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디 2290개 동원에 입건된 피의자만 30명 달해…'김 의원 진술' 의존하는 수사 지지부진
[미디어펜=김규태 기자]포털사이트 뉴스 댓글 조작에 아이디 2290개를 동원하고 이와 관련되어 입건된 피의자만 30명에 달하는 등 민주당원 김동원(49·필명 드루킹)씨 일당의 혐의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가운데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대한 경찰 수사는 지지부진하다.

드루킹 김씨와의 비밀대화방이 다수 있는 것으로 밝혀졌지만 검찰의 압수수색 영장 기각으로 경찰은 김경수 의원의 휴대전화 및 통신내역, 계좌를 확보하지 못했고 소환 조사해 진술만 청취한 상태다.

더욱이 경찰은 드루킹 김씨가 댓글 작업에 이용했던 매크로 서버(코드명 '킹크랩')를 조사하고 있지만 아이디와 패스워드를 확인하지 못해 내용 확인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김 의원에 대한 압수수색영장 재신청 여부를 비롯해 청와대로 오사카 총영사 자리를 인사청탁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백원우 청와대 민정비서관을 소환할지 여부도 정해야 한다.

경찰 관계자는 이에 대해 "현 단계에서 김 의원이 진술한 내용의 진위 여부를 확인하는 것에 집중하는 중"이라며 "다른 부분은 향후 상황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결정할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이에 따라 경찰 수사로는 김 의원의 연루 의혹과 혐의 입증에 애초부터 한계가 컸고 드루킹의 실제 공범이 증거를 인멸할 가능성이 높다는 법조계 평가가 나오고 있다.

검찰 출신의 한 법조계 인사는 "김 의원은 참고인 신분으로 응한 이번 소환조사를 통해 면죄부를 얻은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결국 경남도지사 지방선거전에 뛰어들면서 모든 의혹을 소명했다는 입장까지 표명한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또 다른 법조계 인사는 "스모킹건 없이 관계자 진술에만 의존한 경찰의 부실 수사는 초기부터 예고됐다"며 "경찰이 당초 보좌관 한모씨 자택과 휴대전화, 통화내역, 김경수 의원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 및 경남 김해 지역구 사무실 등에 대해 압수수색영장을 5건 신청했으나 검찰은 통화내역만 청구하고 나머지는 기각했다"고 지적했다.

드루킹 일당의 댓글 조작 범위는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경찰이 구속기소한 혐의에 해당하는 기간인 1월17~18일 네이버에 게시된 모든 기사 30만여 건의 댓글을 조사한 결과, 드루킹 일당은 총 676개 기사에서 2만여개 댓글의 추천 수를 매크로를 활용해 끌어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 관계자는 "이번에 밝혀진 2만여건 댓글은 친정부와 반정부 내용이 혼재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댓글 조작의 윤곽이 점차 드러나면서 드루킹 일당이 지난해 5월 대통령선거 당시에도 네이버 등 포털사이트 뉴스에 손을 댔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실제로 김경수 의원이 드루킹 김씨에게 인터넷접속주소(URL)를 보낸 기사 10건 중 대선 관련 기사는 8건이었다.

법조계는 현재 드루킹이 조직한 경제적 공진화 모임(경공모) 회원에 대한 경찰 수사가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지만 이와 대조적으로 김 의원에 대한 수사가 속도를 내지 못한다면 '특검이 필요하다'는 여론을 잠재우기 힘들 것이라고 관측했다.

   
▲ '드루킹(필명)' 김씨 등 민주당원 3명은 지난 1월17일 '평창동계올림픽 여자아이스하키 단일팀' 관련 기사에 달려 있는 댓글 2개를 대상으로 ID 614개를 동원, 매크로 프로그램으로 '공감' 클릭을 반복한 업무방해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사진=김모씨(Sj Kim) 페이스북 계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