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그룹 오너일가 비리의혹 잇따른 발표에도 사업 순항…추가협력 논의중
[미디어펜=최주영 기자]대한항공이 델타항공과의 조인트벤처 협력에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조현민 전무의 물벼락 갑질 사태로 불거진 오너 리스크의 최정점에 있는 가운데서도 본업에 충실하는 ‘정공법’을 펴고 있다는 분석이다.

28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지난 25일부터 델타항공과 인천~시애틀 노선 공동운영(코드쉐어)을 시작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예약오픈은 23일부터 이미 이뤄졌다”며 “델타항공과 시애틀 노선 공동운영은 처음 진행하는 것으로 조인트벤처 협력 강화의 일환”이라고 말했다.

   
▲ /대한항공 항공기가 비행하고 있다.


코드쉐어 운항편은 인천~시애틀 노선, 시애틀~인천 노선에 각2편씩 총 4편을 투입해 승객의 스케쥴 선택폭을 넓혔다. 기존 운항편(대한항공 주5회, 델타항공 주7회)은 코드쉐어편과 별개로 운항한다. 앞서 대한항공은 "델타항공과의 조인트벤처로 공급 증대와 스케줄 다양화에 따른 여행 편의 증대와 연결 시간 조정을 통한 다양한 목적지로의 접근성도 확대될 것"이라고 밝혔다.

예를들면 인천~시애틀 구간에 대한항공이 주 2회, 델타항공이 주 2회 운항한다고 가정했을 때대한항공 이용을 원하는 승객은 주 2회의 운항편 밖에 이용할 수 없으나, 공동운항을 통해 델타항공 항공기도 이용하게 돼, 모두 주 4회 운항하는 스케줄을 이용하는 효과를 누리게 된다.

승객 입장에서는 비록 델타항공을 이용하지만 대한항공의 정책과 서비스, 마일리지 등을 그대로 이용할 수 있고, 대한항공은 취항하지 않는 도시에 자사의 편명을 단 항공기를 운항하는 효과를 가져온다. 델타항공의 경우 판매하고 남는 좌석에 대한항공 고객을 태워 수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항공사, 고객 모두에게 이익을 실현해 주는 협력 모델인 셈이다.

   

   
▲ 4월29일 출발해 5월4일 도착하는 인천~시애틀 노선 예약 가능 스케쥴 항공편. 박스처리돼 있는 것이 공동운항편 /대한항공홈페이지 캡처


이번 협력에 따라 양사의 공급편수가 조정될 지도 주목된다. 4월말 현재 대한항공과 델타항공의 인천~시애틀 노선 운항횟수는 주5회, 주7회로, 코드쉐어편 신설로 양사의 운항횟수를 동일하게 편성해 완전적인 공동운항을 시행하는 것이다. 앞서 지난 3월 대한항공은 하계스케쥴을 편성하면서 오는 1일부터 시애틀 노선을 주5회에서 주7회로 증편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인천~시애틀 노선은 아시아·태평양 노선 중 양사 점유율 50% 이상인 독과점 노선에 해당되므로 국토부 권고에 따라 공급석 축소가 금지된다. 양사의 공급석을 늘려 운항을 확대할 수는 있어도 일정 기준치를 충족하는 범위내에서 감소가 제한되는 것이다. 

실질적으로 양사는 지난달 29일 국토부의 조인트벤처 허가 후 꾸준하게 사업 협력을 도모하고 있다. 대한항공이 이달 1일 델타항공과 좌석 등급과 적립률을 조정하는 등 공동운항에 따른 제도 단일화를 시행한 점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다.

한편 대한항공은 최근 조양호 회장 일가 비리의혹으로 여론의 비난이 최고조에 달한 가운데 델타항공과의 합작이 순항하며 오너가 이슈와 사업을 철저하게 분리시키는 모습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델타항공과 추가 공동운영할 노선은 아직 확정되지는 않았다"며 "현재 실무 협의는 순조롭게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항공업계 고위 임원은 "오너의 행위에 대한 대중의 반감이 최고조에 있을 때 기업의 가치에 부정적 영향을 주는 것은 사실이지만 사업상 판단은 대체로 개별 사업부 수장과 실무진들의 주도로 이뤄진다"며 "대한항공과 델타항공 간 조인트벤처 출범의 걸림돌이던 공정거래위원회의 노선 독과점 문턱을 넘었기 때문에 앞으로 순조로운 사업 진행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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