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인의어깨 김형일소장의 입시칼럼 ‘입시톡톡(入試TalkTalk)’은 4회에 걸쳐 ‘대입컨설팅 합격CASE’를 연재합니다. 전년도 수시모집 합격자의 실제 사례 통해 계열별, 전형별, 성적대별 다양한 사례를 재구성하였습니다. 김형일의 입시톡톡과 함께 꼼꼼히 입시전략을 세워서 올해 2019학년도 입시에서 수험생 여러분 모두 희망대학, 희망학과에 진학하시는데 많은 도움 되기를 바랍니다.<편집자주>

   
▲ 김형일 거인의어깨 연구소장. /사진=거인의어깨
논술전형은 수시와 정시를 포함한 전체 입시전형 중에서 가장 치열한 경쟁이 발생하는 전형이다. 일반적인 전형방식은 지원자들의 교과 성적과 논술고사 점수의 합산 총점으로 서열을 정한 후 각 대학별로 설정한 수능최저학력기준을 충족한 학생들만 최종합격자로 선별하는 방식이다. 일부 대학을 제외한 대부분 대학들의 논술전형에는 수능최저학력기준이 설정되어 있는 만큼 수능최저학력기준이 논술전형의 가장 기본적인 자격요건이라 할 수 있다.

교과 성적의 경우 학교별로 석차등급별 점수를 설정해 놓고 있는데 홍익대 등의 일부 대학을 제외하고는 급간 점수 차가 그리 크지 않기 때문에 당락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다. 따라서 수능최저학력기준을 충족했다면 논술고사 성적에 의해 당락이 결정되기 때문에 수능과 논술에 자신이 있는 학생이라면 누구나 도전해 볼 수 있다.

누구나 도전해 볼 수 있다는 점은 진입장벽이 낮다는 이야기이고, 교과 성적이 저조하고 비교과 실적이 많이 부족한 학생이라도 수능최저학력기준을 충족한다면 누구나 도전할 수 있고 합격을 기대해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수시 학생부교과전형이나 수시 학생부종합전형 등과는 달리 수신 논술전형의 경우 지원자격의 제한도 거의 없다는 점도 마찬가지 이유에서다.

최근에는 논술전형에서 수능최저학력기준을 적용하지 않는 한양대, 서울시립대, 건국대 등과 같은 대학들도 많이 있기 때문에 몇몇 대학은 우수한 논술 실력만으로도 합격을 기대해 볼 수 있는 만큼 수시모집에서 학생부교과전형이나 학생부종합전형으로 지원할 수 있는 대학보다 훨씬 상위 대학으로의 진학 가능성을 높여주기 때문에 많은 학생들이 도전을 하고 있다.

많은 학생들이 도전을 하고 있지만, 정작 치열한 경쟁으로 인해 합격률 또한 가장 낮다. 최소 30:1 수준으로부터 의예과나 심리학과 등의 선호 학과의 경우 200:1 수준의 매우 높은 접수 경쟁률이 형성되기 때문에 수시모집에서의 총 여섯 번의 기회를 모두 논술전형으로 사용하는 이른바 ‘6논술’은 그다지 효과적인 전략이라고 볼 수는 없다. 하지만 기왕 선택한 논술전형이라면 합격률을 높일 수 있는 준비 전략을 설정해야 할 것이다.

수능 준비라는 좋은 핑계거리

고3 4월에 처음 연구소를 찾은 J양은 내신성적이 저조하고 비교과 준비가 전혀 되어있지 않은 상황이었다. 종합적인 상황을 고려하면 수능성적 향상을 통해 정시 지원을 도모해야겠지만, 수시모집을 포기할 수는 없었다. 결론부터 미리 말하자면 J양은 희망했던 대학의 논술전형에서 모두 실패했지만 기대하지 않았던 대학에서의 합격을 일궈냈다. J양의 사례를 통해서 논술전형의 효율적인 준비 전략을 알아보도록 하자.

서울소재 일반계 고등학교 인문계열 학생인 J양은 3월 학력평가에서 기대 이하의 성적을 취득하였고, 내신성적은 국어, 수학, 영어, 사회 4개 교과 평균 4.8등급에 비교과는 3년 동안 전혀 준비가 되어있지 않은 상황이었다.

3월 학력평가에서 국어, 수학, 탐구(2) 3개 영역 수능 백분위 평균은 77%였다. 2학년 때 치른 학력평가 성적은 탐구를 제외한 국어와 수학의 백분위 평균이 88%에서 93%가 나와서 J양은 스스로를 ‘정시스타일’이라고 판단하고 굳이 내신과 비교과 준비를 하지 않았다고 한다.

정시준비를 하며 내신을 포기한다?라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이야기였기에 지난 기간의 학습 내용과 사용한 교재 등을 꼼꼼히 파악해본 결과 J양은 본인 스스로는 이른바 ‘정시형’이라고 하지만 정작 희망대학에 진학할 수 있는 수능성적은 많이 부족한 상태였다.

정시 준비를 한다면 수능을 위한 기본적인 개념정리를 위해서라도 교과서와 개념서 들을 탐독했어야 하고, 그러다보면 자연스레 내신성적도 오르기 마련이며, 실전 수능준비를 위해서라면 EBS연계교재 준비도 필수로 했어야 했는데 J양은 그러한 수능공부 준비가 전혀 안 되어 있었다.

좀 더 정확히 진단해 보면 J양은 입시를 피하고 싶은 마음이 컸고, 비교과 준비가 전혀 되어있지 않은 상황에서 4등급 중반의 내신으로는 수시모집에서 수도권 대학 합격도 매우 어렵다는 것을 본인 스스로도 알고 있었지만, 다행히 수능모의고사 성적이 어느 정도 나왔기 때문에 수능준비를 한다는 명분은 앞세우고 그마저도 기본기가 턱없이 부족하다보니 3학년 올라오며 수능점수가 오르기는커녕 하락세를 보였고, 아무런 대책이 서질 않는다며 눈물을 흘렸다.

수능의 위험성

현대 입시에서 희망대학에 진학하기 위해 수능에 모든 것을 거는 것은 여러모로 위험하다. 우선 현재의 수능모의고사 성적이 수능까지 그대로 이어지기가 힘들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3월 학력평가 대비 11월 수능시험에서 성적이 향상되는 경우는 30%에 지나지 않는다. 그것도 5등급 이하의 비율이 60% 정도로 재수생이 유입되고, 시험범위가 넓어지는 등의 현실을 생각해볼 때 수능에서의 성적 향상을 기대하기는 현실적으로 굉장히 어렵다.

또한 정시모집의 문이 너무나도 좁다는 점도 있다. 매년 정시 모집인원이 감소 추세에 있는데다가 취득한 성적에 맞춰 대학을 선택해야 하는 정시모집의 특성상 합격을 기대할 수 있는 수능성적은 점점 높아지게 된다. 게다가 가, 나, 다 군별 대학, 학과의 분포에 따라 선택을 해야 하는 정시모집 특성상 지원 대학의 선정이 생각보다 쉽지 않아 결국 원하는 대학과 학과에 지원하지 못하는 경우가 흔하게 발생한다.

이러한 어려움을 잘 알기에 많은 수험생들은 많은 신입생을 선발하는 수시모집을 염두에 두고 입시준비를 하지만 내신관리와 비교과 준비를 누구나 잘 해낼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수시모집 학생부위주 전형의 지원이 어렵다고 판단되면 다른 진학방법을 생각해야 할 것이고 그 방법이 수시 논술전형과 정시준비라 할 것이다.

최선은 수능 준비

J양에게 정시 준비와 함께 수시 논술전형 준비를 통해 지원기회를 늘려나가는 전략을 주문했다. 수능모의고사 점수의 추이를 판단해서 계속 하락세를 보인다면 마지막에는 수시 학생부교과전형의 선택도 고려해야만 했다. 수능과 논술을 함께 준비해야 하는 J양에게 가장 먼저 지시한 것은 수능모의고사 대비 학습이었다.

수시에서 논술전형을 중심으로 입시 지원전략으로 설정했다면 수능준비를 위한 수능모의고사 대비 학습이 최우선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수시 논술전형을 준비하는 학생에게 수능 준비를 강조하는 이유는 수시 논술전형 자체의 치열한 경쟁률로 인해 합격을 기대하기가 사실상 어렵기에 정시지원이라는 부분을 항상 함께 생각해야 하며 수능최저학력기준 충족이라는 부분도 선행돼야하기 때문이다.

수능 준비를 위해 수능모의고사 분석과 EBS연계교재의 학습을 다시금 지시했는데 이는 남은 3학년 1학기 기말고사를 준비해야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논술전형에 있어서 내신성적이 끼치는 영향력이 크지 않다고는 하지만, 수능최저학력기준을 적용하지 않는 대학들을 중심으로 일부 대학들의 경우 4등급부터 점수가 크게 차이가 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어느 정도 수준의 내신을 취득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때문이다.

학교에서 실시하는 방과 후 논술수업을 수강하고, 지원을 염두에 둔 대학들의 전년도 기출문제를 풀어보며, 각 대학에서 실시하는 모의논술에 참여하여 해당연도의 출제유형을 파악하는 등 꼼꼼한 준비를 한 J양은 경희대와 동국대를 포함해서 4개 대학의 모의논술에 참여했다. 좀 더 많은 대학의 모의논술에 참여하기를 원했지만 일부 대학의 경우 선착순 마감 때문에 신청하지 못했다.

모의논술 결과는 좋지 않았다. 일부 대학의 경우는 논술석차까지 제공했는데, 통상의 모집인원을 감안했을 때 합격을 기대하기 힘든 수준이었다.

J양의 6월 평가원 모의평가 점수를 기준으로 정시지원 대학 수준을 알려주고 수시지원 대학을 선정하였다. J양은 경희대와 동국대를 희망했는데 경희대는 수능 2개 영역 2등급, 동국대는 3개 영역 2등급 이내라는 수능최저학력기준이 설정되어 있고, 논술시험 자체로도 경쟁자들에 비해 성취 수준이 낮은 편이었지만 포기할 수는 없었다. 수시모집 여섯 번의 기회를 생각했을 때 J양 스스로에게 큰 동기부여가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결국 경희대와 동국대를 포함하여 숭실대, 한양대(에리카), 한국외대(용인), 광운대를 수시지원 대학으로 선정했다. 여름방학 때는 경희대와 숭실대 논술에 특별히 집중하도록 했고 두 대학은 논술고사 유형이 비슷하기 때문에 타 대학의 논술준비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논술전형을 지원을 할 때는 논술고사 일자의 중복을 피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일부 대학의 경우 논술고사 시간이 모집단위별로 오전과 오후로 나뉘어져있다는 점도 반드시 체크해야 한다.

J양의 경우 특별히 희망하는 학과는 없었고 논술전형의 경우 선호학과와 비선호학과 사이의 경쟁률 차이가 극심하기 때문에 비선호학과를 선택하는 것이 유리했다. 경희대는 실질경쟁률이 낮은 국제캠퍼스의 어문계열을 선택했고, 광운대는 법학부를, 그 외의 대학들에서도 선호도가 낮은 인문계열을 선택하게 했다.

의외의 결과

수능시험 후 가채첨 결과 국어, 수학, 탐구(2) 3개 영역의 수능 백분위 평균이 77% 정도였다. 탐구과목의 경우 쉽게 출제가 되어 오답은 그리 많지 않았지만 낮은 백분위를 받았다. 게다가 포항 지진 때문에 수능일이 1주일 연기된 탓에 신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많은 영향이 있었다고 했다. 수능 백분위 평균 77%로는 수도권 대학 진학도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수능최저학력기준도 충족하지 못하였다. 목표치였던 2등급은 단 하나의 영역에서도 취득하지 못하였다. 국어 3등급과 영어 3등급으로 한양대(에리카)의 수능최저학력기준만 충족한 상황이었고 광운대 법학부와 한양대(에리카) 프랑스학과에서 최종합격 연락을 받았다.

J양은 ‘우리 반에서 자기보다 훨씬 공부 잘 하던 애도 떨어진 광운대에 합격했다’며 몹시 좋아했다. 실제로 광운대 법학부와 한양대(에리카) 프랑스학과는 정시에 합격하려면 수능 백분위 평균 85% 정도의 높은 성적을 맞아야 하는 학과로 J양의 수능성적으로는 절대 합격이 불가능한 대학이기도 했다.

최종적으로 J양은 광운대를 선택했다. 수능준비를 열심히 한 것이 논술 준비에 큰 도움이 된 셈이었다. 대부분 수시 논술전형을 대학 레벨을 올리는 방법으로 사용하여 상향지원을 선택하지만, 보다 현실적인 지원전략 설정과 꼼꼼한 논술 준비를 통해 만족스런 결과를 얻었다고 할 수 있다. 글/김형일 거인의어깨 교육연구소장
[미디어펜=편집국]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