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축구神'도 속수무책이었다. 메시의 아르헨티나가 크로아티아의 폭풍에 말려 참패를 당했다. 아르헨티나의 16강행에 잔뜩 먹구름이 꼈다.

아르헨티나는 22일 새벽(이하 한국시간) 러시아 니즈니 노브고로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조별리그 D조 2차전에서 크로아티아에 0-3으로 졌다. 아르헨티나의 핵심인 메시는 풀타임을 뛰었지만 별로 보여준 것 없이 팀의 완패를 지켜봐야 했다.

   
▲ 사진=FIFA 공식 홈페이지 캡처


전반은 두 팀이 득점없이 0-0으로 맞섰다. 하지만 후반 8분 아르헨티나 골키퍼 카바예로가 볼을 걷어낸다는 것이 빗맞아 바로 앞에 있는 레비치에게 패스를 해준 것과 같은 어이없는 실책이 나오면서 선제골을 허용했다.

이후 아르헨티나가 크로아티아의 견고한 수비를 뚫지 못해 고전하는 사이 시간은 흘렀고, 후반 36분 모드리치의 강력한 중거리슛이 아르헨티나 골문 오른쪽을 뚫으며 2-0으로 점수 차가 벌어졌다. 조급해진 아르헨티나 선수들이 신경질적인 모습을 보였지만 추격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고, 종료 직전 라키티치가 승리 자축 쐐기골을 더한 크로아티아가 완승을 만들었다.  

이로써 아르헨티나는 1무 1패를 기록, 16강 탈락 위기에 처했다. 앞선 1차전에서 아이슬란드와 1-1로 비겨 이변의 희생양이 되더니, 크로아티아에는 맥없이 무너지는 수모를 당했다. 2연승으로 승점 6점이 된 크로아티아는 16강 진출을 확정지었다.

아르헨티나의 16강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오늘 밤(24시) 열리는 나이지리아-아이슬란드 경기도 지켜봐야 하고, 3차전에서 나이지리아를 잡으면 1승1무1패가 돼 다른 팀 결과에 따라 16강 티켓을 얻을 수도 있다.

하지만 두 경기를 통해 보여준 아르헨티나의 경기력은 나이지리아전 승리도 장담하지 못할 정도다. 특히 천하의 메시가 계속 고개를 숙이고 있는 것이 문제다.

아르헨티나가 두 경기 연속 아르헨티나답지 못한 경기로 1승도 못 건진 것이 메시 혼자만의 책임은 아니다. 하지만 메시가 제 몫을 못해주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메시는 아이슬란드전에서 페널티킥을 골로 연결시키지 못해 아르헨티나가 2-1로 이길 수 있었던 경기를 1-1 무승부로 끝나게 했다. 이날 크로아티아전에서도 메시는 상대 수비에 밀려나며 결정적 기회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4년 전 브라질 대회에서 아르헨티나가 결승까지 오르는 데 메시의 역할은 지대했다. 메시를 중심으로 아르헨티나는 화끈한 공격력을 보여줬고 메시는 중요한 순간마다 골을 터뜨리며 팀을 결승까지 이끌었다. 결승에서 독일에 져 준우승에 그쳤을 때 메시는 분함을 참지 못했다. 그리고 4년을 기다려 월드컵 우승 한을 풀기 위해 러시아로 왔지만 지금까지 보여준 것이 없다.

더군다나 일생의 라이벌인 호날두(포르투갈)가 두 경기를 치르면서 스페인전 해트트릭 포함 4골을 폭발시키며 득점 선두를 달리는 것과 비교돼 메시의 이번 월드컵은 더욱 초라해 보인다. 

아르헨티나가 이전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탈락해 16강에 오르지 못한 것은 2002 한일 월드컵 때였다. 당시 스웨덴, 잉글랜드, 나이지리아와 함께 한 조로 묶였던 아르헨티나는 첫 경기에서 나이지리아에 1-0으로 이겼으나 잉글랜드에는 0-1로 졌다. 스웨덴과 3차전에서 1-1로 비겨 1승1무1패가 됐는데, 잉글랜드와 스웨덴에 밀려 조 3위로 16강 진출에 실패했다. 

이번 러시아 월드컵에서 아르헨티나는 16년 전 한일월드컵의 악몽을 다시 떠올리고 있다. 메시가 악몽의 한 원인을 제공하고 있다는 사실이 아르헨티나에겐 더욱 충격적이다. 메시가 다시 살아날 것인지, 아르헨티나가 조별리그에서 짐을 쌀 것인지, 3차전을 지켜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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