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어쩌면 신태용 감독의 '히든 카드'는 골키퍼 조현우(27·대구FC)였는지 모른다. 조현우가 첫 출전한 월드컵에서 눈부신 선방으로 인상적인 월드컵 신고식을 했다. 다만 어쩔 수 없는 실점으로 한국이 0-1로 패한 것이 조현우에겐 아쉬울 뿐이었다.

조현우는 18일(한국시간) 러시아 니즈니 노브고로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스웨덴과의 2018년 러시아 월드컵 F조 1차전에 수문장으로 나섰다. 2014 브라질 월드컵을 통해 국가대표 간판 골키퍼로 성장한 김승규(비셀 고베)를 제치고 조현우가 이날 골문을 지킨 것은 다소 의외였다.

신태용 감독은 김진현(세레소 오사카)까지 세 명의 골키퍼 가운데 이날 중요한 스웨덴과 첫 경기에서 조현우에게 골키퍼 장갑을 맡겼다. 그만큼 조현우의 최근 컨디션이 좋고 장신의 스웨덴 공격수들과 높이 싸움에서 키 189cm의 조현우가 더 유리할 수 있다고 판단한 듯했다.

   
▲ 사진=대한축구협회


조현우는 감독의 이런 기대에 부응했다. 전반 한국은 스웨덴의 공세에 여러 차례 위험한 순간을 맞았지만 조현우가 든든하게 골문을 지켜냈다. 

특히 전반 20분에는 거의 실점이나 다름없었던 장면에서 조현우의 슈퍼세이브가 한국을 구했다. 오른쪽 측면에서 올라온 공을 수비수들이 놓쳐 스웨덴 베리가 조현우와 1대1로 맞서는 결정적인 기회를 잡았다. 골문과 거리도 가까워 한국에는 절체절명의 순간, 조현우가 빠른 판단과 동물적인 감각으로 베리의 슈팅을 무릎 쪽으로 막아냈다.

이 외에도 조현우는 스웨덴의 위력적인 문전 고공패스를 기민한 움직임으로 잡아내거나 펀칭하는 등 월드컵 데뷔전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활약을 펼쳤다. 전반 스웨덴은 8개의 슛을 날렸고 유효슈팅이 2개였는데 조현우가 막아내지 못한 것은 골문을 벗어난 것뿐이었다.

후반에도 조현우는 다시 한 번 골이나 다름없는 위기를 막아냈다. 후반 10분 우리 진영 좌측에서 프리킥이 예리하게 문전으로 날아왔고, 골문앞으로 쇄도한 선수의 발에 닿으며 골문 안으로 향했다. 이 볼도 조현우가 놀라울 정도로 빠른 움직임으로 선방을 했다.

하지만 선방쇼를 벌이던 조현우도 페널티킥은 어쩔 도리가 없었다. 후반 20분 김민우가 백태클을 시도하다가 스웨덴 선수를 넘어뜨려 비디오 판독까지 한 끝에 페널티킥이 선언됐다. 그란크비스트가 키커로 나서 슛한 볼이 조현우가 몸을 날린 반대 방향으로 향하며 스웨덴의 선제골이 됐다.

이후에도 조현우는 꿋꿋하게 골문을 지키며 추가실점 없이 버텼다. 그러나 한국이 스웨덴 수비를 전혀 공략하지 못하고 전후반 통틀어 유효슈팅을 하나도 날리지 못하는 답답한 공격 끝에 0-1로 패하면서 조현우의 선방쇼도 빛을 잃고 말았다.

[미디어펜=석명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