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형일 거인의어깨 연구소장 /사진=거인의어깨

일반적으로 각 대학교의 수시모집 전형은 학생부위주전형(학생부교과전형, 학생부종합전형), 논술위주전형(논술전형)과 실기위주전형(실기 및 특기자전형)이라는 네 가지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전형요소별 반영비율과 대학별고사의 활용여부 등의 차이가 있기 때문에 종류가 다양하게 느껴지고, 어떤 요소를 집중적으로 관리할 것인지에 대해 학생과 학부모들은 선택에 혼란을 느끼게 된다. 또 각 대학마다 합격을 기대할 수 있는 성적 수준이 다르다는 점은 목표대학과 준비전략 설정에 어려움을 겪는 가장 큰 요인이다.

 

최상위권 학생들은 서울대를 비롯한 명문대학 또는 의학계열 진학을 위해 나름의 목표를 설정하며 학업성취도를 극한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노력을 기울인다. 상위권 학생들 역시 명문대학 진학을 목표로 최상위권 수준의 학업성취도 달성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할 것이다. 

이들이 가장 경계해야할 것은 ‘공부만 잘하면 목표대학에 합격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정시모집만을 목표로 하는 수능 중심의 입시 대비는 최상위권 일부 수험생에게는 효율적 전략이 될 수도 있겠지만, 논술, 비교과 등 다양한 진학방법에 관심을 갖지 않는다면 일시적 성적 하략이나 실수 등 변수가 발생했을 경우 이에 대한 적절한 대응이 어렵고 걷잡을 수 없이 무너지게 된다. '재수'를 선택하는 상위권 수험생들이 주로 이러한 부류에 포함된다.

상위권 대학들은 매년 전국 1,869개 고교의 내신 우수자들간의 변별력 확보를 위해 서류평가, 면접평가, 논술고사 등을 실시하며 심화 지식이나 전공에 대한 관심과 열정 등을 평가한다. 

이 같은 평가 요소들에 대해 미리 대비를 함으로써 최상위권 학생들은 안정적인 진학 수단을 확보하는 계기가 되며 상위권 학생에게는 부족한 학업 부문을 만회할 수 있는 수단이 될 것이다.

중학교시절 줄곧 우수한 성적과 활발한 활동을 해오던 K군은 고등학교 입학과 동시에 게임에 빠져 1학년 평균 내신을 2.5등급으로 마무리했다. K군이 필자의 교육연구소를 방문한 시기는 고등학교 1학년 겨울방학 때로, 그와 오랜 시간 대화를 나눠본 결과 여타 게임에 빠져있는 다른 학생들과는 다른 몇 가지 차이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우선 K군이 단순하게 게임에만 빠졌던 것은 아니었다는 것이다. 게임에 너무 많은 시간을 뺏긴 나머지 내신성적이 크게 낮아지기는 했지만 게임 기획자가 되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가지고 있었고, 그에 필요한 역량을 키우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찾으려 시도했던 점이 눈에 띄었다. 

실제 K군은 게임 개발을 위한 프로그램 언어 학습은 물론이거니와, 다양한 배경의 게임을 만들겠다는 생각에 엄청난 양의 독서를 했다. 1학년 다독상 수상은 너무나도 당연한 몫이었고, 게임하는 시간과 프로그래밍 공부하는 시간을 제외하면 거의 모든 시간을 독서에 쏟아 부었다.

또 K군은 자연계열 학생임에도 인문학, 사회과학 책들은 물론이고, 음악, 미술 분야의 책들도 꽤 많이 읽었다고 했다. 다양한 책들을 읽음으로서 폭넓은 배경지식이 쌓이다 보니 수업시간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발표에 적극적으로 나서기도 했다. 다만 절대학습량이 부족한 부분은 가장 큰 걸림돌이었다. 필자는 K군과 충분한 대화를 통해 분명한 목표설정과 본인의 성취의지를 확인할 수 있었고, 학습에도 충분히 시간을 할애해야 하는 것에 충분한 명분을 부여해 줄 수 있었다.

대부분의 학생들의 경우 ‘성적이 떨어졌으니 좀 더 공부를 해야 한다’ 와 같은 단순한 논리를 받아들이기 쉽지 않을 것이다. 본인이 충분히 납득할 수 있어야 하고, 본인의 의지와 목표를 확인시켜줌으로써 학습 필요성을 찾아나가게 하는 방법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컨설턴트로서 그 과정을 스스로 찾을 수 있도록 방향 설정에 조언을 해주는 역할과 본인의 결정에 스스로 믿음을 가질 수 있도록 확신을 줬다.

한편으로는 내신성적 향상에도 열정을 쏟을 수 있도록 주문했다. 반에서 5등 내외의 성적을 기록하는 일반고 학생 대부분의 고민처럼 많은 고교들이 학교장추천전형 등에서 합격자를 배출하기 위해 최상위권 학생들의 학생부 기록에 특별히 신경을 쓰고 있지만 그외의 경우는 소홀한 경향이 있다. K군도 1학년 내신성적이 좋지 못해 비교과 활동을 더욱 열정적으로 챙겨야 했고, 그런 상황들이 K군으로 하여금 내신성적을 끌어올려야 하는 하나의 동기로 작용했던 것이다.

K군의 학교는 2학년 수업때부터 수능 대비가 진행되기 때문에 내신대비와 수능대비가 동시에 가능하다는 장점을 최대한으로 살리도록 주문했다. 모의고사의 오답분석을 철저하게 시키고 단순하게 틀린 원인만 찾아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알고 있는 개념 적용이 어떻게 잘못된 것인지, 그로 인한 자신의 약점은 무엇인지에 대해 심층적으로 분석하도록 하고, 기출문제 분석을 통해 어떤 형태로 개념의 변형이 이루어지는지에 대해서도 분석을 주문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K군의 자신감도 서서히 회복했다. 성적 향상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자신이 세운 계획대로 실천을 잘 하고 있다는 믿음과 자신감이 가장 중요하다. K군의 성적상승에 대한 기대감은 목표 달성 가능성을 더욱 높인다는 믿음으로 연결돼 비교과활동에도 더욱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됐다.

K군은 연간일정 계획을 통해 교내에서 실시하는 모든 대회에 참가를 했고, 상설동아리활동을 적극적으로 하는 동시에 모바일앱 개발 자율동아리를 직접 만들어서 활동하기 시작했다. 게임 기획자가 목표였던 K군은 자율동아리를 만드는 과정에서도 기획단계에도 특히 신경을 썼다. 

게임 기획뿐만 아니라 모든 활동에서 기획단계가 제일 중요하다고 역설하던 K군의 상기된 얼굴이 떠오른다. 결국 K군은 최종적으로 내신에서 1.34등급을 받을 수 있었다. 자신이 잘 하는 분야를 찾는 것을 포함해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분야까지 연계시키려고 노력했던 K군의 열정에 보답하듯 내신성적도 향상하게 된 것이다.

K군은 서울대 수리과학부에 지원했다. 게임 기획자라는 목표와는 동떨어진 것처럼 보이지만 엄청난 독서량을 자랑하는 K군은 게임을 기획하는 단계는 그 어떤 것보다도 논리적 사고의 흐름과 체계성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홈페이지 소개 내용을 통해서 수리과학부에 입학하면 자신의 목표달성에 큰 도움이 된다는 점을 알게 되었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통해 수리과학부라는 새로운 목표가 생긴 K군은 수리과학부에 어떤 교수님들이 계시는지, 또 무슨 논문을 쓰셨는지 등의 정보를 찾는 열정과 관심을 보였고 이러한 과정들은 K군의 자기소개서에 그대로 녹여 소화해냈다.

그 결과 K군은 자신이 지원한 서울대 수리과학부에 합격했다. 비록 1학년 내신성적이 좋지 않은 편이었고, 전체 내신성적을 생각해보더라도 보편적으로 서울대에 지원하려는 학생들의 평균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본인이 희망하고자 하는 분명한 목표와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꾸준하고 체계적으로 이루어진 심화탐구활동들과 수상내역 등이 고스란히 학생부에 기록되었고, 자기소개서에서도 스토리텔링 또한 잘 이뤄졌다. 

면접에서는 그동안의 풍부한 독서활동이 두각을 나타냈다. 서울대학교 일반전형의 면접은 질문에 대한 정답을 요구하는 것이 아닌, 질문에 적절한 답을 찾아나가는 접근방식을 살펴보는 형태로 이뤄지는데 그 과정에서 K군이 겪었던 일들과, 스스로 어려움을 극복하며 느낀 점, 독서를 하며 알게 된 내용들이 함께 어우러져 좋은 답변을 이끌어낼 수 있었다. 내신성적의 어려움을 극복하는 과정과, 본인의 희망 목표를 이루기 위해 행했던 다양한 활동들이 K군에 서울대학교 합격이라는 결실을 맺게 한 것이다. 글/김형일 거인의어깨 교육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