사다 주는 등의 잡무는 너무 허다하다"며 "디자인실 잡무가 막내에게만 몰린다. 사실 7명 수발은 들 수 없다. 2명 수발도 들기 힘들다"고 말했다. 

오늘날 직장인들은 버거운 업무량을 넘어 온갖 괴롭힘에 시달리고 있다. 2018년 2월 발표된 국가인권위원회 조사에 따르면 대한민국 직장인 10명 중 7명 이상이 직장에서 괴롭힘을 경험했다고 밝혔다. 직장 괴롭힘 피해를 구제하기 위해 출범한 '직장 갑질 119'엔 익명의 제보가 하루 100건 이상씩 쏟아지고 있다. 전문가는 현재 직장 괴롭힘을 '재난 수준'이라고 표현했다.

현재 피해자들이 살아있었다면 달랐을까. 국가인권위원회 조사 결과 괴롭힘 피해자의 60%가 특별히 대처하지 않았다. 상당수가 '대처해도 개선되지 않을 것 같기 때문에'라고 답했다. 실제로 대응했던 피해자 중 절반 이상은 아무 효과도 거두지 못했다. 오히려 피해자들은 신원이 밝혀질까 전전긍긍했다. 이날 'PD수첩'에서 공개된 사례들을 통해 안타까운 선택을 한 고인도, 현재 피해자도 구제할 수 없는 우리나라 직장 괴롭힘의 실태가 밝혀졌다.

지금도 직장 괴롭힘은 진행 중이다. 그러나 아직 국내엔 직장 괴롭힘을 위한 명확한 정의도, 관련법도 없다. 국가와 회사 그리고 직장인 모두가 '직장 괴롭힘'을 문제라고 인정할 때 비로소 해결을 위한 출발선에 섰다고 할 수 있다.

한편 한학수 PD가 진행하는 'PD수첩'은 '시대의 정직한 목격자'가 되기 위한 성역 없는 취재를 지향하는 심층 탐사 보도 프로그램으로, 매주 화요일 오후 11시 10분에 방송된다.

[미디어펜=이동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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