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 금융당국이 증권사들의 부동산금융 관련 규제 수위를 높이면서 대형 증권사보다는 주로 중소형 증권사들이 더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순자본비율(NCR)이 높은 대형사들은 그나마 여유가 있지만 중소형사들의 신규 부동산투자는 사실상 불가능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이 국내 증권사들의 부동산금융 관련 규제를 강화하는 것으로 기조를 정했다. 

금융감독원은 금융투자업규정시행세칙 개정을 통해 이달부터 증권사 NCR에 적용하는 부동산펀드 위험액 산정비율을 24%에서 60%로 대폭 상향했다. 예를 들어 투자액이 100억원이라고 했을 때 지금까지의 위험액을 24억원이었다면 앞으로는 60억원으로 잡힌다는 의미다.

   
▲ 사진=연합뉴스


자기자본 3조원 이상인 종합금융투자사업자들의 부동산금융 규제는 한층 더 강력하다. 국내 업계 상위 7개 증권사는 부동산대출(만기 1년 이상)의 신용위험액 산정비율이 오른다. 이에 따라 NCR에 적용되는 위험액도 1.5배 가량 커질 것으로 보인다. 

증권사에게 NCR이 중요한 이유는 NCR을 일정 수준으로 유지하지 못하면 새 투자에 나설 수 없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건전성 지표인 NCR은 영업용순자본에서 총위험액을 뺀 다음 업무단위별 요구 자본으로 나눠 산출한다. 

위험액이 늘어날수록 NCR은 당연히 떨어진다. 결과적으로 NCR이 100% 미만인 증권사는 ‘경영개선’ 권고를 받는다. 이후에도 개선되지 않을 경우 증권업 면허가 취소될 가능성도 있다.

이번 조치는 워낙 조정폭이 커서 증권사들은 “더 이상 부동산에 투자하기 힘들다”고 토로하고 있다. 그나마 NCR에 여유가 있는 대형 증권사는 전략을 고민할 여유라도 있지만 중소형 증권사들의 경우에는 하루아침에 투자전략을 바꿔야 할 판이다.

국내 1위 대형 증권사인 미래에셋대우증권의 경우 올해 3월말 기준 NCR은 2718%(금융투자협회 집계)나 된다. 다른 대형사들도 상당히 여유가 있어서 NH투자증권 1713%, KB증권 1594% 등이다. 

자기자본 3조원 이상인 7개 증권사 중 6곳의 NCR이 1000%가 넘으며 신한금융투자만 519% 수준이다. 대형사들에 대한 NCR 규제가 워낙 강력하고, 부동산대출 신용위험액 산정비율이 올라간 만큼 과거에 비해 지표는 나빠지겠지만 상황이 단시간 내에 심각해지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문제는 중소형사들이다. SK증권, 유진투자증권, 흥국증권, 케이프투자증권 등은 모두 NCR이 300% 미만이다. 이들은 신규 부동산 투자를 하기 힘든 것은 물론 기존 투자분에 대해서까지 회수 여부를 고민해야 할 수도 있다.

국내 중소형 증권사 한 관계자는 “이번 조치는 금융당국이 마치 대형 증권사들에 대한 규제 수위를 높이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을 알고 보면 중소형사들의 활동폭을 축소시키는 것”이라면서 “제도 개정으로 인한 ‘나비효과’를 얼마나 계산하고 시행하는 조치인지 솔직히 의문이 든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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