삭제파일 '사실관계 확인' 난관…관계자들 통화·사무기록, 법원의 압수수색 영장발부도 변수
[미디어펜=김규태 기자]양승태 사법부 당시 재판거래 의혹과 관련해 검찰이 특수수사 인력들을 중심으로 특별팀 구성에 들어갔지만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임종헌 전 행정처차장의 '직권남용 혐의' 입증에는 난제가 많다는 법조계 지적이 나오고 있다.

그동안 검찰이 접수한 고발장은 17건에 이르고, 양 전 대법원장·임 전 차장을 비롯해 박병대 전 대법관·이민걸 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 등의 직권남용 혐의가 주요 수사대상이다.

법조계는 검찰이 18일 사건을 중앙지검 특수1부에 재배당하는 등 수사가 초읽기에 들어갔지만 사실관계 확인부터 난관에 부딪히고 관계자들의 통화기록·사무기록 등 법원의 압수수색 영장발부도 변수가 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지난 1일 "대법원 재판이나 하급심 재판에 관여한 바 없고 상고법원 추진 반대자든 일반재판에 특정성향을 보였던 법관이든 편향된 조치를 하거나 불이익을 준 적이 전혀 없다"고 밝혔고, 김명수 현 대법원장 지시로 출범했던 특별조사단도 지난달 25일 "행정처는 거래시도 문건을 판결 후 취합했고 재판에 관여한 정황이 없어 조사결과 뚜렷한 범죄혐의를 발견하지 못해 형사조치하지 않겠다"고 설명했다.

검찰 출신의 한 법조계 인사는 "특별조사단이 해당 의혹과 무관하다는 이유로 공개하지 않은 사법행정처 파일이 228건이고, 앞서 사법행정처가 임의로 삭제해 복구하지 못한 파일이 2만4500여건에 달한다"며 "검찰이 파일들이 들어있는 하드디스크 등 법원컴퓨터 일체를 확보해 포렌식을 거치면서 어떤 문건이 드러나느냐가 관건"이라고 언급했다.

특히 그는 "특별조사단이 3차조사에서 확인한 문건은 행정처 컴퓨터 4대에 키워드 49개를 입력해 확보한 것이고 문건작성 시점도 2011년 11월부터 2017년 4월까지"라면서 "향후 검찰 수사팀이 관계자들 통화기록과 사무기록을 얼마나 확보할 수 있느냐가 규명 수준을 좌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다른 법조계 인사는 "사실관계 확인에서 더 중요한 것은 압수수색 영장발부에 관한 일선 법관의 협조"라며 "검찰이 본격적인 수사에 들어간 후 법원행정처를 압수수색하고 전현직 고위 법관의 소환을 위해 영장 발부가 필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법관 출신의 다른 법조계 인사는 "수사 초기 검찰이 사법부 협조를 통해 필요자료를 임의로 제출 받거나 서면 조사로 법관의 소환 조사를 대체하는 방식으로 수사가 진행될 수 있다"고 관측했다.

그는 "헌법에 규정된 삼권분립의 원칙에 따라 사법부에 대한 검찰 수사가 신중할 수밖에 없다"며 "앞서 일부 판사들은 3차례에 걸친 법원 자체조사에서도 '사생활 침해' 및 '법관 독립'을 이유로 행정처 컴퓨터에 대한 물적조사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고 설명했다.

한 현직판사는 이번 사건에 대해 "양승태 전 대법원장에게 직권남용 혐의 적용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판사들이라면 다 알텐데 형사고발해 재판에 세우자는 주장은 무의미하다"며 "판결 성향을 사후 검토한 수준은 형사처벌 대상이 아니고 행정처가 재판에 관여한다는 것은 법원 구조상 불가능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김명수 대법원장의 적극적인 수사 협조 의지를 확인해 수사 동력이 확보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검찰은 특별조사단의 3차 공개문건을 비롯해 1~2차 조사 당시 발표자료, 대법원이 공개한 행정처 작성문건 98개 원문 등 의혹 정황이 담긴 문건에 대한 분석에 착수한 것으로 18일 알려졌다.

'재판거래 및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에 대해 본격적인 수사에 들어간 검찰이 향후 어떤 결론을 내릴지 주목된다.

   
▲ 사진은 2016년 9월6일 양승태 당시 대법원장이 김모 부장판사의 거액뇌물 스캔들과 관련해 국민들에게 머리숙여 사과하는 모습./자료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