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인프라 공격적 확대…핵심 인재확보 총력전
하드웨어와의 시너지…새로운 가치 창출 관건
[미디어펜=조한진 기자] 이재용 부회장의 삼성전자 '업그레이드 전략'이 점차 가시화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차세대 주요 먹거리 가운데 하나로 점찍은 인공지능(AI)을 중심으로 핵심 인재 확보에 초점을 맞추는 모습이다. 기존 하드웨어 경쟁력에 소프트웨어 파워를 더해 시너지 확대를 모색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AI 인프라를 공격적으로 확대하면서 핵심 인력을 속속 영입하고 있다.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연합뉴스

삼성전자는 최근 6개월여 동안 AI 연구센터 5곳을 신설했다. 세트부문 선행연구를 담당하고 있는 삼성 리서치(SR)가 지난해 11월 한국 AI 총괄센터를 신설한 것으로 시작으로 올 1월 미국 실리콘밸리, 이달에 영국 케임브리지(22일), 캐나다 토론토(24일), 러시아 모스크바(29일)에 연구센터를 추가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삼성전자의 AI 드라이브가 이 부회장의 의중과 맞닿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AI에서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하면 격변하는 글로벌 정보기술(IT) 시장에서 살아남기 어렵다는 이 부회장의 절박감이 엿보인다는 시각도 있다. 지난해 한 해 대외 활동을 하지 못한 이 부회장은 올해 3월 첫 해외출장지로 유럽과 캐나다를 오가며 AI 전략을 심사숙고 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최근 AI 시장은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IT 자문기관 가트너는 올해 AI로 파생될 글로벌 비즈니스 가치가 1조2000억달러에 이르고, 2022년에는 3조9000억달러(약 4217조원)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삼성전자가 주요 지역에 AI 연구센터를 마련하는 것은 인재 확보가 핵심이다. 한국에서의 근무를 꺼리는 인력들을 현지에서 활용, 연구 성과를 극대화한다는 전략인 셈이다. 세계 굴지의 정보기술(IT) 기업들에 비해 AI 시장 진입이 다소 늦은 삼성전자로서는 추격에 촉매제 역할을 할 수 있는 인재가 절실한 상황이다.

삼성전자는 2020년까지 AI 선행 연구인력 1000명 이상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AI 관련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등의 인수합병(M&A)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유럽과 캐나다에 개소한 AI 연구센터에는 쟁쟁한 인력들이 포진한다. 영국 케임브리지 AI 센터는 마이크로소프트(MS) 케임브리지 연구소의 소장을 역임한 앤드류 블레이크 박사가 리더를 맡고, AI 기반 감정인식 연구로 유명한 마야 팬틱 교수(임페리얼 칼리지 런던) 등을 중심으로 AI 선행 연구를 수행할 계획이다. 

캐나다 토론토 AI 센터는 실리콘밸리 AI 센터 리더이자 음성인식 전문가인 래리 헥 전무를 리더로 캐나다의 우수 대학과 전략적 협력 관계를 구축하고 AI 코어 기술 연구를 진행할 예정이다.  헥 전무는 MS에서 음성인식 개인비서 '코타나' 개발 등에 관여한 머신러닝 전문가다.

러시아 모스크바 AI 센터는 러시아의 수학, 물리학 등 기초‧원천기술 역량을 기반으로 향후 AI 연구를 진행할 예정이다. AI 전문가인 러시아 고등경제대학(HSE) 드미트리 베트로프 교수, 스콜테크 빅토르 렘피츠키 교수 등을 리더로 AI 알고리즘 연구를 이끈다.

   
▲ 영국 케임브리지 AI 센터 개소식에서 참석자들이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는 AI 외에도 각종 분야에서 핵심 인재들을 끌어 안고 있다. 미국 실리콘밸리를 거점으로 하는 혁신·벤처투자 조직 '삼성넥스트'는 최근 독일 BMW 출신의  데인 하워드를 디자인·제품경험 담당 글로벌 책임자로 영입했다. 하워드는 BMW는, 이베이, MS 등에서 경력을 쌓은 디자인·기획 전문가다. 앞서 삼성넥스트는 지난해 12월 우버 출신의 트래비스 보가드를 제품 담당 책임자로 임명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이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삼성전자의 기존 먹거리를 빠르게 추격하는 상황에서 이 부회장과 경영진의 위기감이 적지 않을 것”이라며 “삼성전자가 기존 하드웨어 역량에 AI 등 소프트웨어를 결합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야 4차산업혁명시대도 초격차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을 것” 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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