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책·경공모 운영내역 규명되어야 사건 실체 밝혀져…지난 대선 불법자금 의혹도 불씨
[미디어펜=김규태 기자]드루킹의 댓글 여론조작 사건 파문이 지난해 대선 중앙선관위의 조사내용과 맞물려 추가 국면에 접어드는 양상이다.

경찰은 핵심 피의자 '드루킹(필명)' 김모(48·구속)씨가 운영한 인터넷카페 경제적공진화모임(경공모) 자금담당 김모(49·필명 파로스)씨를 조만간 피의자로 전환해 수사한다고 밝혔고, 경공모 회원과 500만 원 돈 거래한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보좌관 한모씨를 이번주 소환할 방침이다.

법조계는 경찰이 향후 주목해야 할 스모킹건(결정적 증거)으로 경공모의 특정후보 홍보글 대가로 의심되는 자금 흐름에 관한 파로스의 계좌내역을 꼽고 있다.

특히 파로스 계좌내역과 경공모 자금 흐름을 밝히는 것에 따라 드루킹 일당의 댓글 작업을 뒷받침하는 데 쓰였다고 알려진 경공모 연간운영비 11억 원이 어떻게 충당됐는지 규명될 것으로 관측된다.

또한 이를 통해 지난해 선관위에서의 드루킹 불법자금 의혹도 그 실체가 드러날 전망이다.

당시 경공모의 수상한 자금 흐름을 인지한 선관위는 이를 전면 공개하지 않고 5월 대선을 치르기 직전 검찰에게 사건 수사를 의뢰했지만, 검찰은 6개월 뒤인 11월 불기소 처분을 내려 드루킹에게 일종의 '면죄부'를 줬다는 의혹이 여전하다.

강제수사권이 없는 선관위는 당시 드루킹의 느릅나무 출판사 사무실까지 갔지만 안을 뒤지지 못했고 결국 불법자금 혐의를 좁히지 못했다. 검찰 또한 법원으로부터 압수수색 영장 청구를 2차례 기각되어 수사 진행이 어려웠다는 입장이다.

다만 김 의원의 보좌관 한씨가 경공모 회원에게서 받았다고 돌려줬다는 500만 원을 두고, 청탁 여부는 불분명한 상태다.

핵심 멤버인 또 다른 김모(49·필명 성원)씨는 "지난해 9월 한씨에게 현금 500만원을 전했고 드루킹 구속 직후인 지난 3월26일 돌려받았다"고 진술했다.

   
▲ '드루킹(필명)' 김씨 등 민주당원 3명은 지난 1월17일 '평창동계올림픽 여자아이스하키 단일팀' 관련 기사에 달려 있는 댓글 2개를 대상으로 ID 614개를 동원, 매크로 프로그램으로 '공감' 클릭을 반복한 업무방해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사진=김모씨(Sj Kim) 페이스북 계정


김씨는 조사에서 "개인적인 채권 채무 관계"라고 주장했지만 경찰은 신빙성이 크지 않다고 보고, 드루킹이 이러한 사실을 알고서 김경수 의원에게 협박성 메시지를 보낸 것을 감안해 단순한 채무관계를 넘어 청탁성 뇌물 등 다른 성격이 있을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경찰은 한씨 조사에서 돈의 목적과 성격, 돈이 오간 경위와 김경수 의원의 관여 여부 등을 규명하는 데 집중할 것으로 관측된다.

법조계는 메시지가 몇번을 오고 갔던지 간에 지금까지 밝혀진 텔레그램·시그널 대화만으로는 김경수 의원의 해명에 힘이 실려있다고 보았다.

지금까지 나온 정황으로는 드루킹 김씨가 정치적 이권을 노려 접근했고, 김 의원이 덫에 걸렸을 거라는 평가다.

다만 법조계는 보좌관 한씨의 돈 전달 과정에 김 의원이 연루됐는지, 파로스 등 경공모의 연간운영비 11억 원의 자금 흐름이 어떻게 규명되느냐에 따라 향후 수사 방향이 큰 폭으로 바뀔 수 있다고 관측했다.

검찰 출신의 한 법조계 인사는 "특정한 직업 없이 사무실을 임대하고 직원 여러 명을 고용한 드루킹의 댓글 조작에 대해 자금 흐름이 규명되어야 김 의원과의 관련성이 입증될 것"이라며 "대화방에서 김 의원과 드루킹이 공모했다는 명확한 증거까지 맞물려야 피의자가 확대될 것"이라고 보았다.

이철성 경찰청장은 지난 23일 간담회에서 '댓글 여론조작 수사가 언론 보도에 뒤따라가고 있고 정부 및 여당의 눈치를 본다'는 지적에 대해 "(경찰이) 감추거나 확인을 하지 않을 아무런 이유가 없다"며 "특별검사나 국정조사 이야기가 나오는 마당에 경찰이 뭘 감추겠나"라고 반문했다.

24일 드루킹 및 경공모와 관련해 느릅나무출판사 세무 업무를 담당한 서울 강남의 한 회계법인과 파주세무서를 압수수색한 경찰이 자금 출처에 대한 결론을 어떻게 내릴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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