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 분열 "사법부 본질훼손…보고서 작성도 처벌가능" vs "법대로 맡겨야…판결 불복 안돼"
[미디어펜=김규태 기자]'대법원 사법행정권 남용의혹 관련 특별조사단'이 지난 25일 3번째 셀프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인사상 불이익 증거가 없어 고발하지 않기로 결정했지만, 법원 일각에서 양승태 전 대법원장 당시 법원행정처의 재판 거래 의혹을 계속 제기해 '사법농단' 사태로 커지고 있다.

당시 행정처가 청와대와 재판거래를 시도했고 대법원 숙원사업인 '상고법원' 도입에 청와대 협조를 얻고자 노력했다는 의혹에 따라 관련자들 고발이 빗발치는 등 사법부에 대한 불신 움직임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해 검찰이 지금까지 접수한 고발 건수만 해도 10건에 육박한다.

이번 특별조사단 결과를 토대로 특정 피해자인 차성안 판사가 고발 의사를 밝힌 가운데, 법원노조·민중당·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참여연대·반값등록금운동본부·통합진보당 대책위·긴급조치피해자모임·한국전쟁전후민간인희생자전국유족회 등 시민단체들이 고발에 나섰다.

특별조사단은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처분 효력정지 인용 검토·통진당 지방의원 퇴출소송 기획·성완종 리스트 영향분석 대응방향 검토 등 양 전 대법원장이 청와대 협조를 얻기 위해 했다는 사건들에 대해 "삼권분립을 위협할 심각한 사법행정권 남용"이라면서 "실행 여부를 떠나 그 자체로 권한 남용이고 청와대와의 적절치 못한 유대관계 형성을 위해 재판의 독립성을 훼손했다"고 평가했다.

또한 특조단은 25일 조사보고서에 그동안 조사한 410개 문건파일 중 184건만 부분적으로 인용하고 나머지 226건을 비공개했지만, 28일 "410건 전체파일에 대한 열람을 전국법관대표회의에 열람을 허용할 계획"이라고 밝혀 추가 파문을 예고했다.

이에 전국법관대표회의의 대표판사들 사이에서 '전체문건 열람 대신 공개'라는 입장이 다수 의견인 것으로 전해졌다.

전국법관대표회의는 29일부터 31일까지 재판거래 의혹을 담은 법원행정처 문건을 법원 내부통신망 코트넷에 전면 공개하는 방안을 두고 투표 중인데, 투표 최종 결과가 나오는대로 특조단에게 전달할 방침이다.

김명수 현 대법원장은 31일 오전 "(문건 작성에 연루된 현직판사들에 대한) 개인별 보고서를 기초로 해서 결론을 정하기 위해 논의하고 심사숙고하는 과정"이라며 말을 아꼈다.

법조계는 이번 사태에 대해 분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사법부의 본질을 훼손했다. 어려울수록 원칙대로 정도에 따라 가야 한다. 직권남용은 보고서 작성만으로도 처벌이 가능하다"고 주장하는 반면, 법원 내 다른 일각에서는 "법대로 맡겨야 한다"며 "패소한 측에서 불만이 있겠지만 자신에게 유리하게 판결에 대해 불복하는 것은 안된다"고 반박했다.

법관대표회의 의장인 최기상 서울북부지법 부장판사는 "(김명수) 대법원장에게 관련자들에 대해 엄정한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힌 반면, 윤종구 서울고법 부장판사는 "내가 원하는 결과가 나올 때까지 하는 행위는 법치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법관 출신의 한 법조계 인사는 "검찰은 대법원장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며 "대법원장이 어떠한 결정을 내리든 법원 내홍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또다른 법조계 인사는 "지난해부터 14개월에 걸친 3차례 조사 끝에 특조단이 내놓은 결과가 고발하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사법행정권 남용 범위를 누구에게 어디까지 적용할 것인지 정해진 바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특조단 조사위원장과 함께 위원 6명 중 4명은 김 대법원장이 회장을 지냈고 진보성향 판사모임인 우리법연구회와 국제인권법연구회 출신"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블랙리스트 실체가 드러나지 않자 김 대법원장은 3차 조사를 지시했다"고 덧붙였다.

서울중앙지검은 이번 '재판 거래-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 일체를 공공형사수사부(부장검사 김성훈)에 배당해 일괄적으로 수사에 착수할 방침을 밝혔다.

사법농단 사태로 커질 우려가 큰 가운데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에 대해 김 대법원장이 어떤 결단을 내릴지 주목된다.

   
▲ 사진은 2016년 9월6일 양승태 당시 대법원장이 김모 부장판사의 거액뇌물 스캔들과 관련해 국민들에게 머리숙여 사과하는 모습./자료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